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울 매년 10만채 공급”…다세대-임대 끌어모아 ‘과대포장’

이새샘 기자

입력 2021-07-30 03:00:00 수정 2021-07-30 06: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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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들은 새 아파트 기대하는데
非아파트 대거 포함해 물량 산정
전문가 “안정적 공급이라 볼수없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28일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했지만 이는 공급 물량을 부풀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빌라 단독주택 등 비(非)아파트 물량을 대거 포함시킨 데다 사업 추진이 불확실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무주택자들이 주로 기대하는 새 아파트를 충분히 공급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28일 대국민 담화에서 “과거 10년 평균 주택 입주 물량이 전국 46만9000채, 서울 7만3000채인 반면 올해 입주 물량은 각각 46만 채, 8만3000채로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 장관은 “앞으로 10년 동안 전국 56만 채, 수도권 31만 채, 서울 10만 채의 주택이 매년 공급된다”고 했다.

이들이 담화에서 밝힌 공급 물량은 해당 연도에 완공돼 입주가 가능한 물량이다. 정부는 이 기준에 따라 올해와 내년 서울에서 각각 8만 채가 넘는 주택이 완공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민간 기관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3만1000채, 내년 2만 채로 정부 추산치에 크게 못 미친다.

이 같은 물량 괴리는 신규 주택을 보는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 청년주택 같은 공공임대주택도 모두 포함해 물량을 산출한다. 국토부의 올해 서울 입주 물량 예측치 중 절반가량인 4만1000채는 비아파트다. 다세대나 연립 등도 주거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주택시장에서 대다수가 기대하는 주택 유형이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형별 물량을 밝히지 않을 경우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 민간 기관은 30채 이상 민간분양 아파트 단지만을 기준으로 입주 물량을 산정하고 있다.

정부는 비아파트를 포괄하는 통계를 내놓으면서도 이 물량이 “1기 신도시에서 공급된 29만 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기 신도시 공급 주택의 90% 이상은 아파트다. 대단지 아파트 위주인 1기 신도시 물량과 비아파트가 섞여 있는 현재의 공급 전망치를 단순 비교하며 “공급이 충분하다”고 주장한 셈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임대주택은 시장에 다시 나오지 않는, 순환되지 않는 공급이기 때문에 일반적 주택 공급에 포함시키기 어렵고, 비아파트의 경우 앞으로 점점 더 선호도가 떨어질 것”이라며 “이를 모두 포함한 물량이 수요를 안정시킬 수 있는 공급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 단순 예측치로 “전국 56만채 공급”… 현장선 “목표치일 뿐”
주택 공급물량 발표 논란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의 경우 택지 지정실적을 바탕으로 토지 수용과 공사에 걸리는 기간을 감안해 내년 이후 입주 물량을 전망했다. 민간 공급 물량은 과거 준공 실적을 감안해 추세적으로 예측했다.

이는 단순 예측치여서 정부로서는 2022년 이후 물량을 아파트와 비아파트, 임대와 분양 등으로 구분해서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목표치일 뿐 실제 공급량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건축된 주택 40만1000채 중 아파트는 31만1000채로 2015∼2019년 연평균 아파트 건축 물량 39만3200채보다 20%가량 적다. 과거 추세가 이어질 거라고 장담하기 힘든 셈이다.

게다가 서울 입주 물량 중 정비사업 비중은 지난해 78.3%까지 높아진 상태다. 정비사업은 기존의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라 순수하게 증가하는 주택 수는 총 입주 물량에 비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의 규제로 정비사업으로 생기는 일반분양 물량은 점점 줄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연평균 31만 채를 짓겠다고 하지만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5만8000채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만7000채 이후 가장 적었다. 전국 기준으로도 지난해 인허가 물량은 45만8000채로 2013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인허가 물량이 급감하는데 완공 후 입주 물량이 유지되거나 늘어난다는 전망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인허가부터 입주까지는 통상 3∼5년이 걸린다. 현재 서울의 입주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2015∼2017년 인허가 물량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인허가 이후 취소되거나 착공이 지연되는 일도 많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제 입주 물량은 인허가에 비해 50∼7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내세우는 공공 공급이 암초에 부딪친 것도 향후 공급 전망을 어둡게 한다. 당초 정부는 태릉골프장과 과천청사 부지에 택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상세 계획을 올해 4, 5월경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치며 8월 중 계획을 발표하는 것으로 미뤄진 상태다. 현재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도심 공공개발 역시 아직 지구 지정조차 하지 못한 초기 단계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향후 물량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그동안 양도세 중과, 양도세 비과세에 실거주 요건 추가 등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정책을 도입해 왔다. 거래 자체를 억제하는 정책이 결국 시장에 매물이 공급되지 못하도록 해 수급 불안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사람들이 재고주택(기존 주택)을 통해 집을 마련하는 비중이 70%에 이르지만 현 정부 들어 이 공급이 막힌 게 문제”라며 “시장이 합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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