10월부터 복비 반으로 줄지만…집값 올라 4년전 2배 이상 부담

김호경기자

입력 2021-08-20 13:54 수정 2021-08-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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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이르면 올 10월부터 10억 원짜리 주택을 살 때 내는 부동산 중개보수는 최고 500만 원으로 현행 상한액(900만 원)보다 400만 원 줄어든다. 전·월세를 구할 때 중개보수는 많게는 지금보다 절반으로 떨어진다.

중개보수를 정하는 요율을 낮추더라도, 서울처럼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에선 현 정부 출범 당시보다 중개보수를 2배 넘게 내야 해 중개보수 부담이 과도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발전방안’을 확정했다. 중개 서비스는 달라진 게 없는데 집값 상승으로 중개보수를 더 내야 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서 정부가 개편에 나선 지 7개월 만이다. 개편안은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거쳐 이르면 10월부터 시행된다.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시행규칙 개정에 앞서 조례를 고치면 시행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거래 가격에 요율을 곱한 금액 이내에서 소비자와 공인중개사가 협의해 정하는 현행 방식은 유지된다. 이 같은 방식이 소비자와 공인중개사 간 갈등을 부추긴다며 고정요율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았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고정요율제가 공인중개사 간 경쟁과 저렴한 중개보수를 내건 신규 서비스 출시를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택 매매 중개보수는 매매가가 6억 원 이상부터 감소한다. 가장 감소 폭이 큰 가격대는 9억 원 이상 12억 원 미만이다. 지금은 9억 원 이상은 최고 요율(0.9%)이 적용된다. 개편안은 이 구간 요율을 △9억~12억 원 0.5% △12억~15억 원 0.6% △15억 원 이상 0.7%로 세분화했다.

전·월세 중개보수는 보증금 3억 원 이상부터 줄어든다. 보증금 6억 원 이상 12억 원 미만에서 중개보수가 반값으로 내린다. 예를 들어 8억 원짜리 전세를 구할 때 중개보수 상한액은 현재 640만 원이지만 앞으로는 최고 320만 원만 내면 된다.

주택 매매가가 6억 원 미만이거나, 보증금이 3억 원 미만인 경우 중개보수는 지금과 같다. 이렇다보니 중개보수 인하 혜택이 집값과 전셋값이 높은 특정 지역에만 집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17개 시도 중 지난달 아파트 중위가격이 개편안에 따라 중개보수가 줄어드는 6억 원 이상인 곳은 서울(9억4000만 원)과 세종(7억3800만 원)뿐이다. 지방에선 일부 신축 아파트 단지를 제외하면 중개보수가 달라지지 않는 셈이다.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이 3억 원 이상인 곳은 서울과 세종, 경기 3곳에 그쳐 전·월세 중개보수 경감 혜택도 일부 지역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선 개편안이 시행되더라도 현 정부 출범 전보다 중개보수를 더 내야 한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가 대표적이다. 2017년 5월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를 5억200만 원에 구입한 매수자가 내야 하는 중개보수는 최고 208만 원이었다. 해당 평수의 거래 가격이 지난달 9억9000만 원까지 치솟으면서 중개보수 상한액은 891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개편안을 적용하면 495만 원으로 줄어들지만, 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중개보수 부담이 2.4배로 커진 셈이다. 집갑이 내리지 않는 한 이런 지역에선 중개보수가 과도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편안은 정부가 16일 토론회에서 공개한 3가지 방안 중 가장 유력하다고 알려진 안(2안)이 거의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보증금 6억~9억 원 구간 요율 인하 폭만 다소 낮아졌다. 중개보수 개편에 반발하는 공인중개업계를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공인중개업계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중개보수에 대한 불만이 커진 건 집값을 잡힌 못한 정부 탓인데 그 책임을 공인중개사들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그간 논의 과정은 형식적인 절차였을 뿐, 결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편안을 밑어붙였다”며 “조례 개정 권한을 가진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의회를 상대로 반대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개보수 요율은 시행규칙에서 정한 최고요율 이내에서 각 시도가 조례로 정한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 의회의 의지만 있다면 이번 개편안을 따르지 않아 별도의 중개보수 체계를 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협회는 조례 개정 과정에 공인중개업계 요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대응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집값이 오른 걸 감안해 중개사고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2배로 늘어난다. 공인중개사는 중개사고를 대비한 보증보험이나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운영하는 손해배상 공제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이르면 올 11월부터 현재 1억 원인 보장한도(개업 공인중개사 기준)를 2억 원으로 상향된다.

아울러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 난이도를 높이거나, 상대평가로 전환해 시험 문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개업 공인중개사는 약 12만 명으로 이미 포화 상태인데, 매년 2명 안팎의 합격자가 나오고 있어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예비 수험생의 반발 등을 우려해 내년 하반기(7~12월)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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