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간공 깊숙이 숨은 미세유착 공략하는 ‘추간공 접근법’ 주목

안소희 기자

입력 2021-07-21 03:00 수정 2021-07-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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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혜병원

추간공확장술 설명 사진. 추간공접근법으로 추간공의 전방부에 위치한 신경가지나 혈관을 피해 추간공의 후방부 등쪽 경막외강의 인대를 공략한다. 서울 광혜병원 제공

추간공확장술은 척추관협착증, 허리디스크 탈출증, 척추 유착성 질환(섬유성, 수술성) 등 다양한 척추질환 치료에 적용되는 시술법이다. 이러한 적용 범위의 다양성으로 치료 사례가 크게 증가하면서 시술 기반이 되는 추간공접근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추간공확장술은 일반적으로 두 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꼬리뼈를 통해 병변 부위에 접근하는 경막외 카테터를 이용한다. 이를 통해 1차적으로 해당 부위에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을 전달하고 유착된 부위를 박리한다. 이것은 인-아웃(in-out) 방식으로 ‘꼬리뼈 접근법’이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 유착이나 협착이 심한 경우 조영제와 같은 약물이 잘 빠지지도 않고 카테터 접근조차도 어렵다. 이 때문에 경막 외 카테타와 조영제를 이용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미세 유착 부위와 정도를 확인한 뒤 다음 단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해당 부위를 박리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아웃-인(out-in) 방식의 ‘추간공 접근법’이 시행된다. 옆구리 방향에서 추간공을 통해 직접 들어가는 한국, 미국, 일본에서 특허받은 특수키트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유착이나 협착이 심해 카테터 진입조차 어렵고 조영제와 같은 약물이 잘 전달되지도 않았던 막힌 추간공 부위를 집중적으로 넓히고 뚫어준다. 그 결과 추간공 깊숙이 숨어있는 미세 유착까지도 좀 더 정밀하게 공략할 수 있다.

이러한 추간공 접근법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척추 구조에 대한 지식이 선행돼야 한다. 척추는 크게 경추(목뼈) 7개, 흉추(등뼈) 12개, 요추(허리뼈) 5개, 천추(엉치뼈) 5개, 미추(꼬리뼈) 4개로 총 33개의 척추뼈로 구성된다.

여기서 천추와 미추는 성인이 되면서 천골과 미골로 각각 하나의 덩어리로 합쳐져 고정된다. 반면에 경추와 흉추, 요추는 척추뼈 사이에 추간판(디스크)이 위치하여 서로 떨어진 관절 형태로 움직일 수 있다.

흉추는 갈비뼈로 구속돼 움직임에 제한이 있지만 경추와 요추는 움직임이 가장 많아 퇴행 변화 및 관련 질환에 가장 빈번하게 노출된다. 특히 요추는 체중에 의한 하중까지도 상당 부분 분담하기에 더욱 퇴행 변화에 취약하다.

추간공으로 직접 접근… 추간공 접근법의 필요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위(추간공 내·외측)를 공략하면 해당 신경가지의 후근신경절의 압박을 줄여줄 수 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위와 그 왼쪽(추간공의 내측과 척추관 후방부)을 공략하면 아랫마디로 분기되는 신경가지 출발점 부위 압박을 줄여줄 수있다.
척추 중에서도 요추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꼬리뼈 접근법을 시행할 때 일반적으로 카테터가 진입하는 입구는 엉치뼈틈새(천골열공)라고 하는 틈이다. 엉치뼈틈새는 천추 중에서 4, 5번째 마디 정중앙에 완전히 닫히지 않아 생긴 틈새다. 천추 중에서도 상당히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

즉, 엉치뼈 틈새를 통해 척추관으로 접근하는 꼬리뼈 접근법은 이미 척추에서도 상당히 아래쪽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그 결과 5개의 마디로 구성된 요추 중에서도 상단에 위치한 부위까지는 엉치뼈 틈새에서 출발한 경막 외 카테터가 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요추 부위 중 특정 마디를 기존에 수술한 경우는 더욱 꼬리뼈 접근법에 의한 접근이 어렵다. 수술한 마디 주변의 골유합 과정과 이를 촉진하기 위해 사용한 인조뼈 물질로 인해 해당 부위에 수술성 유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당 수술 마디의 척추관이 막혀 엉치뼈 틈새로 진입한 카테터가 해당 수술 마디의 척추관을 통과해 그 윗마디까지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엉치뼈틈새(천공열공)로 진입해 척추관을 따라 병소 부위의 추간공으로 접근해가는 꼬리뼈 접근법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 즉, 아웃-인 방식으로 병소 부위의 추간공에 직접 접근해 척추관으로 나아가는 추간공 접근법이 필수다.

추간공 확장술은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트로카, 캐뉼러, 큐렛, 엔드밀 등 한 벌 구성 의료기기로 시행된다. 이러한 특수키트를 사용해 추간공 접근법 중에서도 추간공의 후방부 쪽인 등쪽 경막외강으로 접근해 척추관까지 진행하는 방식이다. 즉, 추간공 중에서도 신경가지나 혈관, 디스크 등 조직이 있는 전방부 쪽의 배쪽 경막외강을 피해 반대쪽의 안전지역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후 추간공의 내·외측과 척추관 후방부에 위치한 인대를 광범위하고 안전하게 절제할 수 있어 충분한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병원장은 “추간공의 내·외측 인대를 공략해 확보된 공간 덕분에 해당 추간공으로 빠져나가는 신경가지의 후근신경절(DRG) 부위의 신경압박을 줄여줄 수 있다”며 “추간공의 내측과 척추관 후방부에 위치한 황색인대를 집중 공략해 확보된 공간은 아래 마디로 갈라져 나가는 신경가지의 출발부위 쪽 신경압박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광범위하고 안전한 인대 절제와 충분한 공간 확보가 2개의 신경가지에 동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말했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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