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계곡 별유천지 선경에 빠져볼까∼ 자전거 타고 하늘을 날아볼까∼

동해=전승훈 기자

입력 2021-08-07 03:00 수정 2021-08-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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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아트로드]동해 두타산 베틀바위·스카이밸리

하늘의 선녀가 벌을 받고 내려와 베틀로 삼베를 짜며 잘못을 뉘우친 뒤 다시 하늘로 돌아갔다는 전설이 깃든 동해 두타산 베틀바위. 그동안 폐쇄됐던 등산로가 6월 새롭게 개방돼 비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하늘의 선녀가 베틀로 천을 짰다면 저 모양이었을까. 뾰족뾰족 삐죽삐죽. 기암괴석이 이어져 흘러내리는 모양이 폭포수인 듯, 옷자락인 듯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강원 동해시 무릉계곡 매표소에서 두타산성길을 따라 등산을 시작한 지 1시간여. 베틀바위 전망대 위에 오르니 등산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지였던 중국의 ‘장자제(張家界) 무릉원’을 연상케 하는 비경이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다.》


○ 무릉계곡의 별유천지 선경(仙境)

무릉계곡 쌍폭포.
6월에 개방된 ‘동해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은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바위와 폭포, 시인 묵객들이 찾았던 무릉계곡까지 한여름에 찾기에 좋은 피서지다. 천혜의 비경을 품은 베틀바위 구간은 그동안 등산로가 없어 출입이 통제됐다. 그런데 두 달 전 두타산성에서 마천루, 박달계곡, 12폭포, 용추폭포를 거쳐 다시 무릉계곡으로 이어지는 총연장 5.34km의 순환 등산로 코스가 새롭게 단장돼 산과 계곡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조선시대 삼척부사 신광한이 쓴 소설 ‘최생우진기’의 배경이 바로 이곳 두타산 무릉계곡이다. ‘두타(頭陀)’는 마음의 번뇌를 털어버리고자 불도를 닦는 수행을 가리키는 말. 소설 속에는 불교와 유교, 도교를 넘나드는 신선들이 살고 있는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판타지가 펼쳐진다.

“최생은 호자 돌 위에 서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느 곳에 학소(鶴巢)가 있고 어느 곳에 용추(龍湫)가 있다고 말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몸이 번쩍 떠서 아래로 떨어졌다. (중략) 최생이 처음에 아래로 떨어질 때는 정신이 아찔하여 술 취한 듯, 꿈결인 듯하였고 다만 두 귓전에 바람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베틀바위 산성길을 걷다 보면 소설 속 주인공인 최생의 아찔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의병들의 천연요새였던 두타산성을 지나면 암벽을 따라 산꼭대기부터 협곡 아래까지 열두 번 꺾여서 내려오는 ‘12폭포’를 만난다. 해발 470m의 ‘마천루’는 거대한 암릉이 도시의 빌딩숲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금강산 바위 위로 아슬아슬하게 조성된 잔도 덱(deck) 길 위에 만들어진 전망대에서는 마치 드론을 타고 날고 있는 듯한 시선에서 협곡을 내려다볼 수 있다. 신선봉과 병풍바위, 번개바위, 장군바위 사이로 무릉계곡 협곡과 용추폭포가 보이는 장면이 그야말로 별유천지(別有天地) 선경(仙境)이다. 거대한 자연 앞에 새삼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저절로 생겨난다.

무릉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에 3단으로 이어지는 물 맑은 용추폭포와 양쪽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콸콸 쏟아지는 쌍폭포를 만난다. 두타산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용오름길을 따라 동해바다로 흘러가는데, 용추폭포는 용오름길의 정점에 있다. 예부터 날씨가 가물 때 기우제를 지내던 폭포라고 한다. 좀더 내려오면 4960m²(약 1500평)나 되는 거대한 너럭바위 계곡에 ‘물(水) 장판’이 펼쳐진다. 조선 4대 명필이라는 양사언(1517∼1584)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글씨가 새겨져 있는 ‘무릉반 계곡’이다. 계곡 주변 정자인 금란정(金蘭亭)에는 김홍도가 정조의 어명을 받고 그린 ‘금강사군첩’의 ‘무릉계’ 그림이 붙어있으니 그림 속 바위들의 실제 모습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여행의 묘미다.

