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뚫고… K뮤지컬, 中시장서 ‘매진 행진’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7-29 03:00 수정 2021-07-29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中 공연장 풍경, 팬데믹 이전 방불
노마스크에 거리두기 없이 환호
국내 공연제작사들 “왕래 어렵지만 성장 가능성 커 中진출 적극 모색”


최근 중국 투어공연을 한 뮤지컬 ‘더 데빌’(중국 공연명 ‘락 파우스트’)의 커튼콜 장면에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위쪽 사진). 오른쪽은 뮤지컬 ‘우주대스타’의 중국 공연 장면. 알앤디웍스, CJ문화재단 제공

팬데믹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공연계가 침체된 시기. 한국 뮤지컬이 한한령(限韓令)을 뚫고 중국 시장으로 조심스레 발을 뻗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공연장에 한국 뮤지컬이 진출하는 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다만 중국은 방역 지침을 대폭 완화해 띄어 앉기 없이 공연장의 전 객석을 가동하고 있어 매력적인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별 방역 지침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중국 내 공연장에서 관객의 마스크 착용은 필수가 아니다. 환호성도 허용된다. 국내 공연 제작사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뮤지컬 ‘더 데빌’은 1800석 규모의 대극장인 중국 상하이 그랜드시어터에서 올해 5월 관객과 만났다. 전석 매진이었다. 6월부터 베이징, 닝보, 쑤저우 등 10개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갔다. 현지에서 손꼽히는 뮤지컬 스타 류링페이(劉令飛), 자판(賈凡) 등이 출연했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중국 정부 지침상 ‘데빌(악마)’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어 ‘락 파우스트’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우주대스타’ 역시 중국 상하이 뮤지컬 전용 극장에서 종영 기한을 정해놓지 않고 공연하는 오픈런 형태로 현지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박정아 작곡가와 한지안 작가가 의기투합해 마흔 살의 무명 싱어송라이터 ‘노바’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가족 뮤지컬 ‘공룡이 살아있다’ 시리즈를 기획한 제작사 컬처홀릭도 올해 1월 중국 공연에 이어 8월 말에는 한중 동시 공연을 계획 중이다. 이 밖에도 ‘미아 파밀리아’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더 픽션’도 현지에서 공연했다.

공연업계가 중국 시장을 주목하는 건 방역 지침과 더불어 현지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수십 명대 수준. 이에 따라 공연장 풍경은 팬데믹 이전과 흡사하다. ‘더 데빌’의 김영조 알앤디웍스 PD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선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이 마스크 없이 환호성도 지를 수 있는 상황이라 놀랐다. 해외서 관객층을 확장할 수 있어 희망적이다”고 말했다. ‘우주대스타’를 지원한 CJ문화재단의 김명호 과장은 “중국 공연장에선 무대에 올릴 콘텐츠가 부족해 정서와 이야기에 공감하기 쉬운 한국 뮤지컬이 각광받는다”며 “라이선스비 외에 현지 티켓 판매량에 비례해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제작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물론 코로나19와 한한령으로 제작진, 배우의 왕래가 쉽진 않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라이선스를 사들여 중국 배우, 제작진이 직접 극을 현지화해 만든 공연이 주를 이룬다. 김 과장은 “한한령이 문서화되거나 실체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현지 기획사도 분위기를 살피는 상황이라 아직은 오리지널 공연보다는 라이선스 공연을 선호한다”고 했다.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을 지낸 이유리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중국 시장은 아직 개척 단계지만 성장 가능성이 매우 커 팬데믹 기간은 물론 이후로도 한국 뮤지컬의 주요 확장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