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운동’으로 새로운 삶…오십견도 사라졌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1-07-17 14:00 수정 2021-07-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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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 전 교수가 서울 중구 충무로 남산스퀘어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암컬 운동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태권도와 골프, 댄스스포츠, 등산…. 체육을 전공했고 다양한 스포츠와 운동을 즐겼지만 체계적인 근육운동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늘 마음속에 ‘언젠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어야지’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그를 근육의 세계로 이끌었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김경래 전 연세대 미래캠퍼스 인문예술대학 교수(65) 이야기다.

“골프 전문가이기 때문에 겨울이면 꼭 따뜻한 나라로 가서 골프를 쳤어요. 추우면 엘보가 와 국내에서는 못 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에는 코로나 19탓에 해외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평생 버킷리스트로 간직했던 근육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김경래 전 교수가 서울 중구 충무로 남산스퀘어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어릴 때부터 태권도로 몸을 단련했고 미국 유학시절 골프와 댄스스포츠를 배우며 다양한 운동을 즐긴 그는 몸매가 날씬했다. 키도 185cm로 컸다. 교양체육 교수로 재직할 때부터 주위에선 ‘근육을 키우면 진짜 보기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런 주위 평가도 있었지만 운동을 좋아하고 체육을 전공했기 때문에 늘 “은퇴한 뒤 여유가 있을 때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코로나19가 그를 근육의 세계로 인도한 셈이다.

김 전 교수는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배우기 위해 전문가를 찾았다. 경기도 용인 메카헬스짐 박용인 관장(59)이 눈에 들어왔다. ‘양종구 기자의 100세 건강’에 소개됐고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임종소 씨(77)와 권영채 씨(66)를 지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박 관장은 보디빌딩 국가대표 출신으로 PT계에서 잘 나가는 지도자다. 김 전 교수는 지난해 12월 말 박 관장을 찾아가 개인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기 시작했다. 주 2회 1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김경래 전 교수가 서울 중구 충무로 남산스퀘어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에서 숄더프레스를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저를 보자마자 관장님이 그러는 거예요. ‘교수님은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고. 처음엔 그냥 근육운동이나 하겠다. 100세 시대 근육을 키워야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기 때문에 찾아 온 것이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럼 더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에 대회 출전을 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박 관장은 “교수님의 체형이 너무 좋아 조금만 근육을 만들면 바로 입상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대회 출전 같은 목표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돼 열심히 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래 전 교수가 6월 27일 열린 월드 내추럴 챔피언십 시그니처(WNC) 보디피트니스대회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김경래 전 교수 제공.
4월 열릴 예정인 대회를 목표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데 3월 갑자기 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김 전 교수로선 목표가 사라져 주춤한 데다 은퇴 후 2년간 준비한 사업상 바쁜 일도 겹쳤다. 한 달 반 정도 쉬고 있을 때 6월 27일 월드 내추럴 챔피언십 시그니처(WNC) 대회가 열린다고 해 5월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주 2회 PT 받는 것에 더해 집(경기도 의왕) 근처 피트니스센터에서 1, 2회 추가로 운동했다. 결과는 50세 이상부 스포츠모델과 피지크 부문에서 각각 2위를 차지했다. 최소 몇 년에서 수십 년 운동한 50세 초반 선수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이제 갓 시작한 60대 중반이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근육을 키우면서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먼저 골프 엘보와 오십견이 사라졌다. 그는 “골프 연습 때 왼쪽 팔꿈치가 아팠다. 오른쪽 어깨엔 오십견 증세가 있었다. 통증클리닉까지 갈 정도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팔꿈치와 어깨 주변 근육이 강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은 “통증 유발 원인이 근육 약화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증의 원인이 관절이라면 의학적 치료가 우선이다”고 분석했다.

김경래 전 교수(왼쪽)의 댄스스포츠 현역 선수시절 모습. 오른쪽 커플이 한국 댄스스포츠의 스타 박지은-지우 남매다.
김 전 교수는 미국 퍼듀대 유학시절(스포츠심리학 전공)부터 술과 담배를 다 끊었고 골프와 댄스스포츠, 등산을 즐겼기 때문에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근육운동으로 달라진 것은 몸매가 더 탄력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힘이 좋아지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솟았다”고 했다.

김 전 교수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입시 당시 인기 있었던 기계공학과(인하대)에 들어갔지만 적성이 맞지 않아 군대를 마치고 연세대 체육학과에 다시 들어갔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했기 때문에 체육과에는 잘 적응했다.

체육인으로서도 특이함을 추구했다. 미국 유학 때 골프와 댄스스포츠를 접한 뒤 ‘향후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한 스포츠’라고 생각해 골프 레슨 프로 및 PGA 투어 프로 자격증을 획득했고, 볼룸댄스(현 댄스스포츠) 지도자 및 심판 자격증까지 땄다.

김경래 전 교수가 미국 유학시절 퍼듀대 내에 태권도 지도관 클럽을 만들어 지도한 뒤 받은 공로패. 김경래 전 교수 제공.
미국에선 자신의 특기인 태권도를 보급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태권도 5단 유단자인 그는 퍼듀대에 태권도 지도관 클럽을 만들어 유단자들을 배출했다. 인디애나주 티피카누 카운티 라피엣과 웨스트라피엣으로부터 명예시민증도 받았다. 태권도로 지역사회 보이스클럽 봉사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의 태권도시범과 활동이 미국 NBC 방송 스포츠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경래 전 교수는 댄스스포츠 선수로도 활약했고 댄스스포츠에 대한 책도 썼다. 현역시절 모습 사진이 들어간 책. 김경래 전 교수 제공.
김 전 교수는 귀국한 뒤 연세대 신촌 및 원주, 송도국제캠퍼스에 골프와 댄스스포츠를 보급했다. 댄스스포츠 책도 썼다. 1998년 국내 처음 열린 제1회 슈퍼코리아컵 전국 댄스스포츠선수권대회에 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 향후 댄스스포츠의 스타로 군림할 박지은(43)-박지우(41) 남매와 함께 겨뤘다. 지은 지우 남매는 한국 댄스스포츠의 전설 박효 전 한국댄스스포츠연합회 회장의 자녀다. 박 회장은 1998년 한국댄스스포츠연합회를 설립해 각종 대회를 개최했다.

댄스스포츠 경력은 보디피트니스에도 도움이 됐다. 박 관장은 “김 전 교수님은 첫 대회부터 무대를 사로잡았다. 댄스스포츠를 해서 인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여유 있게 연기했다”고 평가했다. 김 전 교수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출전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늦게 시작했지만 근육운동을 통해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았다. 마치 미국에서 골프와 댄스스포츠를 처음 배우는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요즘 나이든 분들은 근육운동과 단백질 섭취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한다. 100세 시대 장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젊음을 되돌리는 회춘약 근육운동을 시작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또 다른 새로운 도전도 시작했다. 머리를 잘 써야 치매가 안 걸린다고 판단해 학점은행제로 경영학과 경제학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올 초부터 각 18학점씩을 들었다. 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아 나무 의사 자격증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2018년부터 나무 의사 자격증을 획득하면 나무병원을 만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자격증을 따면 근육운동을 즐기면서 나무를 치료하며 여생을 보낼 계획이다. 그는 “자격증을 따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도전을 계속해야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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