○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논골담

산 중의 산이요, 계곡 중의 계곡인 동해의 두타산 무릉계곡을 보았다면 이제는 바다로 가보자. 묵호항 주변에는 묵호등대, 논골담길의 아기자기한 바닷가 풍경으로 유명한데 이에 더해 최근 개장한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개장 3주 만에 유료 방문객이 2만 명을 넘어설 정도다.

‘도째비’는 동해지역에서 ‘도깨비’를 부르는 말이다. 원래 이곳은 묵호등대와 월소택지 사이에 집터와 풀만 무성하던 유휴부지. 비 내리는 날 푸른빛의 도깨비불이 보여 ‘도째비골’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곳에 동해의 푸른 바다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해발 59m의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세워졌다. 전망대 주변에는 도깨비불, 도깨비방망이, 반지 모양의 구조물에 조명이 더해져 야경 명소가 되고 있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스카이밸리에 인기를 끄는 체험시설은 하늘 위를 달리는 자전거인 스카이사이클과 원통 슬라이드 안으로 미끄러져 27m 아래로 내려가는 자이언트슬라이드다. 슬라이드는 물놀이장의 워터슬라이드처럼 ‘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땅으로 내려온다. 스카이사이클은 영화 E.T에서처럼 하늘을 날아가는 자전거다. 젊은 여성이 타는 모습을 보고 재밌을 것 같아 안전장치를 맨 순간, 깊은 계곡 허공 위로 놓여 있는 외줄 케이블을 보고 그만 자전거에서 내려와 포기했다. 동해의 푸른 바다로 충분한데 굳이 온 몸에 돋는 소름을 감수하며 외줄까지 탈 필요가 있겠는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스카이사이클 탑승장.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논골담길로 이어진다. 묵호항에서 고기잡이배를 출항시키는 어부와 가족들이 많이 살던 언덕마을이다. 산비탈 전체가 블록으로 벽을 올리고 그 위에 판자와 돌, 슬레이트, 양철로 지붕을 올린 판잣집이 즐비했다. 그래서 외항선이 밤에 묵호항에 입항하면 산비탈 언덕에 있는 판자촌 불빛이 마치 고층빌딩 숲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산비탈 비좁은 공간에는 소나무로 만든 덕장이 즐비했다. 오징어와 대구, 명태, 가오리 등을 말리는 덕장이었다. ‘언바람 묵호태’는 추운 11, 12월 갓 잡은 명태만 골라 동해의 차가운 해풍으로 말려 깊은 맛이 났다. 워낙 때깔이 좋고 귀한 것이라 하늘에 제사지낼 때만 올리는 귀물 대접을 받았다.

“바람 앞에 내어준 삶/아비와 남편 삼킨 바람은/다시 묵호언덕으로 불어와/꾸들꾸들 오징어, 명태를 말린다./남은 이들을 살려낸다./그들에게 바람은 삶이며 죽음이며/더 나은 삶을 꿈꾸는 간절한 바람이다.”
묵호항 논골담길.

논골담길을 걷다 보면 시와 벽화를 곳곳에서 만난다. 2011년부터 조성된 벽화에는 묵호항 어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 있다. 골목길 어귀에 그려져 있는 논골담 벽화에는 어머니가 머리에 이고 가는 오징어, 명태를 담은 대야 위에 어린아이가 등불을 밝히고 공부하고 있다. 농촌의 부모님들이 논 팔고, 밭 팔아서 자식 공부를 시켰듯이 오징어 잡고, 명태를 말려 자식들을 키워낸 바닷가 어민들의 신산했던 삶이 그대로 담긴 그림이다.


○가볼 만한 곳=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하는 동해 추암해수욕장의 촛대바위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돋이 명소다. 그런데 요즘 추암이 야경 명소로 새롭게 뜨고 있다. 촛대바위 건너편에 놓은 출렁다리를 비롯해 추암해수욕장의 북평해암정 뒤편 기암괴석 하나하나에 조명이 설치돼 밤에 찾아가도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맛집=여름철 인기는 역시 물회다. 동해 부흥횟집에서는 한치, 오징어, 가자미, 전복, 해삼, 소라 등의 횟감을 썰어 넣고 야채를 얹는다. 시원한 살얼음이 자박자박한 고추장 양념육수를 부어준다. 먼저 회를 먹다가 국수나 밥을 말아먹는다. 물회에 말아먹는 밥알의 고소한 맛이 냉면보다 더 시원하게 여름철 입맛을 돋운다.







동해=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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