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야, 공유오피스야?”… 코로나, 사무실 환경도 바꾼다

정순구 기자

입력 2021-07-30 03:00 수정 2021-07-30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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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한국 사업장 중심… 재택근무 대비 사무실 변경 잇따라
임원실 없애고 개인 좌석 줄여… 조경공간 늘리고 휴게실 확대
대형 회의실은 쪼개서 분산 배치, 일부 기업은 본사 이전도 검토




글로벌 제약회사 A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본사 사무공간을 900평(2970㎡)에서 600평(1980㎡)으로 줄였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재택근무를 유지하면서도 매출에 별다른 타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8일 부동산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 사업장을 둔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본사 이전이나 사무실 구조 변경을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정 기간 재택근무를 실시해 보고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전면 도입하면서 사무공간을 축소해 비용을 줄임과 동시에 직원 만족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A사의 경우 기존 150석이었던 좌석을 이번에 90석 안팎으로 줄였고, 임원실은 아예 없앴다. 사무실 형태를 지정좌석제(Traditional Working Place·TWP)에서 재택근무제(Mobility Based Working·MBW) 방식으로 바꾼 것. 전원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고객사나 협력사와의 미팅 등 간헐적으로 회사에 나온 사람들이 일하는 공간으로 변경했다.

공간에 여유가 생기면서 사무실 곳곳에 큰 화분을 들여놓는 듯 조경 작업을 했다. 카페나 공유오피스처럼 라운지에 의자와 테이블을 다양한 형태로 배치해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하게 했다. 개인 좌석 역시 ‘파티션이 있는 좁은 책상’에서 ‘파티션이 없는 넓은 책상’으로 바꿨다. 획일적인 대형 회의실은 여러 개로 쪼개 사무실 곳곳에 분산 배치했다. 회의나 미팅 규모에 따라 탄력적으로 쓰기 위한 취지다.


임직원들은 개인별 좌석이 없어졌지만 만족도는 높다고 했다. 사무실 구조 변경 이후 내부 설문 조사 결과 전체 임직원의 98%가 ‘만족스럽다’고 답했고, ‘불만족스럽다’는 직원은 1.3%에 불과했다. A사 관계자는 “회의실 수가 늘고 조경과 휴게공간이 개선된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테크 대기업 B사도 최근 서울 오피스를 대폭 줄이거나 이전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코로나19로 전 직원이 재택근무에 돌입하면서 약 3000평 규모의 서울 강남구 본사 건물은 1년 넘게 비어 있다. 당초 올해 9월 재택근무를 종료하려 했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무공간 변경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이 회사는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에 맞춰 사무공간을 재택근무제나 자율좌석제 형태로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B사는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커서 오피스 임대차 시장에서 B사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이미 지난해 4월부터 본사 직원들에게 각자의 집에서 가까운 거점 오피스로 출근하도록 했고, 현대자동차도 올해 6월부터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거점 오피스 출근 제도를 도입했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인 직방은 아예 서울 서초구 본사 사무실을 없앴다. 그 대신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Meta+Universe·3차원 가상세계) 공간인 ‘메타폴리스’를 활용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재홍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테크 기업이나 스타트업 등 젊은 인력이 많은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최근 코로나19에 맞는 사무공간 구조 변경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오피스 시장까지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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