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석에게 ‘헤드윅’이란? “극한의 두려움 몰려오는 작품”

김기윤기자

입력 2021-08-10 14:07:00 수정 2021-08-10 14: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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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오빠? 아니, 그 ‘언니’가 돌아왔다.

끼와 흥이 넘치는 언니의 이름은 ‘헤드윅’. 자신의 헤어진 반쪽을 찾아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며 노래하는 이 트렌스젠더 로커는 2005년 국내 첫 공연 이후 13번째 시즌동안 한국 무대를 찾았다. 무려 2300여 회 공연에서 지금껏 63만 명의 관객을 홀렸다.

뮤지컬 ‘헤드윅’을 거쳐 간 여러 헤드윅 배역 중 초연부터 작품을 이끌어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린 1등 공신으로 ‘오드윅’ 오만석(46)이 꼽힌다. 원작 대본을 쓰고 직접 연출과 주연까지 맡았던 존 캐머런 미첼과 가장 눈빛이 닮은 배우로 평가받는다. 오만석의 공연 영상을 접한 미첼이 “나보다 목소리도 좋고 더 예쁘다. 꼭 만나고 싶다”며 2007년 한국을 방문했을 정도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3일 만난 오만석은 “하루 한 끼에 김밥 한 줄을 먹는데 살이 안 빠져요. 힐 신고 드레스까지 입었더니 더 욕심나고…”라며 혹독한 다이어트 고민부터 털어놨다. 이어 “5kg을 감량해 현재 71kg인데 앞자리를 ‘6’으로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 2시간 이상 무대를 이끌어가는 헤드윅은 에너지 소모가 엄청난 작품으로 유명하다. 주변에선 “힘쓰려면 이제 좀 먹으라”며 그를 나무라지만 “더 예뻐 보이고 싶다”는 오만석의 욕심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뮤지컬 역사상 가장 발칙한 주인공이 되려면 그만한 희생이 따르는 법.

올해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으로 제약이 생겼다. 공연 중 객석에 ‘난입’하려다가도 “방역수칙 때문에 안 된다”며 뒷걸음질 치고, 그의 메이크업 자국이 묻은 휴지도 객석에 건네려다 “이것도 안 된다”며 도로 가져간다. 팔만 격하게 흔드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관객에게 주문하기도 한다. “환호성이 없는 헤드윅은 상상한 적이 없었다”는 그는 “이전보다 작품에 거리를 두고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제약으로 생긴 여백을 오만석은 자기 색으로 꽉꽉 채웠다. 의상팀에 부탁해 옷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붙은 듯한 소품도 달았다. 노래 가사도 고치고, 대사도 바꿨다.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원더월(Wonderwall)’도 감상할 수 있다.

“헤드윅이 사랑했던 연인 ‘토미’를 떠올리니 현실과 상상 사이의 벽을 뜻하는 ‘원더월’이란 노래가 떠올랐어요. ‘짙은 어둠 속을 지난 새벽’ ‘내 어지러운 절벽’이란 가사를 직접 쓰고 ‘벽’ 라임도 넣었는데 눈치 빠른 분은 금방 알아차리겠죠?”

방송, 영화, 예능을 종횡무진하며 얼굴을 알린 그에게 2005년 헤드윅 첫 공연은 잊을 수 없다. 그는 “객석 등받이도 없는 200석 규모의 열악한 소극장이었다. 성소수자 얘기를 관객이 좋아할지 몰라 반신반의한 채 일단 무대에 섰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오만석은 “헤드윅은 출연 제의를 받는 순간부터 극한의 두려움이 몰려와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라면서도 “‘공연 보고 치유 받았다’는 말을 듣고 나면 그제야 안심이 된다. 두려움은 제가 다 가져가겠다”고 답했다.

이번 시즌에는 그와 함께 전설을 써내려간 ‘조드윅’ 조승우를 비롯해 이규형 고은성 렌이 헤드윅을 연기한다. 그는 “승우는 저보다 더 잘하는 스마트한 배우다. 처음 합류한 은성이가 ‘오드윅’을 정말 많이 봤다고 해서 여러 연기 포인트를 짚어줬다”고 했다.

공연을 위해 머리도 탈색하고 예열도 마친 그는 이미 헤드윅 그 자체였다. 연습실에서부터 힐도 좀체 벗지 않기로 유명하다. “무대의상인 블랙 원피스가 원래 제 옷처럼 편하고, 너무 예쁘더라고요. 무대서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헤드윅’이자 ‘오만석’으로 보이고 싶어요.” 10월 31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4만4000원~11만 원, 16세 관람가.



김기윤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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