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 66%-철광석 56%↑… 원재료값 급등에 “남는게 없다”
곽도영 기자 , 임현석 기자
입력 2021-08-19 03:00 수정 2021-08-19 03:01
주요 상장사 상반기 보고서 분석
조선3사, 실적 호조에도 3조 손실… 車-전자-식품업계도 ‘재료값 쇼크’
“물고기 낚아도 다 뜯긴채 올라와”… 전문가들 “상승세 연말까지 지속”
각국 경기 부양책에 따른 수요 회복과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에 원재료 가격 상승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조선, 식음료 등의 업종에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상반기에 적자로 돌아서거나 영업이익이 축소되는 등 경영수지 악화가 현실로 나타났다.
18일 본보가 주요 상장사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자 자동차 조선 배터리 식품 등 업종별 주요 원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업계는 패널, 레진(합성수지), 구리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전 부문의 타격이 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기보고서에서 “소비자가전(CE) 부문 주요 원재료인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전년 대비 약 66% 상승했다”고 언급했다. LG전자도 경기 부양에 따른 수요 증가와 북미 한파 등의 영향으로 강철과 레진 가격이 각각 14.0%, 16.2% 올랐다고 공시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부담도 악영향을 미쳤다.
자동차·조선업계에는 철강과 후판(두께 6mm 이상 철판) 가격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차량 제조에 쓰이는 철판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올 상반기 t당 15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4% 올랐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반기보고서에 이 기간 후판 가격이 48.1% 올랐다고 공시했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올해 상반기 수주실적이 한 해 목표량의 74.4%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총 3조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선박 건조비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비용 상승이 각 회사별로 수천억 원대의 공사손실 충당금으로 반영돼 실적이 나빠졌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계의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도 심상치 않다. 리튬·니켈 가격 폭등에 따라 양극재(19.5%·LG에너지솔루션 공시)와 실리카(15.2%·삼성SDI 공시) 가격이 모두 전년 대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계도 원재료 가격 상승에 몸살을 앓고 있다. 수요 증가는 물론이고 한파, 가뭄 등 이상기후에 따른 곡물 수급 불안정까지 더해져 실적이 나빠지고 이를 메우기 위한 소비자 가격 상승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팜유(62.2%·농심 공시)와 대두(22.6%·CJ제일제당 공시) 가격이 치솟으며 식품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농심과 오뚜기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6.6%, 21.6% 감소했다. 한 제조업계 주요 기업 임원은 “업계 상황이 ‘노인과 바다’ 같다. 물고기를 낚긴 낚았는데 올라오면서 다 뜯겨나가는 구조”라고 비유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올해 하반기(7∼12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천소라 KDI 연구위원은 “현재의 원재료·물류비 상승은 글로벌 경기 회복 단계에서 수요 공급 불일치로 나타나는 병목현상이다. 최근 지표에서도 원재료 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 하반기 산업계에 주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조선3사, 실적 호조에도 3조 손실… 車-전자-식품업계도 ‘재료값 쇼크’
“물고기 낚아도 다 뜯긴채 올라와”… 전문가들 “상승세 연말까지 지속”
각국 경기 부양책에 따른 수요 회복과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에 원재료 가격 상승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조선, 식음료 등의 업종에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상반기에 적자로 돌아서거나 영업이익이 축소되는 등 경영수지 악화가 현실로 나타났다.
18일 본보가 주요 상장사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자 자동차 조선 배터리 식품 등 업종별 주요 원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업계는 패널, 레진(합성수지), 구리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전 부문의 타격이 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기보고서에서 “소비자가전(CE) 부문 주요 원재료인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전년 대비 약 66% 상승했다”고 언급했다. LG전자도 경기 부양에 따른 수요 증가와 북미 한파 등의 영향으로 강철과 레진 가격이 각각 14.0%, 16.2% 올랐다고 공시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부담도 악영향을 미쳤다.
자동차·조선업계에는 철강과 후판(두께 6mm 이상 철판) 가격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차량 제조에 쓰이는 철판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올 상반기 t당 15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4% 올랐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반기보고서에 이 기간 후판 가격이 48.1% 올랐다고 공시했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올해 상반기 수주실적이 한 해 목표량의 74.4%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총 3조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선박 건조비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비용 상승이 각 회사별로 수천억 원대의 공사손실 충당금으로 반영돼 실적이 나빠졌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계의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도 심상치 않다. 리튬·니켈 가격 폭등에 따라 양극재(19.5%·LG에너지솔루션 공시)와 실리카(15.2%·삼성SDI 공시) 가격이 모두 전년 대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계도 원재료 가격 상승에 몸살을 앓고 있다. 수요 증가는 물론이고 한파, 가뭄 등 이상기후에 따른 곡물 수급 불안정까지 더해져 실적이 나빠지고 이를 메우기 위한 소비자 가격 상승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팜유(62.2%·농심 공시)와 대두(22.6%·CJ제일제당 공시) 가격이 치솟으며 식품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농심과 오뚜기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6.6%, 21.6% 감소했다. 한 제조업계 주요 기업 임원은 “업계 상황이 ‘노인과 바다’ 같다. 물고기를 낚긴 낚았는데 올라오면서 다 뜯겨나가는 구조”라고 비유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올해 하반기(7∼12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천소라 KDI 연구위원은 “현재의 원재료·물류비 상승은 글로벌 경기 회복 단계에서 수요 공급 불일치로 나타나는 병목현상이다. 최근 지표에서도 원재료 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 하반기 산업계에 주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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