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따라잡기 바쁜 삼성전자, ‘추격자 인텔’에 긴장

서동일 기자

입력 2021-07-19 03:00 수정 2021-07-19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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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업체 인수 추진 인텔
막대한 자금에 양산능력 갖추면 美정부 지원 업고 급성장 가능성
삼성전자, 미국공장 건설 지연… 자칫 글로벌 경쟁 뒤처질 우려



1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글로벌 3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300억 달러(약 34조2780억 원)에 달하는 딜이 성공한다면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인텔이 대만(TSMC)과 한국(삼성전자)이 장악한 파운드리 시장에서 패권 경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1위 TSMC를 추격하기 바쁜 삼성전자에 있어 미국의 지지를 받는 인텔의 부상이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4개월 전 인텔이 다시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주요 플레이어가 되기까지 3년은 걸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는 시간을 단축시킬 카드”라고 말했다.

인텔은 막대한 자금력, 미 정부의 적극적 지원, 미국 테크 공룡들의 지원사격이라는 3박자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양산 기술력이 TSMC와 삼성에 뒤처져 있고 파운드리 성공 경험이 없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글로벌파운드리 인수가 현실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대만 UMC와 함께 시장점유율(7%) 3위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파운드리는 100여 곳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고 12나노(nm·나노미터) 시장에서는 안정적 사업 환경을 갖추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5나노, 3나노 선단공정에서 경쟁을 벌이는 TSMC, 삼성전자와 비교해 분명한 기술격차가 존재하지만 글로벌파운드리 사업을 안정적으로 흡수한다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초미세 공정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환경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유럽 내 파운드리 신규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 독일 정부와 만났으며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위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집중을 우려하는 유럽 입장에서도 공급망 다변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인텔의 광폭 행보를 환영할 수밖에 없다.

인텔의 부상은 갈길 바쁜 2위 삼성전자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71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1위 탈환을 목표로 내걸고 뛰고 있지만 1위 TSMC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TSMC는 2분기(4~6월)에만 6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뒀고 이 중 최첨단 기술인 5nm 칩 매출 비중이 2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애플 등 최첨단 칩이 필요한 대형 고객사를 싹쓸이했다는 의미다.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등에서 애플 등과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고객사 유치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도 조 바이든 정부의 공급망 확대 정책과 파운드리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들여 파운드리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텍사스주 오스틴 등 후보지를 두고 인센티브 협상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파운드리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주정부에 낸 투자제안서에 따르면 삼성은 3분기(7~9월)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를 따라잡기 바쁜 삼성전자에 인텔의 견제라는 새로운 장애물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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