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정연주 위원장 선출…野 “대선 앞두고 편파방송 의도 노골화”

정성택 기자 , 윤다빈 기자

입력 2021-08-10 03:00 수정 2021-08-1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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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 9명중 6명 친여… 합의로 선출
정연주 “표현의 자유 이름 아래 무책임한 거짓-왜곡 행위 엄단”
野 “대선에 집착해 중립 저버려… 민언련 인사 방심위 포함도 문제”


정연주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9일 방심위가 있는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연주 전 KBS 사장(75)이 9일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과거 편파방송 이력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정 위원장의 취임에 야당은 부적절한 인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방심위는 이날 위원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전체회의를 열고 정 위원장을 선출했다. 위원 9명 중 정부 및 여당 추천은 6명, 야당 추천은 3명이다. 이날 위원장은 관례에 따라 합의를 통해 선출됐다.

정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거짓과 편파, 왜곡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서는 위원회에 주어진 책무를 주저함 없이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역 정책과 백신 접종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른바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조작 정보, 혐오 표현이 무분별하게 유통돼 왔다”며 “위원회의 책무와 과제가 무엇인지,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 방안이 무엇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KBS 사장을 지낸 정 위원장은 친정부 편향성 등으로 독립성과 객관성이 보장돼야 하는 방심위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자질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3년 4월 KBS 사장에 임명된 정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을 생중계로 14시간 동안 내보내 한국언론학회로부터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방영됐던 ‘생방송 시사투나잇’ ‘미디어 포커스’ ‘인물 현대사’도 친정부 성향 프로그램으로 지적을 받았다. 2002년 한겨레 논설주간 재직 당시 칼럼에서 “병역 면제는 미국 국적 취득과 함께 특수 계급이 누려 온 특권적 행태”라고 비판했지만 정작 자신의 두 아들은 미국 국적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정 위원장 선출에 대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정방송이 아닌 편파방송을 노골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편향의 아이콘인 정 씨가 방송 공정성을 심의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 이어 “어용방송들에 편하게 편파 보도하라고 신호를 준 것”이라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처럼) 제2의 생태탕 보도를 부추기고, 제2의 김어준이 나오라고 멍석을 깔아줬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신인규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문재인 정부는 오로지 대선 승리에만 집착해 가장 정치적으로 중립성이 보장된 인사가 가야 할 자리에 가장 정치적인 인사를 내정했다”며 “언론과 선거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부대변인은 또 “방심위원도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 인사들이 포함돼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진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채 언론의 공정성을 무시한 굉장히 부적절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김대호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연주 방심위원장 선출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 매체 프로그램과 보도를 심의 제재로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도 강행하는 등 정부와 여당이 무리하게 언론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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