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샘암은 무조건 수술? 적극적 감시가 더 유용한 경우 있어”

홍은심 기자

입력 2021-08-11 03:00 수정 2021-08-1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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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

이시훈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될 ‘제4차 암관리종합계획’의 핵심은 선제적 개입을 통해 암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암 빅데이터를 구축해 효과적인 암의 예방과 치료 지원 등 올바른 암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또 양질의 암 검진이 가능하도록 민간에서 수행 중인 암 검진 항목에 대한 과학적 근거 평가 후 권고안을 마련하고 적정한 정보 제공을 추진하는 것에 있다.

이는 암 검진을 둘러싼 권고안 논란이 지속되는 암종이 있기 때문이다. 갑상샘암의 경우 국가 암 검진 항목은 아니지만 항상 국내 유병률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2015년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무증상 성인에 대해 갑상샘암 검진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줄어들던 갑상샘암 발생률이 다시 증가해 2018 국가암등록통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 2위로 확인됐다.

최근 몇 년간 많이 발생하는 암종으로 자리잡은 갑상샘암은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암’에 대한 두려움을 안기는 병이다. 지난해 세계 3대 의학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갑상샘암 발생률과 부갑상샘기능저하증 발생률의 역학 관계에 대한 논문을 게재한 이시훈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와 안성복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에게 갑상샘암에 대해 물어봤다.

―갑상샘암은 어떤 질환인가?

갑상샘은 목의 앞부분 ‘아담의 사과’라고도 불리는 후두융기 아래, 기도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선으로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샘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런 갑상샘에 생기는 결절(혹) 중 악성 결절이 갑상샘암이다.

갑상샘암은 생김새나 병리소견 등에 따라 유두암·여포암·수질암·미분화암 등으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갑상샘암의 90% 이상은 유두암과 여포암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진단받는 유두암은 천천히 자라며 치료도 잘되고 예후가 좋은 편이다. 그 다음은 40대 이상 중년 여성에서 많이 나타나는 여포암이다. 여포암은 혈관성 전이를 잘하는 특징이 있는데 진단이 지연되면 폐로 전이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며 두 암 모두 수술이나 추가로 방사성동위원소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90%가 넘는 환자가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


―2018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종별 남녀 전체에서 가장 많은 유병자 수를 기록한 암이 갑상샘암이다. 국내에서는 높은 검진율로 인해 갑상샘암 발생률이 증가했다는 의견도 있다.


2000년 대 초 전 세계적으로 갑상샘암 발생률이 증가했다. 글로벌 공통 현상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갑상샘암 발생률이 크게 증가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많은 경우에서 초음파 기기의 발달, 검진 기회의 증가 등으로 작은 병변까지 찾아내게 됨으로써 갑상샘암이 증가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손재주가 뛰어난 국내 의료진들이 세침으로 작은 결절에 위치한 암세포까지 채취해 암 진단률이 증가한 것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자연적인 갑상샘암 발생의 증가도 간과할 수 없다. 음주, 흡연, 식생활의 변화, 방사능 노출 등의 환경적 요인도 갑상샘암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졌다.

―예방적 관점에서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한다면 좋은 것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갑상샘암은 적극적 감시가 권장되기도 한다. 갑상샘암에서 다른 의견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각종 질환의 조기 진단이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잡았다. 특히 암의 경우 조기진단, 조기치료가 난치병이었던 암을 정복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후 분석을 진행한 결과 특정 질환의 경우 조기진단으로 인해 진단 시기가 앞당겨져 생존 기간이 더 길게 나타나거나 투병 기간만 더 연장시킨 것으로 확인되면서 건강검진 만능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있다.

갑상샘암의 대부분은 치료 경과가 좋은 유두암이나 여포암같은 분화암이기 때문에 발생률이 증가해도 사망률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갑상샘암 수술을 할 경우 평생 갑상샘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고, 부갑상샘기능저하증, 음성변화 등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수술보다 능동적 감시가 더 유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많은 공조를 얻고 있다.

안성복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
―2017년 갑상샘암 발생률은 미국이 10만 명당 13.3명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적다. 미국, 일본 등 외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갑상샘암 실정은 어떤가.

같은 해 우리나라의 갑상샘암 발생률은 10만 명당 44.5명으로 미국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국가 별로 인종, 인구분포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질환의 발생률을 놓고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일본의 갑상샘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비교했을 때 일본이 발생률은 낮지만 사망률은 더 높은 것으로 보고돼 논쟁이 있었는데 일본 인구의 고령화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던 기억이 난다.

원자폭탄 피폭 이후 의료가 발전한 일본이 한동안 갑상샘암 연구를 주도한 적이 있는데 최근 국내 갑상샘암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갑상샘 국제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연구 결과가 가장 많이 발표되고 있다. 아직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지만 갑상샘암의 로봇 수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적극적이고 활발한 연구를 진행해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갑상샘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어떤 선택지가 있는가?


