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침체에 구원투수 된 국부펀드

박민우 기자

입력 2021-07-30 03:00:00 수정 2021-07-30 04: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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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불안에 자국 투자… 지난해 투자규모 3배로 늘어나
수익도 얻고 경기회복 기능까지, 팬데믹에 위기 맞은 항공업 지원
국책사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 러, 백신 투자로 해외판권 얻어
노르웨이는 긴급자금에 인출도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유가 폭락의 여파로 노르웨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직면했다. 구원 투수로 나선 건 노르웨이 정부가 소유한 세계 최대 국부펀드 ‘노르웨이정부연기금(GPFG)’이었다. 정부가 국부펀드 운용자산(1조2894억 달러)의 약 3%인 370억 달러를 인출해 재정에 긴급 투입한 것이다. 운용자산의 95%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는 GPFG가 지난해 10.9%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팬데믹 위기 속에 세계 각국의 국부펀드들이 자국 투자를 확대하거나 투자 수익의 일부를 재정에 투입하며 침체된 내수경기를 뒷받침할 구원 투수로 등판하고 있다. 한국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도 운용자산을 5000억 달러 수준까지 키워 수익을 환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 “해외 대신 국내로” 국부펀드의 자국 투자, 3배로 급증

29일 금융투자업계와 국제국부펀드포럼(IFSW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주요 국부펀드들이 자국 기업이나 정부의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127억 달러로 집계됐다. 2019년(43억4000만 달러)의 3배 수준으로 급증한 규모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홀딩스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싱가포르항공에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130억 달러를 지원했다. 터키 국부펀드(TWF)도 자국 메이저 통신사인 투르크셀과 은행 등에 58억 달러를 투입했다.

국가 자산을 불리기 위해 통화당국의 외환보유액과는 별도로 정부가 외화자산 등을 재원으로 조성한 국부펀드는 자산의 대부분을 해외 투자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이후 내수 활성화를 위해 국내 투자에 적극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빅토리아 바바리 IFSWF 전략실장은 “국부펀드들이 해외 시장을 벗어나 자국민에게 국부펀드의 가치를 보여주려는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국부펀드의 자국 투자를 늘린 요인”이라고 말했다.


○ KIC “운용자산 5000억 달러 되면 수익 환원”

일부 국부펀드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아일랜드전략투자펀드(ISIF)는 연 매출 5000만 유로 이상이거나 고용 규모가 250명 이상인 중대형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아일랜드 정부가 조성한 ‘팬데믹안정화회복기금(PSRF)’에 20억 유로를 투입했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스푸트니크 백신 개발에 2억 달러를 투자해 독점적인 해외 판권을 얻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글로벌 증시 등 자산시장이 달아오른 가운데 각국 국부펀드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덕분에 가능했다. 지난해 싱가포르테마섹홀딩스의 연간 수익률은 24.5%에 이른다. 코로나19 충격에도 2010년 이후 최고 수익률을 올렸다.

KIC도 지난해 투자 수익률 13.7%를 달성해 218억 달러(약 23조7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2006년 10억 달러로 최초 투자를 시작한 KIC는 지난해 말 운용자산 규모가 1831억 달러를 넘어섰고 조만간 2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승호 KIC 사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해 현재 세계 15위권인 KIC의 운용자산은 상당히 적은 수준”이라며 “운용 규모가 5000억 달러 수준까지 증가하면 더 이상 자산 규모를 늘릴 필요 없이 수익을 환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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