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9억 ‘알짜매매’ 방관한 중개보수 개정안…“소비자 우롱”

뉴스1

입력 2021-08-20 13:37 수정 2021-08-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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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정부의 중개수수료 인하 추진 중단 촉구 집회를 갖던 중 한 참가자가 국토부에 항의하며 머리에 유리병을 부딪히자 다른 참가자가 저지하고 있다. 2021.8.17/뉴스1 © News1

소비자의 중개보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만든 정부의 개편안이 ‘눈속임’ 수준의 조정으로 되레 기존 공인중개사의 기득권만 챙겨주는 꼴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거래건수에 비해 중개보수 이익이 집약된 6억~9억원대 매매거래 구간의 중개보수요율을 소폭 낮추며 전세요율과 동일하게 맞춰 국민이 아닌 ‘이익단체’의 이익에 손을 들어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거래금액 비중 높은 ‘6억~9억’ 요율 조정 가장 낮아…‘눈 가리고 아웅’

20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고가주택 기준을 9억원에서 15억원으로 올리고 구간별 중개수수료를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2월부터 진행한 TF 회의와 17일 열린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며 “이번 개선안이 도입되면 중개보수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되고 소비자와 중개업자 간 분쟁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개보수 개선안의 세부내용이 공개되자 각계각층에선 소비자의 이익보단 이익단체의 이익이 우선시됐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개선안 내용 자체가 형식상의 요율조정에 그쳤을 뿐 수수료 부담경감 등 소비자의 실익은 크게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국회 관계자는 “주택중개의 거래건수를 보면 요율기준으로 중개수수료를 가장 많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알짜 구간은 6억~9억원 매매거래인데, 이 부분은 사실상 거의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지 않고, 나머지 희소하거나 요율조정이 의미없는 곳에만 생색내듯 낮췄다”고 지적했다.

실제 6억~9억원대 매매구간의 지난해 거래비중은 8.9%지만 거래금액 비중은 17.9%로 전체 요율구간 중 가장 크다. 그만큼 기존 공인중개사의 이해관계가 가장 많이 집약돼 있다. 해당부분의 요율이 대폭 조정돼야 소비자가 중개보수 인하효과를 가장 빨리 체감할 수 있다.


© News1


◇개정안 빌미, 신규 유입 막는다?…“중개사 진입장벽, 이익단체만 유리”

하지만 정부는 거래비중이 1~2%대에 불과한 9억~15억원대 구간의 요율은 0.9%에서 0.5~0.7% 수준으로 낮추었지만 거래량과 금액이 집중된 6억~9억원대의 요율은 0.1%p만 낮춘 0.4%로 설정했다.

국토부가 매매와 전세의 중개보수 역전현상을 막는다고 명시한 원칙도 업계이익이 걸린 해당구간에선 모두 0.4% 요율을 적용해 예외를 뒀다.

애초 국토연구원이 용역과정에서 최선안으로 제시한 고정상한요율제는 반영조차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요율조정이 중개보수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2억원 미만의 거래는 두고, 2억원 이상의 모든 거래에선 0.4% 고정요율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연구용역에선 0.4% 고정요율제는 복잡한 요율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 정상적인 공인중개사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실제 논의과정에선 업계반발을 예상해 논의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생색내기식 요율조정을 빌미로 되레 개정안이 기존 공인중개사의 이익만 보장하는 꼴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개정안을 접한 한 시민은 “공인중개사 시험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면 결국 매년 합격인원을 줄인다는 이야기”라며 “중개보수는 체감도 못할 만큼 조정하면서 진입장벽만 높이면 2번 ‘우롱’ 당한 기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이에 대해 중개사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박용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이르면 10월 시행될 개선안에 대해 국토부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최종 통보를 했다며 “전국적인 대정부 투쟁을 본격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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