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미미한 10대가 수십억 아파트 매입… ‘금수저’ 97명 세무조사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1-08-20 03:00 수정 2021-08-2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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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찬스’로 수억 빌라 산 정황도… 주택자금 받고 증여세 신고 안해
1020세대의 주택 취득 건수 늘자 국세청, 자금출처 검증 대폭 강화
“상환 내역 철저하게 사후 관리”



10대 후반인 A 씨는 최근 수십억 원대의 고급 아파트를 구입했다. A 씨는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식당에서 벌어들인 돈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의 재력 덕분이었다. 고액 자산가인 아버지는 고가의 주택 자금을 A 씨에게 줬는데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A 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의 임차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도 아버지가 세금을 탈루하고 편법 증여한 것으로 세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20대 초반인 B 씨도 개발 예정지에 있는 수억 원 상당의 빌라를 살 때 ‘부모 찬스’를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고소득자인 아버지로부터 빌라 취득 자금을 편법으로 증여받았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그는 주택을 살 때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엔 주택 구입 자금을 스스로 번 돈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는데, 당국 조사에선 뚜렷한 소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처럼 소득이 전혀 없거나 미미한데도 고가의 주택을 구입한 20대 이하 40명을 비롯해 97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19일 밝혔다. 주택 취득 자금을 편법 증여받거나 부모가 자녀 명의로 집을 구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51명과 법인자금을 부당하게 빼돌려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사업자 46명이 대상이다.

당국은 최근 주택 시장에서 20대 이하의 주택 취득 건수가 늘자 소득 자료 등을 활용해 주택 자금의 출처를 면밀히 조사했다. 특히 20대의 거래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크게 늘어난 서울 지역과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재건축 아파트, 빌라의 거래 내용을 집중적으로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에 적발된 이들 중에는 배우자와 공동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사들이기 위해 소득 신고 없이 배우자에게 아파트 자금을 편법 증여한 사례도 포함됐다.

당국은 가족으로부터 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한 이들이 돈을 제대로 갚는지를 살필 계획이다. 자녀가 빌린 돈을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지도 확인한다. 실제로는 부모가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명의는 자녀로 등기한 사례도 점검한다.

이와 함께 일정 금액 이상의 주택을 구입한 20대 이하를 대상으로 자금 출처 검증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주택뿐만 아니라 상가와 주식 등 다른 자산들의 거래에 대해서도 편법 증여와 탈세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차입금은 빌린 사람이 모두 갚을 때까지 상환 내역을 철저하게 사후 관리하겠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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