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바지 체조복, 원피스-레깅스 배드민턴복… 도쿄올림픽 ‘패션 반란’

이원홍 전문기자

입력 2021-08-07 03:00 수정 2021-08-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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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체조대표팀 “노출 의상 싫다”
자유복장 배드민턴, 유니폼 다채
“원하는 대로 입는다” 개성 중시


2020 도쿄 올림픽 배드민턴에 출전한 이란의 소라야 아가에이의 경기 모습. 히잡과 긴 옷을 입었다. 배드민턴은 복장 제한 없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옷을 입고 출전할 수 있다. 도쿄=AP 뉴시스

‘편하게, 멋지게, 우리답게.’

올림픽은 다양한 패션의 경연장이기도 했다. 전통적인 올림픽 구호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와 비교하면 올림픽 패션의 방향은 위의 세 가지 내용으로 압축될 수 있다. 올림픽 패션에서는 선수들이 기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적 역할(편하게)이 강조됐고, 그러면서도 아름답고(멋지게), 자신이 대표하는 국가의 정체성 및 이미지(우리답게)를 세계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 추구됐다.

올림픽 패션과 관련해 지금은 금지된 전신수영복처럼 최첨단 공법을 동원해 과도한 기능을 지닌 복장이 논란을 일으킨 적이 많았다. 하지만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여성 복장 노출 및 일부 국가의 정체성 표현이 논란이 됐다.

독일 여자 체조대표팀은 그동안 여자 선수들이 주로 착용하던 비키니 모양의 레오타드 유니폼 대신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바지 모양의 유니타드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독일 여자 체조 대표 엘리자베트 자이츠는 “모든 여성은 무엇을 입을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와 비교해 모든 선수들에게 자유로운 복장을 허용하는 배드민턴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경기를 치른 선수들 30명 중 3분의 1가량이 반바지 외에 레깅스, 원피스, 히잡 등 다양한 복장을 하고 나선 내용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배드민턴 역시 2014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선수들에게 미니스커트를 의무화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복장 전면 자율화로 바뀌었다.

하지만 반대로 거의 모든 선수가 비키니를 입고 출전한 종목도 있다. AP통신은 여자 비치발리볼 선수 대부분이 비키니를 입고 출전했지만 강제 조항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비치발리볼은 긴 바지 및 긴소매 등 다양한 복장을 허용하고 있지만 선수들은 비키니를 택했다. 미국 선수 앨릭스 클라인먼은 “더운 날씨에 많은 옷을 입고 모래가 끼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일부 복장에 대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있는 반면 기능적 필요에 따라 선택했다는 의견이 혼재하고 있는 셈이다. 선수들이 특정 복장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와 선택권 모두 중요하다. 결국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정진애 대한체조협회 여자체조 경기력향상위원장은 “사실 체조에서는 순발력 유연성 등이 중요한데 옷이 끼면 불편하고 동작에 방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팀 유니폼은 선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아티스틱 스위밍 스타인 스베틀라나 로마시나와 스베틀라나 콜레스니첸코는 경기복에 곰 무늬를 넣었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얻지 못하기도 했다. IOC는 도핑 문제를 일으킨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했다.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국기와 국명을 쓰지 못한다. IOC가 곰 무늬를 금지한 것은 곰이 러시아라는 국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들은 결국 곰 대신 거미 무늬 옷을 입고 출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선수단은 유니폼에 흰색 푸른색 붉은색을 적절히 섞어 사실상 러시아 국기를 형상화했다. IOC가 정작 이 유니폼들을 제재하지 못해 올림픽에서 러시아 이미지를 지우려던 효과가 미미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미국은 랄프로렌, 이탈리아는 조르지오아르마니, 프랑스는 라코스테 등의 패션 브랜드와 손잡고 유니폼을 디자인하며 공을 들였다.

올림픽 패션은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패션 잡지 보그 온라인 호주판은 인상적인 올림픽 패션 31장면을 선정하면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우주인을 연상시키는 복장으로 출전했던 호주 여자 육상선수 캐시 프리먼 등과 함께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때 검은색 옷을 입고 출전했던 김연아의 모습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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