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늘자 분당-세종 전셋값 꺾여… “공급이 답” 입증

김호경 기자 , 최동수 기자

입력 2021-08-19 03:00 수정 2021-08-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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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셋값 역대 최고폭 뛰어도… 신축 3800채 풀린 분당은 떨어져
집주인들 “값 낮출까” 문의 이어져… 세종도 올해 입주물량 대폭 늘며
매매-전세가 동시 하락 ‘전국유일’… 내년 매물 소진되면 다시 오를듯
“충분한 공급 지속돼야 가격 안정”




“물량이 많이 풀렸는데 별수 있나요? 집주인이 가격을 낮춰야죠.”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판교 대장지구’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이모 씨(48)는 전세 계약금이 적힌 수첩을 내밀어 보였다. 그가 중개한 아파트는 5월에 입주를 시작한 대장지구 내 더샾포레스트12단지 30평대(전용면적 84m²) 아파트. 4월만 해도 9억 원이던 전셋값이 지난달 6억6000만 원까지 하락했다. 그는 “잔금이 급한 집주인이 전셋값을 급하게 낮췄다”며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아야 하는지 묻는 집주인들의 전화가 자주 온다”고 전했다.

주변 아파트 전셋값도 떨어졌다. 이곳에서 차로 5∼10분 거리로 ‘서판교’에 속하는 분당구 운중동 산운13단지 휴먼시아데시앙아파트 전용 84m² 전셋값은 지난달 말 7억 원에서 2주 새 6억6000만 원까지 내렸다. 인근 분당구 삼평동 봇들마을 이지더원2단지 전용 84m² 전셋값 역시 3월 8억5000만 원에서 지난달 7억 원으로 하락했다.

임대차 3법 여파에 가을 이사철이 겹치며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있지만 분당은 오히려 전셋값이 떨어졌다. 대장지구를 중심으로 대단지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다. 충분한 공급만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본이 현장에서 여실히 입증된 셈이다.

○ ‘공급에 장사 없다’는 기본 입증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분당구 아파트 전세가는 전달보다 0.47% 내렸다. 부동산원이 통계를 집계하는 전국 176개 지역 중 하락 폭이 가장 크다. 그 여파로 성남 전체 아파트 전세가도 0.23% 떨어졌다.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가 1.14% 올라 7월 상승률로는 통계를 집계한 2014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게 뛰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분당 전세가가 떨어진 것은 대장지구 입주 직전인 4월부터다. 대장지구를 포함한 올해 분당구 입주 물량은 5560여 채로 지난해보다 약 40%(1600여 채) 많다. 대장지구 물량(3800여 채)은 분당구 전체 물량의 70%에 육박한다.

이 같은 대규모 공급에 매물이 쌓이며 분당 전셋값이 4개월 연속 떨어졌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집계한 분당 아파트 전세 물건은 18일 기준 1737건으로,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극심했던 지난해 10월 10일(241건)의 8배 수준이다.

비(非)수도권에서는 세종에서 기존 최고가보다 1억∼2억 원 낮게 거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세종 아파트 전세가는 지난해 60.6% 올라 전국 최고의 상승률을 나타냈지만 올 5월부터는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올 6월 이후 매매가도 동반 하락세다. 전국에서 매매가와 전세가가 모두 떨어진 시도는 세종이 유일하다. 세종시 ‘새뜸10단지더샵힐스테이트’ 전용 84m²는 지난달 10억1000만 원에 팔렸다. 이는 올해 4월(11억9500만 원)보다 1억8500만 원 낮아진 수준이다.

이는 올해 세종 입주물량이 7700여 채로 지난해(4300여 채)의 1.8배로 늘어난 영향이 크다. 세종 아파트 매매수급지수와 전세수급지수는 올 5월 이후 3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가 100 이하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뜻이다.

○ 내년 입주 물량 적어 가격 급등 우려 여전


문제는 앞으로다. 전세가가 하락세를 보여도 전세 매물이 소진되면 다시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경기 과천이 대표적이다. 과천은 올 1∼6월 전셋값이 6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지난달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대단지 입주가 몰리며 충분한 공급이 이뤄졌지만, 이 물량들이 계약되면서 전세가가 다시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가격이 크게 올랐던 분당과 세종은 올해 입주물량 증가로 가격이 떨어졌지만, 현재 입주물량의 상당 부분이 계약돼 하락세가 지속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등 대다수 수도권 지역은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입주 물량이 부족해 급등 우려가 더 크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684채로 지난해(4만9415채)보다 줄었는데, 내년에는 2만463채로 더 감소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충분한 공급이 지속돼야만 집값과 전셋값 모두 안정시킬 수 있다”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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