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삼성의 ‘올림픽 TV 마케팅’…왜?

서형석기자

입력 2021-08-03 14:48 수정 2021-08-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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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21.7.29/뉴스1 © News1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삼성전자가 TV를, 일본 파나소닉이 노트북을 올림픽과 연계해 마케팅하고 있다. 직전 여름 올림픽인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만해도 볼 수 없던 광경이다. 원칙적으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파나소닉은 TV와 오디오만 올림픽과 연계해 홍보할 수 있지만 도쿄 올림픽에서는 다른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올림픽 TV 마케팅’이 낯선 이유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TV 주력 제품인 ‘Neo QLED 8K’의 올림픽 시즌 광고를 국내에서 TV와 온라인 등으로 방영하고 있다. ‘새로운 올림픽’이라 이름 붙여진 이 광고는 올림픽 주 경기장인 도쿄 신주쿠 신국립경기장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경기 대부분이 무관중으로 열리는 현실을 반영해 시청자들이 집에서 올림픽 경기를 실감나는 고화질로 실시간 채팅, 2채널 동시 시청 등의 기능을 활용해 보는 모습을 담았다. 광고 마지막 장면은 올림픽 공식 후원사를 상징하는 도쿄 올림픽 공식 엠블럼과 삼성전자의 기업 이미지(CI)가 노출된다.

1997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고 등급 후원사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로 활동 중인 삼성전자는 무선통신과 컴퓨팅 관련 후원 권한을 갖고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데스크톱PC, 노트북PC 등이다. 반면 1988년부터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가 된 파나소닉은 TV, 오디오 등 영상 및 음향 장치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올해로 15년째 세계 TV 판매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TV 대목’으로 꼽히는 올림픽에서 이를 활용한 마케팅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파나소닉이 평창과 도쿄 올림픽에 한해 상대 후원 영역에서 마케팅을 인정하기로 합의하고 IOC도 이에 동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삼성전자가 일본에서 데스크톱 및 노트북PC를 판매하지 않고, 파나소닉이 한국에서 TV를 팔지 않는 상황이 배경이 됐다. IOC는 올림픽 때마다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 업체들의 제품만 사용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올림픽 경기장이나 공식 기념품점 등에서 입장권, 물품, 식음료 등을 구매할 때 현금 또는 비자카드만 사용할 수 있는 이유다.

명분보다 ‘실리’ 챙긴 한일 대표기업
IOC 규정을 그대로 따를 경우 한국에서 TV와 오디오 사업을 하지 않는 파나소닉은 평창 올림픽 경기지원과 선수촌 운영 등을 위해 자사 제품을 한국 방송방식에 맞춰 별도 개발해야 했다. 큰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도쿄 올림픽에서의 삼성전자 데스크톱·노트북PC도 마찬가지다.

결국 삼성전자와 파나소닉은 평창, 도쿄 대회에 한해 서로 상대 후원 영역 제품을 올림픽에 공급하고 자국에 한해 마케팅도 할 수 있도록 했다. IOC는 “한국과 일본에 한해서만 삼성전자와 파나소닉이 별도의 마케팅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삼성전자는 도쿄 올림픽 기간 중 국내에서 스마트폰과 TV를 연계한 판촉전을 진행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일본에서 자사 노트북PC ‘렛츠 노트’를 ‘도쿄 올림픽 공식 노트북PC’로 마케팅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외의 국가에서는 각자의 후원 영역을 지키며 마케팅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런 사례는 있다. 2015년부터 자동차 분야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로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활동하고 있지만 평창 올림픽 때는 현대자동차의 차량이 대회 공식 차량으로 공급됐다. 올림픽에서는 승용차뿐 아니라 버스 등 상용차가 많이 필요하지만 도요타는 한국에서 버스 사업을 하지 않는다. 도요타는 현대차가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한국 시장을 고려했을 때 차량 공급을 고집하는 게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IOC가 아닌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후원사로 대회를 후원했다.



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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