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 대중화 날개 삼아… 식품 스타트업 고공비행

김하경 기자

입력 2021-08-20 03:00 수정 2021-08-2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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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수요 폭발적 증가
밀키트 시장 3000억 규모 확대, 업체들 앞다퉈 새 메뉴 선보여
개성 갖춘 스타트업들 급성장세… CJ-롯데 등 대기업도 발굴 나서



1인 가구 가구주인 직장인 박수현(가명·30) 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진 뒤로 주말에 한 번 이상 밀키트(재료가 손질돼 있어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로 끼니를 해결한다. 박 씨는 “밀키트 메뉴가 워낙 다양해 선택지가 넓고, 조리 과정에서 직접 소스의 양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거리 두기에도 좋고 배달음식을 먹는 것보다 건강에 좋을 것이라 생각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밀키트 수요가 늘면서 국내 밀키트·가정간편식(HMR) 관련 국내 스타트업들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획일적 제품보다는 품질, 건강, 다양성 등이 고려된 차별화된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개성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약진하고 있다.

밀키트 업계 점유율 1위 업체인 프레시지는 국내 유명 외식 브랜드나 소상공인의 레시피를 제품화하는 간편식 퍼블리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색적이면서도 양질의 제품을 추구하는 MZ세대 취향을 잘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 제품으로는 지역 노포들과 협업한 HMR ‘백년가게 밀키트’ 등이 있다. 프레시지 매출은 2019년 712억 원에서 지난해 1271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올해는 2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 쿠캣이 운영하는 HMR 전문 온라인몰 ‘쿠캣마켓’도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딸기우유찹쌀떡 등 독특한 식품과 다양한 종류의 간편요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와 협업해 곰표 떡볶이 밀키트 2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젊은 세대가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에 레트로 감성을 더해 MZ세대의 눈길을 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캣의 지난해 매출은 390억 원으로 전년도 185억 원 대비 111% 늘었다.

국내 최초의 밀키트 전문기업인 마이셰프는 쿠팡 등 유통채널 60여 곳에 월평균 20만 개의 밀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1% 증가한 276억 원을 나타냈다.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1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000억 원으로 커진 데 이어 올해는 3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자 대기업들도 관련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은 식품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론티어 랩스’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기업에 최대 1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팀에 1년간 급여를 포함한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밀키트는 ‘한 끼 때우는’ 식의 시장과는 차원이 다르게 전문화 맞춤화되고 있다”며 “크라우드펀딩, 전문 벤처캐피털의 투자 등 스타트업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유망한 신생 업체들이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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