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산하 김치브랜드 연내 통합, 국산 경쟁력 높일 것”

주애진 기자

입력 2021-08-09 03:00 수정 2021-08-0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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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60돌 이성희 중앙회장 인터뷰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며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농협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농협이 연말에 지역농협 10곳의 김치 가공 공장을 통합한 김치 회사를 설립하고 단일 브랜드의 농협 김치를 내놓는다.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손잡고 불고기, 볶음밥 등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도 선보인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농협은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알리고 국산 재료로 만든 간편식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등 유통사업과 디지털 농업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 통합 브랜드 만들어 1조4000억 원 김치시장 도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72)은 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며 “농촌과 유통 환경 모두 급변하고 있는데 기존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일반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있는 만큼 유통 개혁에서 더 빨리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1년 8월 15일 설립된 농협은 농민 211만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하나로마트 등 유통사업을 담당하는 경제지주 산하 자회사 17개사와 금융지주 산하 자회사 9개사를 계열사로 갖고 있다.

농협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조합별로 운영 중인 식품 가공사업을 통합하는 규모화를 추진하고 있다. 12월 선보일 통합 김치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현재 12개 조합이 자체 브랜드로 김치를 만들고 있는데 10개 조합이 통합 법인을 세우기로 뜻을 모았다. 이 회장은 “김치시장이 1조4000억 원 규모인데 농협이 만든 김치의 시장점유율은 9.1%밖에 안 된다”며 “재료를 국산만 써서 품질이 좋지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치공장을 통합 운영하면 통일된 생산 관리로 품질을 더 높이고 단가는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회장은 “농협 김치를 쓰는 식당에 인증 현판을 붙여주는 방안도 추진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제대로 만든 국산 김치를 먹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농협이 창립 60주년 기념으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협업해 선보인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12일부터 농협몰, 하나로마트 등에서 한정 판매된다. 농협 제공
백 대표와 손잡고 60주년 기념 한정판으로 내놓는 간편식 역시 달라진 식사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아이디어다. 불고기 세트와 볶음밥 세트 2종류로 전국 9개 도(道)에서 나온 축산물과 여주쌀 등 고품질 재료로 만들었다. 12일부터 농협몰, 하나로마트 등에서 판매한다. 이 회장은 “1인 가구와 맞벌이 증가로 간편식을 많이 먹는데, 기왕이면 국산 재료로 만든 건강한 제품을 먹어야 하지 않느냐”며 “백 대표의 레시피로 만들어서 맛도 자신 있다”고 했다.

○ “한국 스마트팜 보급률 1%, 이대론 경쟁력 잃어”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이 회장은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신설한 디지털혁신부를 올해 디지털혁신실로 확대 개편했다. 올해 1월부터 지역별 디지털 풀필먼트센터를 만들어 농협몰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2시간 내에 배송해주는 ‘싱싱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 선보인 축산 전문 온라인몰 ‘농협 라이블리’에서는 도축부터 가공, 포장,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싱싱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라이블리는 새벽배송도 도입했다.

이 회장은 “온라인쇼핑 거래가 연 160조 원 규모로 커졌지만 농축산물 비중은 평균 4% 미만”이라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농축산물도 온라인쇼핑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2시간 내 배송도 늦다. 빛의 속도로 배송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혁신의 다른 축인 생산 분야의 혁신 기술 도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농촌은 고령화가 심해 이대로 가면 붕괴될 수밖에 없다”며 “청년들을 농촌으로 유입하려면 스마트팜이 확대돼야 하는데 비싼 비용 때문에 쉽지 않다”고 했다. 농협이 기존 시설 대비 운영비가 20∼30% 저렴하고, 노동력은 30∼40% 적게 드는 보급형 스마트팜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시키려는 이유다.

이 회장은 “선진국의 대부분은 스마트팜으로 농축산물을 생산하는데 한국은 스마트팜 보급률이 1%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대로는 농업 경쟁력을 잃고 먹거리를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농협이 앞으로 100년, 200년 나아갈 길을 생각하면 지금 뒤처진 만큼 더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1949년 경기 성남 출생 △2006년 장안대 세무회계학과 졸업 △1998∼2008년 낙생농협 조합장 △2003∼2008년 농협중앙회 이사 △2008∼2015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2020년∼농협중앙회장








○ 창립일: 1961년 8월 15일


○ 조합원: 211만 명


○ 계열사: 경제지주 산하 17개사, 금융지주 산하 9개사


○ 임직원:
10만 명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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