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노동 뛰고 사비로 부품 사며 비행기 지켰죠” 이스타 직원들의 눈물

변종국기자

입력 2021-07-27 15:14 수정 2021-07-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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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대리운전·배달 등 닥치는대로 일하며
인수될 때까지 일년 넘게 급여없이 버텨
한때 23대였던 항공기는 4대로 줄었지만
정기점검 해가며 끝까지 지키려 애쓴 직원들


“버텼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정말 살기 위해 버텼습니다.”

가까스로 새 투자자를 찾은 이스타항공의 공식 근로자 협의체 ‘근로자연대’의 장문기 이스타항공 정비본부 팀장은 요즘 안부를 묻자 이 같이 말했다.

장 팀장은 “긴 터널을 지나고나니 더 의욕이 생긴다. 이젠 새로운 도약 준비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의 한 직원은 인수자를 찾기 위한 지난 1년 반 동안의 시간을 ‘살아 있는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회사가 어떻게 될지, 인수자가 실제로 나타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는 초토화가 됐다.

직원들은 1년 넘게 급여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과 가족을 지켜야 했다. 직원들은 택배와 배달, 대리운전, 카페 아르바이트, 일용직 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 어쩔 수 없이 사표를 낸 직원도 있었다. 하루에 세 가지 일을 한 직원도, 사채를 알아봐야 한다며 울먹이는 직원도 있었다고 한다.

개인으로서 스스로의 생계를 지키기도 빠듯했지만 그 와중에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남아 있는 비행기 4대를 지키려 노력했다.

장 팀장은 “비행기가 있어야 새로운 인수자가 우리를 찾을 것이라고 믿었다. 비행기는 지키자는 신념으로 직원들끼리 돌아가면서 공항에 나와 비행기를 점검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한 때 항공기 23대를 운영하던 회사다. 하지만 재무 상황이 나빠지자 항공기 리스사들이 하나 둘 씩 비행기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근로자연대 이진호 정비본부 과장은 “리스사들도 어쩔 수 없다고 미안하다며 비행기를 가져갔다. 그나마 일부 리스사들이 이스타항공의 재운항을 믿고 항공기를 안 가져갔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항공기는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7일, 15일, 30일 등 간격으로 정기 점검을 받아야 한다. 회사에 돈이 없다보니 바꿔야 하는 부품이 있으면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부품을 사오기도 했다. 점검을 받으려면 비행기를 돌려야 하는데 이 때 필요한 항공유가 없어서 정유사로부터 항공유를 빌려온 적도 있다. 이 과장은 “한국공항공사와 정유사들이 많은 배려를 해줬다. 하루 빨리 비행을 시작해서 빚진 분들에게 고마움을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성정을 이스타항공의 최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역 근처에 새로운 사무실을 구했다. 직원들 약 30명은 사무실에 출근해 운항증명(AOC)을 다시 발급받기 위해 업무에 나섰다. 장 팀장은 “인수자가 나온 것만으로도 직원들에겐 큰 희망이다. 이스타항공 비행기가 다시 이륙하는 날,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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