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전관리 개선’ 권고 사흘만에… 또 사망사고 낸 건설사

김호경 기자

입력 2021-08-09 03:00:00 수정 2021-08-09 0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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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 많은 현대-대우-태영건설, 올들어 개선 권고 받고도 잇단 사고
공사장 늘었는데 안전예산은 줄어… 재하청 구조에 근로자 안전 희생



“원청에서 지급한 안전관리비로 협력업체에서 안전모와 안전화 정도만 사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중소 건설업체 A사 관계자)

심각한 안전사고 발생 시 기업 경영진을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시행되지만 건설 현장의 사망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의 대책이 실질적인 안전 강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이달 5일 경기 고양시 현대건설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명이 굴착기 장비에 깔려 사망했다. 이 사고는 현대건설이 고용부로부터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받은 지 사흘 만에 벌어진 것이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태영건설은 올해 사망 사고가 많아 고용부의 산업안전보건감독을 받았다. 3곳 모두 개선 권고를 받은 뒤에도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고용부 감독결과에 따르면 이 3개 업체는 모두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 대우건설은 2018년 69곳이던 주택 건설 현장이 지난해 82개로 19% 늘었다. 하지만 안전 관련 예산 집행액은 같은 기간 14억3000만 원에서 5억3000만 원으로 줄었다. 태영건설은 안전관리 예산 편성액 대비 집행액 비율이 2018년 95.2%에서 지난해 89%로 줄었다. 고용부는 현대건설 관련 감독보고서에서 “예산 대부분이 급여로 나갔고, 협력업체 지원과 안전교육 예산 집행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공사비의 일정 비율(1.2∼3.43%)을 안전관리비로 편성해야 한다. 건설사들은 이 기준에 따라 안전관리비를 편성하지만 원가 절감을 위해 다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안전 관련 예산 상당수를 인건비로 지급하면서도 실제 현장 안전에 투자한 비용은 적었다. 이마저도 하청이 거듭되면서 공사비와 안전관리비가 줄어든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안전을 희생하고 무리한 작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이나 공사비 80억 원 이상 건설 현장에는 반드시 안전관리 전담 인력을 둬야 한다. 건설사들은 그간 법정 요건을 맞추는 데 주력했지만 안전관리 전문 인력 양성에는 소홀한 편이었다. 고용부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20위 이내 건설사의 안전보건관리자 정규직 비율은 평균 43.5%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리자를 여러 현장에 돌려 쓰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광주 붕괴사고에서 드러났듯 하청을 거듭하다 보면 실제 작업을 하는 업체가 받는 공사비는 원청이 지급한 공사비의 절반도 안 되고 결국 무리한 작업을 하게 된다”며 “하도급 구조를 바꾸고, 안전관리에 대한 발주처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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