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척척 일할 수 있게 도와주니… 고용기피 줄었죠”

지민구 기자

입력 2021-07-26 03:00 수정 2021-07-26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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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talk!]〈4〉김민지 브이드림 대표

7일 서울 마포구 브이드림 서울사무실에서 창업자인 김민지 대표가 장애인을 위한 재택근무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차라리 부담금을 내고 말래요. 장애인을 채용한다 해도 어떤 일을 맡겨야 할지 모르겠어요.”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35)는 부산의 데이터 기반 마케팅 업체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맡아 여러 기업 경영진을 만나면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상시 근로자 수가 100인 이상인 기업은 일정 규모의 장애인을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하면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현실에서 상당수 기업은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은 채 부담금을 내고 만다.

김 대표는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는 현실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친구가 20대 때 사고로 장애인이 된 뒤 취업에 잇따라 실패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이 채용 시장에서 외면 받는 현실을 가까이서 느끼기도 했다. 창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로 김 대표는 7년 만에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2018년 1월 ‘브이드림’을 설립했다.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채용 및 직무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보겠다는 선한 취지로 창업에 도전했지만 회사 밖 창업 생태계는 춥고 외로웠다. 김 대표는 창업 후 7개월간 퇴직금 등으로 직원 급여를 줘야 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 내도 서류 심사 단계에서 탈락하기 일쑤였다.

좌절이 이어졌지만 김 대표는 부산에서 매주 3일 이상 서울로 향하는 KTX를 탔다. 부산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투자 유치 활동에 나서기 위해서다.

창업 후 1년 6개월이 지난 2019년 7월, 브이드림은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김기사랩’으로부터 첫 투자를 받았다. 종잣돈 자본이 생기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생겨난 재택근무 문화가 기회였다. 사물이 희미하게 보이는 시각장애인은 모니터 화면만 크게 볼 수 있으면 회사보다 집에서 능률적 근무가 가능했다. 이런 식의 장애 유형별 맞춤형 재택근무 솔루션을 마련하고 재택근무자에 대한 근태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까지 브이드림의 재택근무 솔루션, 근태관리 시스템을 통해 기업 등에 채용됐거나 직무교육을 받은 장애인은 1000여 명에 이른다. 브이드림은 올 상반기(1∼6월)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미대 출신의 30대 여성 창업자. 김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는 편견을 깨기 위해 다른 창업자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견뎌왔다. 그에게 창업자로서 가장 큰 강점을 묻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간절함입니다.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간절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몰입해서 하다 보면 작은 성과라도 분명히 따라오더라고요.”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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