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도, 혈압도 정상으로 뚝…중년의 건강관리 ‘아이스하키’가 제격

김상훈 기자

입력 2021-08-13 14:05 수정 2021-08-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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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는 꽤 격한 운동이다.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가 ‘보디 체크’다. 상대방을 향해 돌진해 몸을 부딪쳐 공격을 막는 몸싸움이다. 거친 만큼 부상이나 사고도 많을 것 같다. 신영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49)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중년의 건강관리로 아이스하키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까. 신 교수와의 인터뷰는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신 교수는 난도가 특히 높은 무릎 인공관절 재수술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관절 수술은 이제 어렵지 않은 수술이 됐다. 하지만 감염이나 관리 부실로 인해 재수술하는 경우 성공률은 많이 떨어진다. 신 교수는 이 재수술 분야에서만 최근 4년 동안 국제적인 저널에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신영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고 나서 체중이 10㎏ 가까이 줄었고 고혈압도 정상치로 떨어졌다. 신 교수가 하남아이스링크에서 아이스하키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은 방역수칙을 지킨 상태에서 촬영했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 아들 돌보다가 우연히 입문
신 교수는 어쩌다 아이스하키를 택한 걸까.

2018년 7월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이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아이스하키를 배울 일이 생겼다. 성인용 아이스하키 장비는 10㎏. 초등학생용도 6㎏ 내외로 무게가 만만찮다. 부모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아이스링크에는 신 교수처럼 아이를 돕기 위해 대기하는 아빠들이 적잖았다. 몇몇 아빠는 아이들이 레슨 받을 때 한쪽에서 재미삼아 스케이트를 탔다. 처음에 심드렁하던 신 교수도 6개월 정도 지나자 은근히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래도 한때는 스케이트 꽤나 탔는데…. 현실은 냉정했다. 스케이트를 신고 채 10m도 못가 꽈당 넘어졌다. 간신히 일어났다. 또 넘어졌다. 오기가 생겼다. 아이스하키까지 배우고 말리라. 신 교수의 아이스하키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후 3개월 정도 레슨을 받지 않고 혼자 스케이팅 기본동작을 연습했다. 이후 정식으로 아이스하키 레슨을 받았다. 매주 금요일이면 병원 업무를 마치자마자 득달같이 아이스링크로 달려갔다.

● ‘지옥 훈련’ 버티면 즐길 수 있어



신 교수는 4개월 동안 집중 레슨을 받았다. 스케이트를 신은 상태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기본기를 충분히 배운 다음 스틱을 잡았다. 처음에는 상당히 힘들었다. 무거운 장비가 어깨를 짓눌렀다. 조금만 걸었는데 토할 것 같았다. 세상이 노랗게 변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신 교수는 “내 체력이 얼마나 ‘저질’이었는지 그때 깨달았다”며 웃었다.

20m쯤 갔을 때부터 시야가 가릴 만큼 땀이 흘러내렸다. 50m도 못 가고 주저앉았다. 두 번째 날도 비슷했다. 셋째 날이 돼서야 50m 지점에 이를 수 있었다. 100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기까지는 두 달이 걸렸다.

이 기간을 견디니 여유가 찾아왔다. 신 교수는 “따로 체력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즐기려면 이 훈련을 견뎌야 한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했는데 놀랍게도 그 다음부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자신이 붙자 신 교수는 성인 아이스하키 동호회에 가입했다. 동호회는 매주 월요일 밤 모임을 가졌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주말 이틀, 금요일 밤 레슨에 이어 월요일 밤 아이스하키 동호회 활동까지 시작한 것이다. 일주일에 무려 4회를 아이스링크에서 보내는 셈이다.

경기를 가졌다. 아이스링크를 질주하는 기분이 상쾌했다. 스틱을 휘둘러 퍽을 쳐서 슈팅을 날리는 짜릿함이 몸에 각인되는 것 같았다. 월요일 오후가 되면 몸이 들썩였다.

