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역대 최고치 찍었다”…수도권 아파트값 ‘비상’

뉴시스

입력 2021-08-20 10:32 수정 2021-08-2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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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잇단 ‘집값 고점’ 경고가 무색하게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통상 부동산 비수기인 여름철 수도권 아파트값은 5주 연속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치솟고 있다. 특히 지난달 수도권 집값 상승률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 치웠고, 매수 심리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개발 호재가 있는 수도권 중저가 단지와 서울 등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뚜렷하다.

여름 휴가철 비수기와 코로나 재확산으로 거래는 감소했으나, 주택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부 정책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불안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규제 대책을 내놓아도 대책 발표될 때만 집값이 일시적인 안정세를 보이다 다시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1년 전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내놓은 8·4 대책이 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로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주택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철회했고, 서울 서울의료원과 태릉골프장 내 공급 계획도 주민 반발에 부딪혀 별다른 진척이 없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둘째 주(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0.4% 올라 전주(0.39%) 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21%를 기록하며 전주(0.2%)보다 커졌다. 노원구는 상승률 0.32%를 기록하며 20주 연속 상승률 1위에 올랐고, 도봉구 0.29%, 강남구 0.25% 등으로 상승했다.

경기 지역 역시 상승세가 0.49%에서 0.50%로 확대됐다. 인천은 지난주 0.43%에서 이번 주 0.41%로 상승률이 소폭 둔화했으나, 인천 아파트값은 올해 15.19% 오르며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대체로 거래 활동 감소세가 지속됐으나, 재건축 계획안 통과 등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진 재건축이나 인기 단지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되며 상승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수도권 집값 상승률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주택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매매가격은 1.04%에서 1.17%로 오름폭을 키웠다.

이는 지난 2008년 6월(1.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서울은 0.49%에서 0.11% 오른 0.6%를 기록했다. 서울 역시 지난해 7월(0.71%)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사실상 모든 부동산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4차(전용면적 117.9㎡)는 지난 5월13일 41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전 최고가인 40억3000만원보다 1억4500만원이 상승했다. 또 현대아파트1차(전용면적 196.21㎡)는 지난 4월15일 63억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실거래가 51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올랐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수급불균형에 따른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주택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부 정책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불안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4일 대책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서울 3만3000가구를 비롯해 수도권에 총 13만2000가구 이상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신규 택지 후보지 중 지구 지정을 끝낸 곳이 단 한 곳도 없고,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의 반발로 표류하거나 철회했다.

여기에 올해 서울에서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이 지난해 대비 37%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4만9415가구였던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 3만1211가구로, 36.8%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입주도 16만3228가구로, 지난해(18만9891가구)보다 14.0% 줄어들 전망이다.

매매수급지수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8.0로 집계됐다. 전주(107.8) 보다 0.2p(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지난달 첫째 주 이후 5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이면 수요와 공급이 같은 수준이고, 200에 가까우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와 공급 사이 불균형이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집값 과열의 원인”이라며 “수급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거래 절벽 상황에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부동산 시장의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매물 부족에 따른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집값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하반기 입주 물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 수도권 집값 강세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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