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내 잘못” 잠정구에 발목 잡혀 컷 탈락한 대세 박민지[김종석의 TNT타임]

김종석기자

입력 2021-08-14 17:22 수정 2021-08-14 19:0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1라운드 4벌타 끝에 대회 3연패 도전 실패
시즌 3번째 컷 통과 실패로 뼈아픈 교훈
“앞으론 프로비저널볼 잘 말하고 다니겠다.”


14일 몽베르CC에서 열린 MBN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플레이하고 있는 박민지. 대회 3연패를 노린 박민지는 컷 통과에 실패했다.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세로 떠오른 박민지(23)가 3년 연속 우승을 노렸던 무대에서 시즌 3번째 컷 탈락했다.

박민지는 14일 경기 포천의 대유 몽메르C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중간합계 3오버파 147타로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시즌 6승을 올린 박민지는 이 대회에서 2019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으나 올해는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박민지가 컷 통과에 실패한 것은 4월 KLPGA챔피언십과 7월 맥콜 모나파크 오픈에 이어 세 번째다.



●잠정구 선언 없이 플레이 화근



전날 6번 홀(파5)에서 4벌타를 받은 끝에 10타 만에 홀아웃하며 퀸튜플 보기(더블파, 양파)를 저지른 것에 결국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1라운드를 3오버파 75타로 마친 그는 120명 가운데 공동 94위까지 처졌다. 이날 순위를 80위까지 끌어올렸지만 2라운드 컷 통과 기준선인 이븐파 144타를 넘지 못했다.

당시 상황을 다시 복기해보자. 박민지는 이 홀에서 투온을 노린 공이 숲으로 들어가 없어진 것으로 간주한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프로비저녈볼(잠정구)을 치겠다는 의사를 동반 플레이어에게 밝혔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1벌타 후 프로비저널 볼을 친 뒤 자신의 캐디가 러프에서 발견한 처음 친 공으로 플레이를 이어가면서 규칙 위반으로 3벌타를 추가로 받았다.


KLPGA 제공




●“퀸튜플 보기가 5오버파인 것 12년 만에 처음 알아.”



골프 규칙 18조 3항에 따라 동반 플레이어에게 ‘프로비저널볼(잠정구)’ 플레이를 하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은 박민지는 숲 앞쪽에서 찾은 공이 인플레이 상태가 아니므로 더 이상 쳐서는 안 됐다. 잘못된 공(오구)을 친 것이 돼 2벌타를 받았다. 또 그린 앞쪽에 놓인 공을 특별한 이유 없이 집었기 때문에 1벌타가 보태졌다. 잠정구라는 용어는 2019년 개정된 대한골프협회 골프 규칙에서 프로비저널볼로 번역하고 있다.

결과론이지만 잠정구를 치겠다고 선언한 뒤 처음에 쳤던 공을 찾아 쳤더라면 벌타 없이 3온으로 파도 가능했다. 잠정구 플레이 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공을 찾았더라도 계속 잠정구로만 플레이 했더라도 5온으로 보기까지 노릴 수 있었다. 박민지에게는 뼈아픈 교훈이 됐다.

2라운드까지 10언더파를 기록한 안나린이 단독 선두에 나섰다

박민지는 1라운드 후 인스타그램에 “5개 오버가 퀸튜플 보기인 것을 12년 만에 처음 알았다”며 “오늘이 교훈이 되어 앞으로 평생 프로비저널볼(잠정구) 잘 말하고 다니렴 민쟈(민지야)”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당시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한 해명에도 나섰다. “(동반자였던 오)지현 언니가 도와주려고 한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자 사람들이 언니가 클레임을 걸었다고 오해했다”며 “언니는 저를 도와주려다가 오해받는 일이 생겼다. 언니에게 정말 감사드리고 (언니는) 정말 멋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도쿄 올림픽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김세영. 동아일보 DB




●김세영도 비슷한 착각으로 벌타



잠정구를 둘러싼 박민지의 착각은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 3라운드에서 김세영을 떠올리게 한다. 김세영은 12번 홀까지 버디만 4개를 골라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13번 홀(파4)에서 티샷이 OB 방향으로 날아가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김세영은 잠정구를 치고 나간 뒤 원구가 살아 있어 그 공으로 플레이를 했고, 더블 보기를 범했다. 하지만 동반자에게 잠정구를 치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오구(잘못된 볼) 플레이를 한 게 돼 2벌타를 더해 쿼드러플 보기가 됐다.

김세영 역시 박민지처럼 “잠정구를 칠 때 반드시 ‘프로비저널볼’ 또는 ‘잠정구’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잠정적으로 공을 플레이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는 골프 규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박민지와 달리 잠정구로 친 공을 집어든 부분과 관련한 벌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프로가 아니더라도 아마추어 골퍼들도 라운드 도중 잠정구를 칠 상황이 발생하면 동반자에게 “하나 더 칠게”라는 식의 발언보다는 명확하게 ‘잠정구’ 또는 ‘프로비저널볼’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혼란이나 분쟁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스코어도 지키고.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