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경영현안부터 챙긴 이재용… 文 “반도체-백신역할 기대”

의왕=서동일 기자 , 박효목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21-08-14 03:00 수정 2021-08-1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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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가석방 직후 집무실로
반도체 공급망 둘러싼 미중갈등 등… 207일 경영공백기간 현안 쌓여
재계 “李, 투자-M&A 성과 의지”… 연휴기간 부친 묘소 참배후
삼성 준법감시위 찾을 가능성도


수척해진 이재용… 수술후 몸무게 13kg 줄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지난해 12월 재수감 전 당시 모습(왼쪽)과 비교해 눈에 띄게 흰 머리카락이 늘고 수척해진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4월 급성충수염으로 대장 일부를 절제하는 응급수술을 받은 후 체중이 약 13kg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의왕=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재용, 가석방후 곧바로 집무실로 ‘경영 복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자택이 아닌 삼성전자 서초사옥 집무실을 찾아 업무 현안을 보고받는 등 사실상 곧바로 경영에 복귀했다. 반도체, 백신 등의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바라는 사회적 기대가 큰 만큼 하루빨리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를 드러낸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오전 10시 10분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온 이 부회장은 취재진에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를 잘 듣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한 차례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삼성 안팎에선 미국 내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투자, 신사업 인수합병(M&A) 등 각 계열사 경영 현안과 백신 확보 등에 대한 의사결정이 발 빠르게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대외 메시지 등을 통해 계획을 밝히기보다는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국내외 현장 경영도 곧 재개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통해 “반도체와 백신 분야의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밀렸던 경영현안부터 챙긴 이재용… 文 “반도체-백신역할 기대”

“걱정-비난-기대 잘 듣고 있어… 열심히 하겠다” 13일 가석방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취재진에게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출소 후 곧바로 경영에 복귀했다. 의왕=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3일 오전 흰셔츠에 노타이 양복 차림으로 서울 구치소에서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저에 대한 비난과 우려,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며 간단히 소회를 밝힌 뒤 곧바로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으로 향했다.

이후 서초사옥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집무실에서 1월 재수감 뒤 총 207일의 경영 공백 기간 동안의 밀린 업무 현안들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반도체·스마트폰, 바이오 등 주력 사업 부문 및 사업지원TF 등 실무 경영진도 시급한 경영 현안을 우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오후 7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출소 직후 사회적 기대를 알고 있다고 강조한 만큼 가석방에 대한 여러 사회적 논란과 비판에 얽매이지 않고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등 실질적인 ‘경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이 부회장)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며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부회장이 취업 제한 등의 제약에 발목 잡히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로써 ‘총수 부재’라는 악재를 털어낸 삼성전자의 경영시계는 더욱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청와대가 반도체와 백신을 콕 집어 국민 요구에 부응하길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갈등 위기를 헤쳐 나갈 해법,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의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가석방을 찬성한 국민의 요구와 관련해 “(찬성하는) 국민 명분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라는 한미정상회담 후속조치, 코로나 백신 확보 역할”이라며 “그런 국민 요구가 있었고 이 부회장도 그런 마음이겠지만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까지 찬반 여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여러 차례 입장이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종합적으로 시점을 고려해 이 부회장이 출소한 이날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14∼16일 연휴기간에는 경기 수원시 가족 선영을 찾아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 등의 묘소에서 참배할 것으로 알려졌다. 17일에는 정기회의가 예정돼 있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외 현장경영 재개 시점 역시 관심사다. 이 부회장은 명절 기간을 이용해 계열사 해외 현장을 찾아왔다. 10월 25일은 지난해 별세한 이건희 회장의 1주기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한눈에도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4월 급성충수염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대장 일부를 절제하는 응급수술을 받은 뒤 고열 등 후유증을 겪은 탓이다. 이 부회장은 이후 몸무게가 약 13kg 정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건강이 안 좋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가석방 현장에는 수많은 취재진을 비롯해 경찰, 삼성노조 및 민주노총, 보수·진보단체 지지자 등 수많은 인원이 몰렸다. 이 부회장이 정문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양측 지지자들은 ‘경제를 살려 달라’ ‘가석방에 반대한다’ 등 지지와 비난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경영현안 우선순위, 취업제한 및 보호관찰, 사법 리스크 등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 대한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의왕=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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