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폭풍에 다시 고개드는 최저임금 개편론…노사는 ‘동상이몽’

뉴시스

입력 2021-07-18 07:26 수정 2021-07-1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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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9160원 결정됐지만 노사 반발 지속
결정 방식 등에 노사 모두 비판하며 제도개선 촉구
차등적용·산입범위 등 각론 이견…실현은 쉽지 않아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된 데 따른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노사 모두 원하는 결과를 받아들지 못하면서 각각 총파업과 이의제기 등을 예고한 가운데, 해마다 반복되는 최저임금 갈등을 줄이려면 최저임금 결정체계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를 둘러싼 노사의 이견이 워낙 큰 데다 이미 2019년께 한 차례 무산된 바 있어 동력을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도 공익위원 주도” “산출근거 납득 못해”…제도개선 목소리

지난 12일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제9차 전원회의에서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노사가 반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익위원 주도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는 점, 최저임금 산출 근거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정부의 추천을 받은 공익위원들은 노사 대립 구도에서 중재를 맡으며 일종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다.

이번 심의에서도 노사가 최종 제시안인 1만원과 8850원 사이에서 접점을 좁히지 못하자 공익위원들은 단일안으로 9160원을 제시했고, 노사 반발 속에서 이를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결국 수차례에 걸친 논의가 무색하게 공익위원 안대로 최저임금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노사 양측의 비판이다. 올해 적용 중인 최저임금도 지난해 심의 당시 공익위원 안으로 결정된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 5.1%의 산출 근거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익위원들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주요 기관들의 올해 경제 전망치 평균을 활용, 경제 성장률(4.0%)에 소비자 물가 상승률(1.8%)을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0.7%)을 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산출 근거는 매년 바뀌는 모양새다. 실제로 올해 적용 최저임금(1.5%)의 경우 공익위원들은 이번 산출의 근거가 된 취업자 증가율 대신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을 반영해 산정했다.

이에 노사 모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 제도 개선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공익위원을 노·사·정이 3명씩 추천하는 등 선출 방식을 바꿔야 된다”고 밝혔고, 경영계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객관적 지표에 의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제도개선 각론 이견…업종별 차등적용-산입범위 확대 등 충돌

그러나 제도 개선의 각론을 놓고는 노사 간 이견이 큰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사문화된 업종별 차등적용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 장애인, 수습 노동자 등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차별과 배제의 삭제도 필요하다”며 최저임금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최저임금 결정기준 변경도 필요하다. 노동자 가구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특히 실질 인상률을 갉아먹는 개악된 산입 범위를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2019년부터 식대와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됐는데, 이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률과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인상률 사이에 괴리가 커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경영계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현 정부 출범 초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한 데 따른 보완 입법이기도 하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차등적용 폐지 역시 경영계가 난색을 표하는 부분이다.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는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최임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데, 이번 심의에서 노사는 이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결국 표결에 부쳐져 부결됐지만, 아예 법 개정을 통해 없애자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성명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은 업종별·직군별 차등적용, 최저임금 결정 요소에 기업의 지불능력 포함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게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급기야 소상공인 출신인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최저임금 시급 환산 방식을 현행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주휴시간은 제외하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주휴수당은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휴일에도 하루치 임금을 주는 것으로, 주휴수당을 더한 내년도 실질 최저시급은 1만1003원이다.


제도개선 실현은 ‘글쎄’…2019년 무산에 현 정부 임기 종료 앞둬

이처럼 최저임금 제도개선 당위성에는 노사 모두 공감하지만 이견이 큰 만큼 실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9년께 이 문제가 국내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후 30년 만에 추진되기도 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흐지부지된 만큼 다시 동력을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 정부는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하고, 결정은 노·사·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가 하되 공익위원은 국회와 정부가 나눠 추천하는 ‘이원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현 정부가 임기 말에 있는 데다 대선이라는 대형 이벤트도 앞두고 있어 관심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다만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 직후 브리핑에서 “앞으로는 최저임금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경제와 노동시장 여건에 맞게 결정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논의 필요성을 열어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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