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특수물건, 법리 꿰면 수익도 짭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입력 2021-08-17 03:00 수정 2021-08-1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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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법 지식, 자칫 경매사고 유발
‘임차인 대항력’ 있던 남양주 아파트… 첫 낙찰자 잔금 포기, 입찰금 날려
K씨, 낙찰 후 개정법 근거 의견서 내… 보증금 배당 문제 해결 후 차익 실현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법적으로 복잡한 특수물건을 입찰할 때는 정확한 지식이 필수다. 어중간한 지식으로 입찰해서는 자칫 경매 사고를 당할 수 있다. 금쪽같은 입찰보증금을 날릴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가 경매에 나왔다. 전용면적 85m² 이하의 아파트로 인근에 초중고교가 모두 포진한 대단지여서 입지도 나무랄 데 없었다. 시세는 7억50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급등한 가격을 반영하지 못한 탓에 감정가는 4억5100만 원에 그쳤다.

첫 경매 기일에 누군가 5억6000만 원에 낙찰을 받았다가 잔금을 미납했다. 입찰보증금 4500만 원은 법원에 몰수됐다. 알고 보니 보증금 3억6000만 원에 대항력을 가진 임차인이 있었던 탓이다.

혹시 임차인이 배당 요구를 했나 싶어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경매 절차에서 배당을 받는다면 그 금액만큼은 낙찰자가 인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차인은 배당 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낙찰자가 보증금 3억6000만 원 전액을 떠안아야 하는 물건이라는 의미다. 잔금을 미납한 전 낙찰자의 사정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법적인 하자가 있는 물건이지만 이번에는 낙찰될 것이 분명했다. 최저가가 3억1000만 원까지 떨어지다 보니 임차인의 보증금 전액을 떠안아도 낙찰자는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덕분이다. K 씨가 이 물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문제는 입찰가 산정이었다. 물건명세서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차인의 보증금 중 일부인 1억6000만 원을 승계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확인해 보니 HUG는 승계된 금액의 범위 내에서 배당 요구까지 해두고 있었다.

임차인이 1억6000만 원의 전세대출을 받았고, 이 대출금에 대해 HUG가 보증을 선 것으로 추정됐다. 위 보증에 대한 담보로 같은 금액만큼 보증금을 양도받아 뒀던 것이다.

이 경우 HUG가 임차인을 대신해 1억6000만 원을 배당받는다면, 낙찰자는 임차인에게 잔액 2억 원만 지급하면 내보낼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물건명세서의 내용이 모호했다. 과거 대법원 판례상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지 않으면 배당 요구를 할 수 없는데, 임차인이 배당 요구를 통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지 않았으니 HUG도 임차인을 대신해 배당을 받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물건명세서의 내용대로라면 낙찰자가 보증금을 전액 인수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현행 주택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 해지 없이도 HUG가 배당받을 수 있도록 개정됐기 때문이다.

K 씨는 4억4000만 원의 가격을 써내 입찰에 나섰다. 법적으로 난해한 물건인지라 입찰자는 단 두 명뿐이었다. 다른 입찰자는 임차인의 보증금 3억6000만 원을 떠안는다는 전제로 낮은 입찰가를 써냈고 결국 K 씨가 낙찰을 받았다.

낙찰 후 필자는 K 씨의 요청을 받아 경매법원에 배당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과거 판례는 폐기됐으니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규정에 따라 HUG에 배당이 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결국 이 사건은 HUG에 일부 보증금을 배당해주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 사이에 해당 아파트의 호가는 8억3000만 원까지로 뛰었다.

같은 물건을 놓고 어떤 이는 보증금을 잃고 어떤 이는 패찰을 했지만 K 씨는 정확한 법리를 근거로 낙찰받아 두 달도 안 돼서 2억 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경매는 공부한 만큼 수익이 나는 정직한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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