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불복에 상관없이 징용배상금 추심소송 가능

박상준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 최지선 기자

입력 2021-08-20 03:00 수정 2021-08-2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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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채권압류-추심 명령에 미쓰비시가 항고해도 효력 유지돼
‘실질적 배상’에 가장 가까운 조치, 실제 지급까진 2~3년 걸릴 가능성
日정부 “명백한 국제법 위반” 반발… 韓정부 “양국관계 고려하며 협의중”



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물품대금 채권에 대해 추심 명령을 내림에 따라 피해자들은 미쓰비시 측의 불복 여부와 상관없이 배상금을 받기 위한 추심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2018년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을 내려 추심 소송에서도 승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배상금 직접 받아내는 추심 소송 가능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12일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기업 LS엠트론으로부터 받기로 되어 있던 8억5000여만 원의 물품대금 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 명령을 내렸다. LS엠트론이 미쓰비시중공업에 지급해야 할 금액이 존재한다면 그 중 배상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쓰비시가 아닌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법원이 결정한 것이다. 강제징용 관련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을 상대로 자산 압류가 일부 이뤄지긴 했지만 이번 법원 결정은 실질적 배상에 가장 근접한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피해자들이 배상금을 지급받으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LS엠트론이 추심 명령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에 줄 8억5000여만 원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수 있다. LS엠트론은 이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LS엠트론은 18일 “우리가 거래하는 회사는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니라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이라며 “두 회사가 동일 회사인지 확인한 다음에야 법원의 (추심) 통보에 어떻게 따를지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LS엠트론이 법원의 명령을 거부할 경우 피해자들이 LS엠트론을 상대로 “해당 금액을 지급하라”며 법원에 추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피해자들의 추심 소송이 18일부터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추심 소송은 추심 명령의 효력이 발생해야 제기할 수 있는데, 법원이 내린 추심 명령의 효력이 18일 발생했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추심 명령은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기만 해도 효력이 발생하는데, 18일 명령문이 제3채무자인 LS엠트론에 송달됐다.

법원이 추심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LS엠트론이 미쓰비시중공업에 지급할 금액이 존재하므로, 그중 배상금만큼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해 추심 명령을 이행하라”는 판결을 내리게 된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이번 법원 명령에 불복해 항고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추심명령의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LS엠트론을 상대로 추심 소송을 해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다. 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의 항고를 받아들여 “추심 명령은 위법하다”고 결정하면 추심 명령의 효력이 상실돼 추심 소송도 무효화될 순 있다. 하지만 이미 대법원이 2018년 미쓰비시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상 미쓰비시의 항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 실제 배상금 지급까지는 2, 3년 걸릴 듯
다만 피해자들이 실제 배상금을 지급받기까지는 2, 3년 가량 걸릴 수 있다. 우선 미쓰비시중공업이 압류·추심 명령문을 송달받기를 거부하면서 1년 가까이 시간을 끌 수 있다. 법원이 “명령문을 받아본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결정해도 미쓰비시가 법원 명령에 불복해 항고하면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추가로 1년이 걸릴 수 있다.

피해자들이 LS엠트론을 상대로 추심 소송을 제기해도 이 소송을 맡은 재판부가 “미쓰비시 측 항고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뒤에 판결을 내리겠다”고 방침을 정하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배상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 관련 사법 움직임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만약 (미쓰비시중공업 자산의) 현금화에 이르게 되면 일한(한일) 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는 것을 한국 측에 반복해서 전하고 있다”고 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현재 법원의 판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NHK가 19일 보도했다.

외교부는 19일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라면서 “피해자 권리 실현 및 한일 양국관계를 고려하면서 합리적 방안을 찾기 위해 일본 측과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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