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美테이퍼링 우려에… 환율 변동폭 13개월만에 최대

박희창 기자

입력 2021-08-11 03:00 수정 2021-08-11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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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새 40원 넘게 올라 1149.8원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달러자산 선호… 외국인 7월 코스피 5조 매도도 한몫
“美긴축 당겨지면 1180원까지 상승”, 일각 “한은 금리인상 땐 상승 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의 조기 긴축 우려 등이 겹치면서 지난달 원-달러 환율 변동 폭이 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 강세 여파로 두 달 새 40원 넘게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원-달러 환율이 118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환율 변동 폭(전일 대비)은 4.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6.3원)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큰 변동 폭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5원 오른 1149.8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오후 한때 115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6월 1일(1105.9원)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40원 넘게 급등한 것이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크게 흔들린 것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대거 자금을 유출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7월 한 달간 코스피에서만 5조1000억 원 넘게 팔아치웠다. 6월(7100억 원) 순매도 금액의 7배가 넘는다. 10일에도 외국인은 6000억 원 넘게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중앙은행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들이 잇달아 조속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촉구하면서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고용 증가세가 한두 달 더 계속되면 중앙은행은 테이퍼링에 나서야 한다”며 “과거보다 더 짧은 기간 내에 테이퍼링을 완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에릭 로즌그렌 보스턴 연준 총재 역시 “가을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미국의 일자리는 94만3000개 늘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시장에선 당분간 달러화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중은행 외환운용팀 관계자는 “미국의 긴축 일정이 올해 안으로 앞당겨지면 원-달러 환율은 118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이달 말 미국 잭슨홀 미팅(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등에서 나오는 내용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관련 일정이 구체화될 것”이라며 “그 전까지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고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4분기(10∼12월)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주춤하거나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테이퍼링 영향은 이미 환율에 반영돼 있고 국내 수출 호조세가 계속되면 환율 추가 상승 폭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델타 변이 확산세가 진정되면 원화 약세가 이어지기 힘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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