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온라인쇼핑 시대 열리나… ‘판매직 노조’ 거센 반발

이건혁기자

입력 2021-08-11 14:57 수정 2021-08-11 15:0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세계 최초 지자체 주도의 사회 대통합형 노사상생 일자리이자 대한민국 제1호 상생형 지역 일자리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자동차 공장이 29일 준공하고 본격적인 양산체제 준비에 들어간다. 사진은 GGM 공장 전경.(광주시 제공)2021.4.29/뉴스1 © News1

현대자동차와 광주시, 광주은행 등이 출자해 설립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온라인 판매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동차를 온라인 쇼핑으로 구입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란 관측과 함께, 소비자들이 수천만 원짜리 제품을 온라인에서 선뜻 구매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등은 GGM 생산하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온라인 채널로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설립된 GGM은 현대차로부터 배기량 1000cc급인 프로젝트명 ‘AX1’의 양산을 위탁받아 9월부터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아직 본격적으로 온라인 판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정된 기간 제한된 수량에 대해 이벤트성으로 온라인 판매를 진행했던 게 전부다. 현대차, 기아차는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온라인에서 결제까지 가능한 차종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스포츠카 ‘카마로’ 뿐이다.

현대차는 AX1에 대해 전량 또는 일부만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차량 판매 방식을 노조와 협의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에 따라 노조와 협의하고 있지만, 위탁 생산업체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검토는 AX1에 한정해 진행되고 있다. 다만 GGM에서 앞으로 생산될 다른 차종에도 적용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온라인 판매에 대한 현대차의 조심스러운 접근은 노조와 대리점주 등 오프라인 판매 채널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 환경이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새로운 판매 채널 확보를 통해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판매직 노조 등은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면 오프라인 판매량이 줄면서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AX1의 온라인 판매가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우려인 셈이다. 올해 3월 기아는 전용 전기차 ‘EV6’의 사전예약을 100%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려다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실제 판매 계약은 판매점을 통해서만 진행한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자동차의 온라인 판매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인터넷을 통해 가격, 성능, 옵션 등 차량에 대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번거롭게 지점에 방문해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반면 수천만 원의 가격에다 이용자의 안전과 직결된 상품인 자동차의 특성을 고려해 실물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차량을 계약한 박모 씨(60)는 “인터넷에서 얻은 차량 정보가 훨씬 다양하고 도움이 됐다”면서도 “그래도 자동차니까 신중한 구매를 위해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는 온라인 판매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 세계 1위 테슬라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오프라인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판매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 업체 푸조는 최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전기 SUV e-2008을 100대 한정으로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해 내놓는 전기차를 모두 온라인으로 판매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온라인 세일즈 플랫폼’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자동차 판매가 한국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의 경우 판매량의 약 10%가 온라인 판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click to buy)’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 유입이 늘어나면서 현대차 판매를 중개하는 미국 딜러들의 만족도도 높았다는 분석이다. 호주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차량 계약과 결제까지 가능하지만, 판매 사원들도 계약과 차량 인도 과정에 관여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