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4번째 활주로의 탄생[떴다떴다 변비행]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7-21 11:00:00 수정 2021-07-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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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인천국제공항의 4번째 활주로가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항 이후 단계적으로 공항 확장을 하고 있었는데요. 제 4활주로도 인천국제공항 제4단계 확장 사업의 일환입니다. 우리가 잘 하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도 개항 이전부터 계획돼 있던 제3단계 건설사업 중 하나였습니다.

제 4활주로는 1억 명 이상의 항공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만들어진 활주로입니다. 기존의 3개 활주로에 하나를 더 만들어서 늘어나는 비행량을 수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 4활주로 사업에는 4100억 원 이상의 사업비가 들어갔는데요. 제 4활주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빠르고 효율적인 활주로
제 4활주로는 길이 3750m, 폭 60m로 지어졌습니다. 메인 활주로 외에 평행유도로와 고속탈출유도, 항행 안전시설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평행유도로는 착륙한 항공기가 계류장(이·착륙 대기 장소)으로 가기 위해 활주로와 평행하게 만든 도로입니다. 고속탈출유도로(Rapid exit taxiway)는 착륙 항공기가 다른 유도로로 보다 빠르게 빠져나가도록 도와 활주로 점유시간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도로입니다. 착륙한 항공기를 빠르게 평행유도로로 이동시키기 위해 고속탈출유도로가 있는 건데요. 기존 활주로에는 4개의 고속탈출유도로가 있었지만, 제4활주로에는 4개를 더해 총 8개의 고속탈출유도로를 설치했습니다. 어느 위치에 착륙하더라도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어서, 활주로 점유 시간을 20초 정도 단축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승객 입장에서도 빠르게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게 된 것이고, 항공기가 주기장으로 들어가는 시간 및 항공기 회전율도 높아지게 된 거죠.



●최상급 활주로 품질
활주로의 품질도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제 4활주로의 아스팔트 포장을 할 때 광폭편대포장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는데요. 넓은 면을 한번에 포장하는 기술입니다. 아스팔트를 다지는 롤러를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보통은 롤러의 폭이 6m 정도입니다. 그런데 6m씩 도로를 포장하면, 6m도로 사이사이에 이음부가 생깁니다. 아무래도 매끄럽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시간이 지나면 이음부에서 마모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제4활주로는 이런 이음부를 최소화하려고 24m짜리 롤러를 이용해 포장을 했습니다. 울퉁불퉁하지 않고 매끄러운 도로가 가능해졌습니다. 이·착륙 시 진동을 최소활 할 수 있고, 항공기 이동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활주로 두께도 90cm로 했습니다. 일반 도로보다 2배 이상 두껍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항공 등화 시설을 천 단위 이상 설치했습니다. 항공등화시설은 야간이나 저 시정 때 불빛을 보고 이착륙을 할 수 있게 하는 등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밤에 공항 및 활주로가 빛나는 것도 항공 등화 시설 때문입니다. 이런 등화 시설을 수백 개가 아닌 수천 개 수준으로 깔아서 안정성을 높인 거죠.


●개선된 비행절차
제4활주로의 등장으로 인천국제공항의 비행 절차가 바뀌었습니다. 늘어나는 항공 수요에 맞춰서 제4활주로를 만들었듯이, 항공 수요에 맞춰 비행 절차를 바꾼 겁니다. 공항으로 접근하는 비행기는 일반적으로 공항으로 접근하다가 관제사의 지시를 받아서 활주로 방향으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은 항공기를 더 많이 들어오게 할 수 있도록 ‘포인트 머지’ 방식 비행 절차를 운용했습니다. 이 방식은 인천국제공항으로 비행기가 오다가 부채꼴 모양으로 한번 비행기를 선회 시키는 겁니다. 공항으로 오던 비행기를 한 번 빙 둘러서 오게 하는 거죠. 비행기를 더 많이 줄지어서 올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제4활주로 개항 이후에 인천국제공항은 포인트 머지 방식에서 ‘트럼본’ 방식으로 비행 절차를 바꿨습니다. 이 방식은 악기 트럼본의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서 ‘ㄹ’자 형태로 줄을 서보신적이 있을 텐데요. 악기 트럼본을 닮은 이 모양으로 비행기를 줄 세워 돌리는 겁니다. 포인트 머지 방식을 더 꼬았다고 보면 되는데요. 기존 포인트 머지 방식 보다 비행기를 상공에서 더 많이 줄 세우는 겁니다.

이 방식은 얼핏 보면 더 복잡해진 것 같지만, 인천국제공항 내 관제 효율성을 높이고 항공기 병목현상을 줄여서 평균 비행시간과 평균연료 소모량을 포인트 머지 방식 대비 10~15% 정도 줄여준다고 합니다. 프랑크푸르트, 로마, 두바이 공항 등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인천국제공항 인근 하늘 길은 군사 공역이 넓어서 민항기들이 다니는 길이 협소한 편입니다. 이에 트럼본 방식으로 절차를 바꾸면 더 많은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으로 접근해도 문제없이 관제가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트럼본 절차를 적용하면 군사 공역 및 비행금지구역과 맞닿는 일이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 측과 공항, 국토부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제4활주로
한 항공사 기장은 인천국제공항 제4활주로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한 공항들은 상황에 따라 확장공사를 하다보니 비효율적으로 설계된 곳이 많다. 바닥도 울퉁불퉁 하고, 너무 복잡해서 활주로 빠져나가는데 한참 걸리기도 한다”며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체계적으로 지어져서 공항 시스템도 잘 돼 있고 매우 효율적이라 운항이 매우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4활주로가 운영을 시작했지만, 인천국제공항의 4개 활주로가 모두 운영을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4번째 활주로가 열린 대신 2024년까지 노후화된 기존 활주로의 보수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2024년에 가서야 인천국제공항의 4개 활주로가 모두 운영을 하게 됩니다.


1990년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인천국제공항의 성공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바다에 지어졌기에 공항이 가라앉는다”는 사람부터 “결국 세금 낭비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공항 평가에서 상위 5위 안에 항상 들어가는 세계적인 공항으로 거듭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항공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제4활주로를 왜 만들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제 4활주로는 수년 전부터 계획이 됐던 사업입니다. 또한 메르스와 사스 등의 사태 때도 항공 수요가 바닥을 찍었지만, 다시 수요는 회복 됐습니다. 코로나로 수요가 줄어든 지금 활주로 보수 및 정비를 모두 마치고, 코로나가 끝나는 날 인천국제공항 제 4활주로가 더 큰 활약을 하길 기대해봅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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