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대문 짝퉁시장엔 ‘플렉스’ 열광 2030 북적

오승준 기자 , 김윤이 기자

입력 2021-08-13 03:00 수정 2021-08-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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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외국인 발길 끊겼지만
‘플렉스’ 과시 청년들이 대신 채워
“음성화 부작용에 단속 딜레마”


7일 밤 11시경 서울 동대문시장에 노란 천막으로 된 노점상 100여 곳이 성업 중인 가운데 20, 30대 방문객들이 ‘짝퉁’ 명품 쇼핑을 하고 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여기서 파는 건 생수 빼고 다 짝퉁(가품)이에요.”

7일 오후 11시경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앞에서 만난 노점 주인은 ‘짝퉁’ 명품 쇼핑을 하러 온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선 매일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노란 천막 100여 개가 환한 조명을 켜고 영업한다. 13m²(약 4평) 정도 크기의 천막 안에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지갑, 벨트, 시계, 향수 등 가품이 진열돼 있다. 이날 천막 주변은 수백 명의 20, 30대 방문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인근 공영주차장에는 외제차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였던 동대문시장 노란 천막 밀집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타격을 입었지만 ‘플렉스’(재력을 과시한다는 신조어)에 열광하는 2030세대가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이날 친구와 쇼핑을 온 대학생 이모 씨(22)는 “인스타그램에 명품 ‘인증샷’을 올리는 친구들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며 “해외여행을 가려고 모아둔 적금이 만기가 됐는데 1000만 원짜리 진품 살 돈은 안 돼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명품 애호가”라고 밝힌 김모 씨는 선글라스를 살펴보다 “케이스가 지난 시즌 거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러자 상인이 잽싸게 달려와 “뭘 좀 아는 분이네요. 그건 샘플이고 이번 시즌 거는 차 안에 있다”고 했다.

상인들도 최근 2030세대가 큰손으로 떠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 A 씨는 “예전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았는데 요새는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 이제는 그분들 중심으로 애프터서비스 같은 단골 관리도 하고 있다”고 했다.

상인들은 방문객들에게 “단속될 걱정할 필요 없으니 편안하게 쇼핑하라”고 안내했다. 노란 천막은 서울 중구의 정식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노점상이지만 가품 판매는 엄연히 불법이다. 구청에서 주 1회 단속을 나오긴 하지만 실질적인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단속을 강화할수록 가품 판매가 온라인 등으로 더욱 음성화되는 부작용이 있어 딜레마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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