신 교수는 요즘 속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동호회 활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동호회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 “체중 안 빠질 수 없는 운동”
신 교수는 건강 증진 목적으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하지 않았다. 물론 체중 감량을 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건강해졌다.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이스하키에 입문할 당시 신 교수 체중은 75~76㎏이었다.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온 복부비만이었다. 지금 신 교수 체중은 64~67㎏이다. 그 사이에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사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따로 운동한 적은 없다. 집중 레슨의 효과다.

신 교수는 “체중을 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아이스하키만 하면 저절로 빠지게 돼 있다”며 웃었다. 레슨이 테크닉을 배우고 개선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체력 증진 요소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슨 받을 때는 5분이 경과하기도 전에 헬멧에서 바닥으로 땀이 빗물처럼 주르륵 떨어진다. 훈련 강도가 너무 강해 15분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이어 2, 3분 쉬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한 다음 훈련을 재개한다.

체중만 줄어든 게 아니다. 다른 건강지표도 뚜렷이 개선됐다. 사실 전에는 혈압이 꽤 높은 편이었다. 수축기 혈압 150mmHg, 이완기 혈압 95mmHg에 육박했다. 정상 혈압은 각각 120mmHg, 80mmHg 미만이어야 한다. 신 교수의 경우 사실상 1기 고혈압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아이스하키를 3년 남짓 하다 보니 혈압이 완벽하게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혈압 환자에게 적당한 운동은 필수다. 신 교수 또한 “좋아하는 운동을 매주 2~4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건강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허벅지가 튼튼해졌다. 아이스하키 경기를 할 때는 기마 자세로 스케이트를 타야 한다. 그러니 허벅지 근육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 교수는 그 전에는 3층 높이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 계단으로 오르면 숨이 턱 막혔다. 요즘은 3층 정도는 가볍게 계단으로 오른다.

아들과 아이스하키를 같이 하고 아내도 함께 스케이팅을 하다 보니 공통 관심사가 생겼다. 대화도 많아졌다. 신 교수가 꼽은 최고의 장점이 이것이다.

“가족과의 유대감과 친밀도가 높아졌답니다.”

신영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연습하기 전에 아킬레스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아이스하키에 도전하는 데 조건이 있을까. 60대도 가능할까. 신영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나이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부상도 크게 걱정할 게 없단다. 보호장비가 외부와의 충격을 완화해 주기 때문이다. 스스로 주의하면서 스케이팅을 즐기면 부상이나 사고는 별로 생기지 않는다. 신 교수에 따르면 부상이나 사고는 주로 마음이 앞설 때, 혹은 무모하게 도전할 때 발생한다. 이를테면 무리하게 터닝을 하거나 속도를 올렸다가 얼음판에 날이 깊이 박힐 때가 그렇다. 이 경우 발목 골절, 무릎 부상, 십자인대 파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정식으로 최소한 3개월은 전문가에게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 기술을 배우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스케이팅을 하면서 스틱을 제대로 다루는 데까지 3개월이 걸린다. 다만 체력이 좀 약하다 싶으면 기간을 조금 늘려 4, 5개월 정도 배우면서 기술을 연마하도록 한다.

운동하기 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먼저 발바닥을 최소한 5분 정도는 주물러 주는 게 좋다. 신 교수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꽤 중요하다. 선수들도 실제로 이런 마사지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목 아킬레스건을 튼튼하게 하는 스트레칭도 해야 한다. 선 채로 벽에 손을 짚는다. 이때 상체나 팔에 힘을 주면 안 된다. 가급적 힘을 빼고 모든 신경은 발목에 쏟는다. 이어 발목 뒤쪽이 팽팽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쭉 뻗어준다. 20초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한 뒤 발을 번갈아가며 동작을 반복한다. 각각 3회 이상씩 해 준다. 평소에도 이 스트레칭을 자주 하면 아킬레스건이 튼튼해지고 발바닥에 통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을 예방할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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