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잘못 먹은 것도 없는데… 복통-설사 악순환 꾸준한 약물 치료로 손상된 장 조직 살펴야

홍은심 기자

입력 2021-07-21 03:00 수정 2021-07-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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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질환

어도비스톡 제공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거나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우리 몸은 복통, 설사 등을 통해 급성 장염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고온다습한 날씨로 음식이 쉽게 상하는 여름에는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더 늘어난다. 그러나 증상이 반복되면 단순히 급성 장염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장염이 만성화되면 평생 관리가 필요한 염증성 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관에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여기에 속한다. 주로 잦은 복통과 설사를 호소한다. 크론병은 체중 감소나 항문 통증, 궤양성 대장염은 혈변, 발열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증상이 급성 장염, 치질,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과 유사해 환자들이 질환을 가볍게 넘기기 쉽고 임상적 증상만으로는 진단이 어렵다. 이 때문에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질환을 진단받는 데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대한장연구학회 조사에 의하면 환자의 약 28%는 진단까지 1년에서 최대 5년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강문 성빈센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복통, 설사와 함께 체중 감소나 혈변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초기 약물치료를 통해 염증을 빠르게 없애는 것이 염증성 장질환 치료의 관건인 만큼 의심 증상을 발견했을 때 빠른 시일 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단은 기본적으로 대장 내시경을 통해 병변 부위를 살피고 혈액이나 혈청 검사, 대변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염증이 넓게 퍼진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은 필요에 따라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를 추가로 진행하기도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 개념이 없지만 꾸준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없는 관해기를 유지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증상이 없는 임상적 관해를 치료 목표로 삼았던 과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장내 남아있는 염증이 장 손상을 유발해 수술로 이어질 위험이 컸다”며 “최근 10년 사이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되면서 관해기 개념이 상향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증상 소실을 넘어 내시경적 관찰로 장내 염증 소견이 없는 내시경적 관해까지 기대할 수 있다.

치료는 약물치료가 우선적으로 권장된다. 염증 범위와 중증도 등에 따라 처방되는 치료제가 달라진다. 항염증제,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가 주로 사용되는데 생물학적 제제는 기존 치료제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중증 환자나 부작용이 있을 때 사용된다.

염증성 장질환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환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인터루킨 억제제인 우스테키누맙은 유지기간을 12주 간격으로 늘렸고 피하주사로 치료 편의성을 개선했다. 이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관해기에도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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