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째 독거노인 무료급식 이어온 ‘천사들’…코로나 속에 도시락 나눔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7-21 09:38:00 수정 2021-07-21 09: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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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나 혼자라 도와줄 사람도 없고, 이제 죽었구나 생각했는데…. 천사무료급식소에서 나온 선생님이랑 봉사자들 덕분에 살았던 것 같아요. 정말 고맙고 또 고마워요”

1970년대만 해도 피라미드 형태를 보였던 우리나라의 인구 분포그래프가 1980년 산아제한 정책을 지나 2000년대 저출산 및 고령화 현상을 겪으면서 역삼각형으로 변형되고 있다.

급기야 인구 감소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상황이 이어질 경우 2030년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될 전망이다. 또 2031년을 정점으로 거의 모든 시도의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 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유엔(UN) 기준으로 총인구대비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일 경우 ‘고령 사회’, 20% 이상일 경우 ‘초고령화 사회’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지난해 15.7%였다. 2025년이면 20%가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노인 문제도 대두되고 있는데, 사단법인 한국나눔연맹(구 전국자원봉사연맹)은 이 같은 어려움을 속에 있는 노인들에게 30년째 따뜻한 밥상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나눔연맹은 서울 종로3가역 인근에서 천사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쪽방촌에 거주하거나, 종묘공원을 찾는 독거노인과 빈곤노인에게 매주 화·목·토 무료 배식을 하고 있다. 천사무료급식소는 1992년 정부의 지원 없이 대구에 처음 설립돼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 광주, 울산, 대전, 부산 등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현재는 직영급식소와 위탁급식소를 포함하여 26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한 끼 식사가 간절한 독거노인과 소외된 빈곤노인들에게 천사무료급식소는 무료급식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곳이다. 오전 11시부터 점심을 제공하지만, 이른 아침 급식소가 문을 열면 그때부터 이곳은 노인들의 사랑방이 된다. 여름이면 더위를 피하고, 겨울이면 추위를 피하는 곳이 되기도 한다.

천사무료급식소의 주된 활동은 독거노인과 빈곤노인의 결식 예방을 위한 무료급식소 운영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사랑의 도시락 배달을 실시하고 있다. 독거노인 가구를 직접 방문해 도시락을 전달함과 동시에 안부를 묻고, 집안 일 등을 도우며 가족의 역할을 대체하기도 했다.

특히 영등포 쪽방촌에 홀로 거주 중인 김진주 할머니(77)는 천사무료급식소에 대한 감사함이 매우 남다르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해 겨울 건물 공동화장실에 미끄러져 집 안에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때 도와준 게 천사무료급식소다.

김 할머니는 “천사무료급식소에서 밥도 가져다주고, 여기 살림 청소 다 해줬다. 꼼짝 못하고 누워만 있어야 하니, 하늘 아래 나 혼자라 도와줄 사람도 없고, 이제 죽었구나 생각했는데, 천사무료급식소에서 나온 선생님이랑 봉사자들 덕분에 살았던 것 같다. 정말 고맙고 또 고맙다”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천사무료급식소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체급식으로 전환한 상황이다. 무료급식소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도시락을 배분하며 배고픈 노인들의 한 끼를 여전히 챙기고 있는 것.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2월 무료급식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이후 내부 테이블에 투명 아크릴 칸막이 설치하거나 대체급식 등 방법으로 운영을 이어왔다. 지난 30년간 천사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은 건 2012년 4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두 번째였다.

이현미 천사무료급식소 기획팀장은 “천사무료급식소가 노인 복지 증진과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을 위해 지난 30년간 꾸준히 다양한 복지사업을 펼쳐왔지만, 요즘처럼 이렇게 힘든 때가 없다”며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활동 자체에 제약도 많고, 힘이 드는데 비해 고령화로 인한 빈곤노인과 독거노인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 환경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여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천사무료급식소는 결식 예방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노인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도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거노인 생일상 차려드리기’ 행사는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을 모시고 생일상을 마련해 감동을 선물하는 행사다. 거동이 불편해 여행 한번 제대로 다니지 못한 빈곤노인을 모시고 떠나는 효도관광도 있다.

또 유명 연예인 및 공연단들의 재능기부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을 모아 매월 진행하고 있는 효도콘서트 역시 30년간 천사무료급식소가 이어오고 있는 활동 중 하나다.

다만 천사무료급식소와 같은 노인시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료급식소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에게는 노인들이 줄을 서 있거나, 몰려있어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사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노인들이 도시락을 받기 위해, 급식소 앞에 줄을 서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불편하다며 구청과 보건소에 민원을 넣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행 중 잠시 불편한 시설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곳 일 수 있다. 불편하시겠지만, 부디 조금만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국나눔연맹은 정부의 지원 없이 정기후원에 참여하고 있는 후원회원 및 일반 기부자들의 물품지원과 후원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천사무료급식소 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청소년부터 대학생, 청장년층, 주부, 직장인, 은퇴한 실버층 등 각계각층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천사무료급식소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운영이 되고 있다. 그 첫 번째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에서 천사무료급식소와 고아원 3곳을 운영 중인 단체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미얀마, 캄보디아, 필리핀 등 각 지역에 천사무료급식소를 설립해 현재 지원 중인 고아원 시설의 아동들을 포함하여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해외 아동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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