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점의 눈물… “매출 78%는 앱 수수료 등으로 사라져”

최동수 기자

입력 2021-08-03 03:00:00 수정 2021-08-03 08: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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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만 빌려 목돈 없이 창업 가능
배달시장 커지며 3040 몰리지만 “배달비용 등 빼면 남는 게 없어”
월 수백만원 마케팅비도 큰 부담… 일부 업주는 최저시급에 못 미쳐
1, 2년 못 버티고 문 닫는 곳 많아… 전문가 “매출보다 순익 잘 따져야”


폭염이 이어진 2일 오후 3시경 서울 송파구의 한 배달전문 카페에서 사장 현모 씨가 음료를 만들고 있다. 현 씨는 오전 10시부터 5시간 동안 밀크티 14잔을 팔아 7만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 중 절반가량은 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 수수료와 배달기사 비용 등으로 나간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3040세대가 배달전문점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임대료가 비싼 목 좋은 가게를 구할 필요 없이, 주방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좁고 더운 주방에서 휴일도 없이 하루 종일 일해도 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 수수료와 광고비, 배달기사 비용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없다”는 배달전문점 업주들의 하소연을 들어봤다.》

“배달앱 맛집 랭킹 3위까지 찍었는데 6개월 만에 망했죠. 재창업을 했는데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서 배달전문 카페를 운영하는 현모 씨(42)는 지난달 28일 기자에게 매출 전표를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현 씨의 7월 한 달 매출은 651만 원. 여기에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배달 앱) 이용 수수료와 배달기사 비용, 월세 등을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매출의 22%에 불과한 143만 원이다. 16m²(약 4.8평)짜리 좁은 가게에서 하루 15시간씩 주 7일 일하는 현 씨의 시급은 3177원. 최저시급 872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 배달전문점 창업 몰려드는 3040 “남는 게 없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배달 수요가 많아지면서 배달전문점 창업에 뛰어드는 3040세대가 늘고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우려가 나온다. 취재팀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서울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일대 배달전문 음식점 13곳을 취재한 결과 모든 업체에서 “배달 앱 이용 수수료, 배달기사 비용 때문에 남는 게 없다”고 했다.

현 씨가 밀크티 두 잔을 1만400원에 판매할 경우 배달앱 이용료 1100원, 배달기사 비용 3500원, 카드 수수료 343원이 든다. 1건을 배달할 때마다 판매액의 절반이 기본 비용으로 나가는 것이다.

여기에 배달 앱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든다. 오프라인 매장이라면 가게 입지가 중요하지만 배달전문점은 이용자가 검색할 때 배달 앱 상단에 노출되는 게 생존의 필수 요건이다. 앱 상단에 노출되거나 노출 횟수를 늘리려면 배달 앱 측에 매달 수백만 원의 광고비를 내야 한다. 일종의 ‘온라인 임대료’인 셈이다.

게다가 이용자들이 검색하는 ‘맛집 랭킹’에 들기 위해선 일정 건수 이상의 주문 수를 유지해야 해 이 같은 광고비 지출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배달음식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광고비용을 늘리고 있다.

강남구 논현동에서 3년째 배달음식점을 하는 김동욱 씨(41)는 “배달 앱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만 매달 500만∼700만 원이다. 강남권에서 이 정도는 기본이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평점과 리뷰 관리를 위해 지인과 가족을 동원하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강동구 암사동에서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사장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 평점 테러가 들어오면 바로 그 위에다 높은 평점 리뷰를 달아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근무 환경도 열악하다. 배달전문점은 대개 임대료가 저렴한 건물 지하나 16∼33m²(약 5∼10평) 규모의 소규모 점포에서 영업한다. 1일 오후 3시경 송파구 방이동의 한 상가주택 지하 1층에 있는 삼겹살 배달전문점에 들어서자 습한 열기가 얼굴을 덮쳤다. 직원 김모 씨(43)는 “점심이나, 저녁시간 주문이 몰리면 땀으로 범벅이 된다. 주문을 놓칠까 봐 화장실도 잘 못 간다”며 “지하라 환기도 잘 안돼 사우나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 1, 2년 못 버티고 나온 매물 늘어

배달전문점을 차리는 자영업자는 저비용 창업을 시도하는 3040세대가 대부분이다. 배달전문점은 주방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해 임대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고비용 입지’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배달 수요 증가의 수혜를 기대할 수도 있다. 송파구 삼전동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30대나 40대 초반 고객들이 매물을 많이 찾고 있다”며 “대부분 주택가 구석에 위치한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150만 원 내외의 지하 1층이나 1층 매물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며 사업을 접고 매물로 나오는 가게가 늘고 있다. 강남구 논현동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나온 배달전문점 매물을 보면 1, 2년 전 창업했다가 나오는 매물이 꽤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배달전문점을 창업할 때 매출보다 순이익을 잘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온라인에 ‘월 순이익 500만∼600만 원 가능’, ‘맛집랭킹 상위권 유지, 연매출 억대 가능’ 등의 홍보 문구가 달린 매물도 주의해야 한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전문점은 초기 창업 비용은 낮지만 배달 앱에서 생존하려면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든다. 매출액이 높다고 섣불리 뛰어들면 1년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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