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불붙인 전기車 전쟁… 준비 더딘 국내업계 ‘비상등’

이건혁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21-08-07 03:00 수정 2021-08-0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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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美 절반 전기車로”

美바이든, 전기차 운전 후 ‘엄지척’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지프의 전기차 ‘랭글러 리미티드 루비콘 4xE’를 운전한 후 내리면서 엄지를 들어올려 전기차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바이든 “2030년 美 신차 절반을 전기차로”
‘친환경차 확대’ 행정명령 서명, 시장주도 선언… 韓업계 “대응 시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30년부터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내놓았다.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이 예상을 뛰어넘는 친환경차 전환 목표를 내놓으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도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연료전지 등 친환경 자동차가 2030년 신차 판매 비중의 40∼50%에 도달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다.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행정명령에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모회사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사 대표가 행사에 참석해 동참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한국 현대차, 일본 도요타 등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미래 핵심 산업인 전기차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전기차)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기기 위해서는 전기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이 불붙인 전기車 전쟁… 준비 더딘 국내업계 ‘비상등’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의 올해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시장에선 2030년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30%로 예측해 왔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이번 발표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앞선 지난달 14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5년에 EU 내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중국도 2035년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을 각각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을 내놓는 등 각국의 친환경차 전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빅3 외에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 100%를, 폭스바겐은 5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따라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전문가들의 예측을 넘어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EV세일즈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판매 비중은 지난해 4.1%에서 2025년 14.1%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춘 미국, 유럽, 중국, 한국 등에 한정하면 이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2025년 전기차 56만 대 판매를 목표로 내놨고, 중장기적으로 2040년까지 유럽, 미국, 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제품 전 라인업을 전기차로 채워 시장점유율 8∼10%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K배터리’ 3사도 미국 완성차 제조사와 합작법인(JV)을 세우거나 자체 생산공장을 확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며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손잡았고,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 합작사 설립을 위해 협의 중이다.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들은 리비안, 루시드모터스 등 다른 미국 전기차 제조사와도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를 제외하고는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쌍용차는 올해 10월 첫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을 유럽에 선보일 계획이지만, 기업회생 절차에 따른 매각 진행 상황에 따라 계획이 뒤바뀔 수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본사가 국내 생산라인에 전기차를 배정할지가 불투명해 시장 대응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의 80%가 전기차 등으로의 전환에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도 친환경차 전환 목표를 내놓는 데 한 박자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6일 2050년 탄소중립 실현 시나리오 초안에서 친환경차 비중을 2050년까지 76∼97%로 늘리겠다는 구상을 공개한 데 이어 연내 친환경차 전환 목표를 확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백악관 행정명령 발표 현장에는 세계 1위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 측이 초청을 받지 못해 관심을 모았다. 테슬라가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대립각을 세우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빅3 등) 초청 업체는 UAW에 속한 가장 큰 핵심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초대받지 못하다니 이상하다”고 적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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