갑상샘암 종양의 위치, 주변 조직(식도, 기도, 성대신경)과의 관계, 림프절 전이 여부, 연령,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절제, 반절제 등의 수술이나 주기적 초음파 검사를 통한 능동적(적극적) 감시를 선택할 수 있다.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케이스는 무엇인가.

종양의 크기가 1cm를 초과하거나 종양의 개수가 많고 양쪽 엽에 존재할 때 수술적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이외에도 림프절이나 원격 전이가 의심되는 경우와 종양이 피막을 뚫고 갑상샘 외부로 돌출될 경우, 주변 조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을 경우, 가족력이 있거나 방사선 노출력이 확인되는 경우 등에 수술적 치료가 고려된다. 환자가 수술적 치료를 희망할 때도 수술적 치료를 적극 고려한다.

―반대로 수술보다는 능동적 감시가 더 효과적인 환자 케이스는….

종양의 크기가 1cm 미만이며 한 개만 확인되고 림프절이나 원격 전이가 없는 경우 능동적 감시를 고려할 수 있다. 병변이 갑상샘 내에 국한되고 주변 조직과 멀리 떨어져 있으며, 가족력이 없고 수술적 치료에 거부감이 있을 시에도 능동적 감시가 가능하다. 환자 스스로 능동적 감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필요하다.

―수술 또는 적극적 감시, 각각의 장점과 단점은.

수술의 경우 암이 존재한다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으나 합병증 등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또한 전절제술을 시행 받은 경우 평생 갑상샘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능동적 감시의 경우 수술을 유예할 수 있으나 주기적으로 갑상샘 추적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갑상샘암 발생률과 부갑상샘기능저하증 발생률의 역학관계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안다.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전 세계적으로 갑상샘과 부갑상샘을 동시에 연구하고 관심을 갖는 연구자는 극히 드물다. 갑상샘과 부갑상샘이 인접한 장기지만 기능적으로 연관이 적기 때문이다. 대학원과 전공의 시절부터 갑상샘과 부갑상샘을 동시에 전공한 인연이 갑상샘 수술과 부갑상샘기능저하증 발생률의 관계를 연구하게 된 첫 번째 계기가 됐다. 수술 후에 발생하는 부갑상샘기능저하증 외에도 발생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부갑상샘기능저하증 사례도 보고 되고 있다. 현재 그 원인을 밝히고 적절한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들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내과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하고 노벨화학상 수상자와 함께 논문을 출간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현재 부갑상샘기능저하증의 치료는 칼슘과 비타민D를 보충하는 것이 전부다. 이는 신장기능을 저해할 수 있고 증상조절 측면에서도 최선의 치료가 아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부갑상샘호르몬 보충치료가 승인됐지만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고가의 치료법이 아닌 국내 실정에 알맞은 합리적인 수준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갑상샘암과 부갑상샘기능저하증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치료법을 찾기 위한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논문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갑상선암 발생률의 현황과 더불어 유독 국내에서 갑상선암 발생의 증가가 두드러지는 현상에 대해, 자연 증가 이외의 다른 요소, 즉 과도한 검사 및 진단에 의한 수술의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되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새로운 진료지침이 발표된 후 갑상선암 수술 건수와 수술 범위가 감소 및 축소되었고 이에 따라 수술 후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 감소하게 되었다는 것이 논문의 주요 내용이다.

―올해부터 ‘제4차 암관리종합계획’이 시행된다. 앞으로 국내 암 예방·관리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제4차 암관리종합계획의 주요 목표는 암 빅데이터 구축 및 확산, 예방 가능한 암 발생 감소, 암 치료·돌봄 격차 완화다. 특히 2025년까지 300만 명 규모의 국가 암데이터(임상, 공공데이터, 유전체, 영상정보)를 구축하고 공유함으로써 암 연구를 활성화시키고 암관리정책 수립에 필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자 입장에서 암 빅데이터 구축이 가장 기대가 된다. 암 빅데이터를 활용해 암의 진단과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암검진도 고도화돼 예방 가능한 암 발생의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암 빅데이터 구축이 갑상샘암의 진단과 치료에 끼칠 영향은.

갑상샘암 진료지침 변경 이후 수술 건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전절제술보다 반절제술이 늘어나는 등 수술 범위가 줄어든 경향이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갑상샘암 발생률이 극단적으로 증가했다가 짧은 기간 내에 감소한 특이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국내 상황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 설계되고 수집된 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된다면 추후 갑상샘암의 진단과 치료에 새로운 임상적 증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공공영역 데이터 뿐만 아니라 라이프로그 및 민영건강보험 데이터 등 민간영역의 건강 데이터를 함께 분석할 수 있다면 빅데이터를 이용한 갑상샘암의 예방과 관리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시훈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 연세대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의학사 MD, 의학박사 PhD)
― 세브란스병원 내과 전공의 수료(내과 전문의, 내분비-대사내과 분과전문의)
― 미국 국립보건원(NIH) 박사후 연구원 역임
― 일본 도쿄대 대학원 GPLLI 초빙교원 역임
―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MGH 초빙부교수 역임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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