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福 구하는 불교 벗어나 자신의 참모습 찾는 ‘불바보’ 돼야”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7-19 03:00 수정 2021-07-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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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게시판 통해 포교하는 ‘풍경소리’ 대표 맡은 목종 스님
“불교는 자기 마음의 근원 찾는 일… 공덕 쌓고 구복 단계에 그쳐선 안돼
전국 3000개 역사에 경전 글 전시… 일반 공모 통해 더 널리 알릴 계획”


부산 대광명사 주지로 서울에 ‘지금선원’을 연 목종 스님은 “구하려고 고통 받지 말라”며 “이미 당신 안에 다 있다”고 했다. 담앤북스 제공

1987년 어느 날 새벽, 우유 배달로 학비를 벌던 청년의 자전거와 택시가 부딪쳤다. 우유팩과 함께 길바닥에 쓰러진 청년은 급히 다가온 택시 기사에게 “괜찮으니 그냥 가시라”고 했다. 뜻밖의 사고 뒤 그의 머릿속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경북대 행정학과 동기생들이 한창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그해 가을 그는 부산 범어사 청련암을 찾았고, 3개월 뒤 선무도(禪武道) 대가로 알려진 양익 스님(2006년 입적)을 은사로 출가했다. 1995년 태백산에 지은 삼성암에서 10년간 수행을 이어갔다. 산에서 내려온 그가 2009년 부산 해운대에 창건한 대광명사의 신도는 그간 10여 년 사이 3000여 명으로 늘었다.

대광명사 주지이자 2017년 서울에 ‘지금선원’을 개원한 목종 스님(60)의 출가 스토리다. 지하철과 철도 역사 게시판을 통해 불법(佛法)을 전하는 ‘풍경소리’ 대표로 6월 취임한 그를 12일 서울 강남구 선원에서 만났다.

―서울살이는 어떤가.

“매주 월, 화요일에는 서울, 나머지는 부산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살이도 5년째 접어드니 지낼 만하다.”

―부산에서 서울 포교에 나선 이유는….

“부산은 불교세가 강해 포교 여건이 좋은 편이다. 서울은 우리나라의 중심이라는데 불교의 입장에서는 상황이 좋지 않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불교가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나를 포함한 출가자들의 책임이 크다. 부처님의 귀한 법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세간에 비친 출가자들의 모습도 바람직하지 못해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 것 같다.”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신뢰감을 쌓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사람 구경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불교에 대한 고정관념이 문제다.”

―어떤 고정관념인가.

“불교에 대한 이해가 열심히 기도하고 공덕을 쌓아 복(福)을 구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좋은 마음이나 좋은 물건을 얻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불교 공부의 목적은 자신의 마음의 근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 공부는 깨달음을 위한 것이다.”

―무엇을 깨달아야 하나.

“사람들은 즐겁다, 괴롭다 하며 그 마음을 ‘나’로 착각한다. 몸도 생로병사를 겪는데 몸은 변화하지만 주인은 변함이 없다. 그런 마음과 몸을 나로 착각하니 끊임없이 무언가를 구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사고와 행동의 중심 아닌가.

“모두 경험하겠지만 마음은 하루에도 수천 번 바뀌지 않나. 마음은 수시로 바뀌지만 그 마음의 주인인 나는 변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조건이든 변하지 않는 진여자성(眞如自性), 나의 본성을 깨달아야 한다.”

―없음의 경지인가.

“없다는 것과는 다르다.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필요하지 않으니 구할 필요가 없다. 내 마음, 내 몸이 애타게 구하는 것이 허상임을 알아야 한다.”

―선원의 이름을 ‘지금선원’이라고 했다.

“그 깨달음이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는 의미다. 따로 나중에 쌓아서 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불바보’(불교바로보기) 운동과도 연결되나.

“유튜브 등을 보니 무속인이나 신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불교를 너무 자기 식대로 이해하고 알리고 있었다. 그래서 불교를 바로 알리기 위해 유튜브를 통해 ‘불바보TV’를 운영하고 있다. 불교의 핵심은 견성(見性), 깨달음에 있고, 부처님이 오신 이유도 그 깨달음을 전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모두 불바보가 되자. 하하.”

―풍경소리의 포교 활동은 어떻게 하나.

“전국에 있는 3000개 정도의 역사에 경전이나 좋은 글을 전시한다. 모든 작업이 봉사와 후원을 통해 이뤄진다. 앞으로 일반 공모를 통해 널리 알릴 계획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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