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살짝만 닿고 마스크 써도… 누군지 다 압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8-20 03:00 수정 2021-08-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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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인식 기술 어디까지 왔나

최근 스마트폰의 생체인식 수단으로 2세대 지문인식 센서가 인기 있다. 신호철 슈프리마 상무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해 낮은 인식 정확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슈프리마가 개발한 지문인식 알고리즘 ‘바이오사인 4.0’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21에 탑재됐다. 아래쪽 사진은 일본 NEC가 개발한 안면 인식 시스템인 ‘네오페이스 워치’. 2차원 얼굴 이미지를 3차원으로 전환해 인식하며 0.3초 만에 160만 개의 얼굴을 검사한다. 슈프리마·NEC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생체인식 시장의 기술 지형을 바꿔 놓고 있다. 2017년 ‘아이폰X’부터 홈 버튼을 없애며 지문 대신 안면 인식 기술인 ‘페이스ID’로 갈아탄 애플은 다음 달 출시할 새로운 아이폰 모델에 지문인식을 다시 탑재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페이스ID가 작동하지 않는 데 따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반면 스마트폰을 제외한 분야에서는 코로나19로 비접촉식 인증 방식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안면 인식 기술이 생체인식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는 올해 3월 방문객의 빠른 입장을 위해 안면 인식 시스템을 설치했다. 일본 NEC는 2020 도쿄 올림픽에 안면 인식 방식의 신원 확인 시스템인 ‘네오페이스 워치’를 공급했다.


○스마트폰엔 위변조 불가능한 2세대 지문인식


현재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지문인식 기술은 2세대로 불린다. 지문인식 전문기업인 슈프리마에서 생체인식 알고리즘 개발을 총괄하는 신호철 상무는 “1세대는 지문 전체를 한 번에 캡처해야 인식이 가능하다”며 “2세대는 가로세로 각각 3mm, 4mm인 초소형 센서로 지문 일부만 인지해도 정확히 인식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지문 센서를 디스플레이 아래에 넣은 ‘언더디스플레이’ 방식도 2세대 특징 중 하나다. 기술적으로는 더 까다롭다. 손가락과 지문 센서 사이에 디스플레이가 끼어 있는 구조여서 인식 정확도를 높이려면 별도 기술이 필요하다. 카메라로 지문을 촬영하는 광학식 지문 센서는 2∼3mm의 매우 짧은 거리에서 초점을 맞춰 지문을 촬영해야 하고, 디스플레이의 회로 패턴 등 노이즈를 제거한 뒤 지문 영상만 분리해내야 한다. 초음파 지문 센서는 디스플레이를 통과해 아래에 있는 지문 패턴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올해 1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1에는 초음파 방식의 언더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퀄컴이 3차원 초음파 지문 센서를, 슈프리마가 지문인식 알고리즘인 ‘바이오사인 4.0’을 제공했다. 신 상무는 “퀄컴의 초음파 센서는 가로세로 8mm로 이전보다 인식 속도가 50%가량 빨라졌다”며 “딥러닝 기반의 지문 분석 알고리즘을 이용해 더 빨리, 더 정확히 인식한다”고 말했다.

2세대 지문인식 기술은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2에는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한 가짜 손가락 지문으로 비밀 서재에 잠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2세대 지문인식 기술 앞에선 이 같은 시도가 성공하기 어렵다. 신 상무는 “딥러닝 기반의 AI 알고리즘으로는 실제 사람의 피부에 의한 지문인지, 고무나 실리콘 같은 인공물로 만든 지문인지 구분한다”고 말했다.


○안면 인식, 딥러닝 결합하며 대세 기술로


스마트폰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접촉이 필요 없는 안면 인식 기술이 대세다. 안면 인식 기술은 10여 년 전 가시광선 대신 파장이 850∼940nm인 근적외선으로 얼굴 패턴을 인식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한 단계 진화했다. 이후 구글, 페이스북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수천만 장의 얼굴 사진을 딥러닝으로 학습시키면서 정확도가 급격히 높아졌고, 코로나19로 전성기를 맞았다.

NEC는 올해 초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얼굴을 식별하는 안면 인식 시스템을 공개했다.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는 눈 부위를 집중적으로 확인해 1초 안에 가려내며 정확도가 99.9% 이상이다. NEC가 올해 도쿄 올림픽에 공급한 네오페이스 워치는 인공 신경망 모델을 적용해 2차원 얼굴 이미지를 3차원으로 전환해 인식하며 0.3초 만에 160만 개의 얼굴을 검사할 수 있다. 정확도는 99.7%다.

안면 인식 기술은 범죄자 색출용 보안 기술 등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영국 런던 경찰청은 범죄 용의자를 찾기 위해 시내 곳곳에 안면 인식 카메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 안면 인식 기술 기업인 클리어뷰 AI는 사생활 침해와 정보 유출로 여러 건의 집단 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올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포함됐다. 최근에는 3000만 달러(약 345억 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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