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반영못하는 ‘엉터리 통계’ 논란에도… 국토부는 묵묵부답

황재성기자

입력 2021-08-19 12:03 수정 2021-08-1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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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전경.© 뉴스1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내놓은 7월 집값 통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실거래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해 표본수를 대폭 늘린 결과 아파트값 평균이 한 달 새 50% 가까이 급등한 지역이 나오는 등 적잖은 부작용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언론과 전문가들은 앞 다퉈 “정부가 20여 차례에 걸친 주택정책에도 주택시장 안정에 실패한 원인이 ‘엉터리 집값 통계’에 있었다”며 혹독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과정에서 평소 같으면 해명자료 등을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던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원이 별다른 대응 없이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값 통계 작성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힌트를 통계청 산하기관인 한국통계진흥원이 지난해 11월 작성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2020년 정기통계품질진단 결과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집값 한 달 상승률, 0.8% vs 19.5%

이번 논란은 부동산원이 17일 공개한 보도자료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서 시작됐다. 이번 자료는 그동안 부동산원의 집값 통계가 실제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표본수를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조사기준 재설계 작업을 거친 뒤 나온 첫 작품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서울 집값 상승률은 0.60%로 전월(0.49%)보다 조금 더 올랐다. 아파트도 0.81%로 전월(0.67%)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이때 집값 상승률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다. 올해 6월 아파트매매가를 기준(100.0)으로 잡고 변동 상황(상승폭)을 보여주는 값이다.


문제는 매매가격지수 변동률과 달리 ‘평균주택가격’과 ‘중위주택가격’의 상승폭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아파트의 경우 평균주택가격이 전국은 4억9172만 원으로 전월(4억2606만 원)보다 15.4%, 서울은 11억930만 원으로 전월(9억2812만 원)보다 19.5%가 급등했다.


특히 서울 도봉구는 지난달 6억6792만 원으로 전달(4억5596만 원)보다 무려 46.5% 폭등했고, 성동(41.9%) 서대문(35.9%) 노원(35.1%) 중랑(34.1%) 관악(33.4%)영등포(33.0%), 성북(31.7%) 강서(30.8%) 강북구(30.4%) 등이 모두 30% 이상 높아졌다.


이번 조정으로 아파트 평균주택가격은 민간 통계와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서게 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11억5751만 원, 수도권은 7억2406만 원이다.


이런 결과에 언론과 전문가들은 “‘엉터리 통계’를 기반으로 정책을 양산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택시장의 혼란이 빚어졌다”며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잘못된 통계를 잣대로 시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정책을 기획 집행했고, 그 결과 주택시장이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총체적 난국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통계 작성을 주도한 부동산원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평균주택가격이 급등한 것은 보완작업 과정에서 고가의 신규 입주 아파트들이 표본에 다수 편입된 결과”라고 해명했다. 이어 엉터리 통계 논란에 대해선 “실무자로서 말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4년 전 기준으로 300명이 조사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은 왜 발생한 것일까. 한국통계진흥원이 지난해 11월 작성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2020년 정기통계품질진단 결과보고서’에서 힌트를 구할 수 있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동향조사는 1985년 국가통계로 승인을 받은 뒤 이듬해인 1986년 37개 도시, 2498채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이후 5년 단위로 조사기획 재설계 등의 절차를 거치며 조사표본대상 주택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 6월까지 시행된 주택가격동향조사는 2017년에 설계된 기준에 따라 진행됐다. 300여 명의 조사원이 월간조사는 5일에 걸쳐, 주간조사는 매주 2일에 걸쳐 표본으로 설정된 주택을 대상으로 실거래 여부, 거래사례 비교, 매물가격(호가), 공인중개업소 및 거래정보사이트 조사가격 등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표본수는 월간조사의 경우 아파트 1만7190채, 연립 6350채, 단독주택 4820채 등 모두 2만8360채이다. 아파트는 전체(970만7643채)의 0.18%, 연립(265만3071채)은 0.23%, 단독(422만63채)은 0.11%에 해당한다.

주간조사는 아파트만 대상으로 진행되는 데 표본수는 9400채에 불과했다.


통계진흥원은 이에 대해 “조사기준 재설계 기간이 5년으로 지나치게 길고, 조사원의 전문성이 부족하며, 주간조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표본수 등이 적다”며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 늘리고, 검증위원회 도입

이같은 지적에다 집값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원의 집값 통계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개선방안을 추가로 마련했다.


개선방안에 따라 정부는 7월 조사부터 조사기준을 전면 재설계했다. 또 집값 통계의 정확성 등을 검증할 지수검증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올해 이미 2차례에 걸쳐 위원회가 소집됐고, 이달 중 3차 회의가 열린다.


표본수도 대폭 늘렸다. 월간조사 대상은 2만8360채에서 4만6000채로 62% 증가했다. 늘어난 물량은 모두 아파트로, 1만7190채에서 3만5000채가 됐다. 아파트만 조사하는 주간조사 대상도 9400채에서 3만2000채로 무려 240% 증가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올해 관련 예산(주택가격동향조사)을 지난해(58억4000만 원)의 배에 가까운 115억9000만 원으로 편성했다. 부동산원도 조사원을 25명 늘려 가동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집값 통계에 대한 우려는 남는다. 무엇보다 통계조사의 가장 중요한 작업을 맡게 될 조사원의 업무 과중이 우려된다. 조사대상이 3만7760채(월간 2만8360채+주간 9400채)에서 7만8000채(4만6000채+3만2000채)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조사원은 25명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통계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이전 기준으로 조사원이 하루 50개 단지, 1단지 당 10분을 조사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따라서 늘어난 조사대상을 감안할 때 조사원들이 현장 조사를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원은 “내부시스템 효율화를 통해 인력 수요를 최소화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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