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균형발전 향한 새로운 공정의 시대

동아일보

입력 2021-07-26 03:00 수정 2021-07-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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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해 분산과 균형의 가치가 조명을 받고 있다. 사실 분산과 균형은 자연 생태계에서 건강한 조화를 위한 요체다. 분산과 균형의 가치는 감염병 대응에만 그치지 않는다. 심각한 저출산의 원인을 비롯해 주택 가격 폭등, 광역교통망 부족, 환경오염 같은 난제들은 수도권의 초집중과 궤를 같이한다.

균형발전은 수도권의 고도비만과 지역의 영양결핍을 동시에 풀 수 있는 정책이다. 참여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그간 국가균형발전을 국정목표의 하나로 세우고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울산의 수소경제, 대구의 로봇산업, 충북의 바이오헬스, 전남의 블루이코노미 등에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을 한국판 뉴딜의 기반으로 삼아 지역균형뉴딜이 지역에서 실현되고 지역이 뉴딜을 선도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당부해 왔다. 25조4000억 원 규모의 23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광역협력 수요를 고려한 제4차 광역철도망 계획, 광주글로벌모터스 등 8개 상생형 지역일자리, 전국 혁신도시의 지역인재 채용 확대 등 괄목할 만한 가시적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소기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으로의 집중화를 억제하는 데까지 이르진 못했다. 지역의 비판과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비수도권 지자체의 유치 의사가 선명했던 국책사업들의 입지가 수도권으로 잇따라 정해졌다. 지역 청년들이 필자에게 개별 면담을 신청해 올 정도로 지역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비단 일련의 국책사업에 대한 비판에 머물 것이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의 불균형 시정을 위한 제도 개선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를테면 국비지원사업 전반에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개발한 균형발전지표를 도입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의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균형발전지표를 통해 자생이 어려운 지역에 보다 많은 국책사업 기회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불공정 시대엔 오히려 그것이 공정이다.

본질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수도권 일극체제의 타파가 절실하다. 수도권에 대응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메가시티’를 조성해야 하고 각 지역에서 지역균형뉴딜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도 이러한 목소리에 화답하듯 이달 14일 한국판 뉴딜 2.0 대책을 발표하며 지역균형뉴딜 국비 규모를 42조6000억 원에서 62조 원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도농 격차 해소와 귀농·귀촌 수요 대응을 위한 가칭 농산어촌유토피아 정책도 신속히 실천해야 한다.

최근 산업부 등 정부가 발표한 ‘농공단지 활성화 방안’은 전국 농어촌에 산재한 470여 개 농공단지를 지역산업과 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계획이다. 앞으로 성공사례가 속속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이다. 어려운 곳에 더 기회를 주는 것이 균형을 위한 공정이다.

사과 속의 씨앗은 셀 수 있지만 그 씨앗이 맺을 사과는 셀 수 없다고 한다. 다양성의 가치는 멀리 있지 않다. ‘팔도강산’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던 케이팝의 선두주자 방탄소년단은 7명의 멤버 중 5명이 비수도권 출신이다. 수도권과 지역 간 상생 협력의 하모니를 통해 균형발전의 씨앗이 끝내 수백, 수천 배의 결실을 맺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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