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與 “요금 일방인상 등 플랫폼 횡포 규제”… IT업계 “혁신 저해 우려”

지민구 기자 , 이윤태 기자 , 전남혁 기자 , 김도형 기자 , 김성모 기자

입력 2021-08-13 03:00 수정 2021-08-1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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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委, 국감 주요과제 선정
소상공인-근로자 보호에 초점
경영진 다수 증인 채택 가능성
IT업계 “혁신까지 저해 우려”


여당이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이 유발하는 사회적 갈등 문제를 중점적으로 파헤치기로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의 ‘갑질’을 부각하고 소상공인 보호를 강조하면서 적극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1 공동 국정감사 오리엔테이션(OT)’을 열어 플랫폼 기업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국정감사에서 공동으로 문제 제기에 나서기로 했다.

을지로위원회는 민주당이 2013년 남양유업 갑질 사태를 계기로 갑(甲)의 횡포로부터 을(乙)을 지키겠다는 모토를 내걸고 출범한 조직이다. 을지로위원회는 소상공인 정책을 담당하는 당내 민생기구로 우원식, 홍익표, 윤관석 등 민주당 의원 74명이 포함돼 있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장치가 미비한 상황”이라며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자 이 문제를 주요 국정감사 과제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발 사회 갈등의 중재를 내세웠지만 거대 플랫폼 기업의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플랫폼의 문제를 ‘갑을 관계’로 보고 택시기사, 입점업체 등 소상공인, 플랫폼 종사자, 소비자 등 약자들의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규제 공백, 소상공인 및 플랫폼 노동자의 희생 속에 어느새 경제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등극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플랫폼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이슈를 확산하기 위해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요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 경영진 다수를 국정감사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부적으로는 쿠팡 경영진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세부 조율을 거쳐 원내지도부와 협의할 예정”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플랫폼을 겨냥한 규제 입법 움직임에 IT, 스타트업 업계에선 혁신을 저해하고 신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선 온라인 이용자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 채 영세한 자본으로 신사업에 도전하는 IT 기업, 스타트업까지 갑(甲)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與 “요금 일방인상 등 플랫폼 횡포 규제”… IT업계 “혁신 저해 우려”
與을지로위 ‘플랫폼 횡포’ 규제 착수

“과거 문제가 됐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하청구조보다 더 심각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도 있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올해 국정감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기로 한 것은 플랫폼 산업이 급성장하는 데 비해 관련 법과 제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과 불공정 등 부작용을 부각하면서 내년 3월 대선까지 이슈를 끌고 가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 수수료 등 곳곳서 갈등…플랫폼에 규제 메스
과거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 업계가 ‘카풀 서비스’로 갈등을 빚자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는 등 사안별로 개입한 사례는 있어도 이번처럼 모든 영역의 플랫폼 문제를 한꺼번에 다루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소상공인, 플랫폼 종사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도 많아져 내년 대선 전까지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가맹점주들은 독립 점주임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의 요구에 따라야 하면서도 책임은 오롯이 져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을지로위원회가 국정감사에서 다루려고 하는 플랫폼 경제 관련 현안은 크게 10가지다. 이 중에서 플랫폼이 오프라인의 소상공인, 전문직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현안이 7개로 가장 많다. 을지로위원회가 각 산업계에서 문제 제기를 받은 플랫폼 영역은 교통(택시) 배달 숙박 패션 부동산 안경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이다.

소상공인 등 기존 산업계 측은 플랫폼 기업이 특정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뒤 우월적인 지위에서 불리한 계약조건을 강요하는 행위를 우려하고 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을지로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쿠팡은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판매자를 먼저 노출시키는 ‘아이템 위너’ 정책으로 소상공인들을 출혈경쟁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리면서 기존 산업계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택시 기사와 법인 사업자가 모인 4개 단체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가 ‘스마트호출’의 이용료를 기존 1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 올린 것을 두고 “승객 입장에선 요금 인상과 다르지 않다”며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 밖에 플랫폼 운영사나 협력업체 직원의 근로 환경 개선, 구글 유튜브 등 미디어 플랫폼의 이용자 피해, 플랫폼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소비자 보호 문제 등도 국정감사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영세한 스타트업 혁신까지 죽일 수도”
플랫폼 확산의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규제 입법부터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 갈등은 업종이나 이해관계자마다 입장이 크게 갈리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 내에서도 구글 등 해외 빅테크 기업,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기업, 영세 스타트업 등마다 상황이 다르다. 성급한 규제로 자칫 혁신의 불꽃이 꺼지고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IT·스타트업 업계에선 민주당의 국정감사, 입법 전략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해 신중하게 접근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만 고려하고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을지로위원회가 12일 첫 오리엔테이션(OT) 행사에서부터 소상공인 단체 등만 초청하고 실이용자(소비자)나 플랫폼 운영사 측의 이야기는 청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IT 기업과 스타트업의 이익을 대표하는 단체 등은 을지로위원회의 국정감사 현안에 대한 공식 의견서를 마련해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IT 업계 고위관계자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혁신 스타트업까지 갈등이 빚어졌다는 이유로 제재하는 것은 신사업을 완전히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플랫폼 경제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경제
‘승강장’을 뜻하는 플랫폼과 경제를 합친 말로,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 삼아 상품 및 서비스를 거래하는 활동.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존 산업구조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혁신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독과점 등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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