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장엔 가계빚 잡을 ‘매파’… 금감원장엔 文정부 첫 ‘관료 출신’

김형민기자 , 박민우기자 , 박효목 기자

입력 2021-08-06 03:00 수정 2021-08-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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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임기 9개월 두고 금융 투톱 교체


정통 금융관료 출신이자 행정고시 28기 동기인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59)과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60)가 임기가 9개월 남은 문재인 정부에서 나란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이끌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 지원과 부동산·가계부채 현안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 담긴 인사로 풀이된다.

5일 신임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에 각각 임명된 고 위원과 정 대사는 재무부, 재정경제원, 금융위 요직을 두루 거친 금융·경제정책 전문가다. 1990년대 중반 재경원에서 같이 일했고 2010년 이후 금융위에서는 핵심 직책인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연이어 맡았다.

온화한 성품의 ‘덕장’ 스타일인 고 후보자는 지난해 4월 한은 금통위 역사상 최초로 연임했다. 업무에선 ‘매파’(통화긴축) 성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유일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런 성향 때문에 금융위원장에 취임하면 가계부채를 억제할 강력한 대출 규제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고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금융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가계부채, 자산가격 변동 등 경제·금융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한미 방위비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정 내정자는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낸 만큼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정 내정자가 취임하면 현 정부 들어 첫 관료 출신 금감원장이 된다.

교수, 국회의원 등 진보 성향의 민간 출신들이 금감원장을 맡아 강도 높게 진행했던 금융사 제재 등이 다소 유연해지고 껄끄러웠던 금융사와의 관계도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내정자는 소감문을 통해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에 주력하겠다. 내용은 물론이고 절차적 측면도 함께 노력하겠다. 제재 등 사후적 감독과 함께 사전적 감독을 조화롭게 운영하겠다”고 했다.

행시 동기이자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두 사람이 수장에 오르면 현 정부 들어 금융감독 체계 개편, 금융사 제재, 인사권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고 후보자가 한은에서 금융위로 옮겨가면서 후임 금통위원 인사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을 강하게 주장해온 고 후보자의 이탈로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금융당국 수장의 동시 교체에도 개각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실상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폭 인사 계획은 없다”고 했다.


○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
△1962년생 △경복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시 28회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1961년생 △대일고 △서울대 경영학과 △행시28회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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