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투자로 높은 수익 노린다

이상환 기자

입력 2021-07-17 03:00 수정 2021-07-1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ETF로 재미 보셨다면… 진화한 ‘액티브 ETF’에 눈길을
ETF, 자산 가격따라 수익 얻어…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 가능
액티브, 70%만 지수관련 종목에… 나머지는 공격적 투자로 수익 내
美선 70%규정 없고 자율적 운용… 특정 종목 집중투자해도 상관없어



직장인 노모 씨(28)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대장주에 투자하며 30%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기업 재무제표와 사업 계획 등을 직접 따져가며 투자할 종목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다른 투자처를 알아보다 눈에 띈 게 상장지수펀드(ETF)였다. 그중에서도 전기차 업종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를 택했다. 노 씨는 “두 달도 안 돼 수익률이 20%를 넘는다”며 “개별 종목을 직접 골라야 하는 부담 없이 ETF 하나에 투자해도 전기차와 관련된 여러 종목에 골고루 투자할 수 있다는 게 맘에 든다”고 했다.

동학개미들이 이끄는 주식 투자 열풍 속에 국내 ETF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엔 주식형 펀드와 ETF의 장점을 합친 ‘액티브 ETF’가 새롭게 등장하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처럼 펀드매니저의 역량이 가미된 액티브 ETF가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ETF 시장 급성장, 60조 원 육박




ETF는 코스피200 같은 특정 지수나 통화, 원자재 등 다양한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펀드다. 일반 펀드와 달리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14일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는 485개, 순자산 총액은 59조8774억 원에 이른다. 2016년(256개·25조1018억 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상장 종목과 순자산 규모 모두 2배 안팎으로 덩치를 키웠다.

ETF가 주목받는 것은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부담을 줄이고 일반 펀드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자산에 손쉽게 분산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주식형펀드는 환매에 3일 이상 걸리고 총보수가 1.5% 안팎인 반면 ETF는 증시 개장 시간에 언제든 사고팔 수 있고 총보수가 0.012%인 상품까지 나왔다.

특히 ETF가 추종하는 지수가 다양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 차,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같은 특정 산업이나 테마를 쫓는 ETF가 출시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국내 ETF가 추종하는 지수는 2011년 86개에서 올 6월 말 345개로 급증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상무는 “조만간 메타버스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ETF를 내놓을 예정”이라며 “신산업이나 신기술 발전에 따라 ETF 테마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ETF는 기본적으로 특정 지수나 기초자산을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노릴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정성인 한국투자신탁운용 ETF팀장은 “지수를 따라가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평균 수익률을 충실히 낼 수 있는 반면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긴 힘들다”고 했다.

○ 테마형 이어 액티브로 진화한 ETF




이런 단점을 보완해 최근 등장한 게 액티브 ETF다. 액티브 ETF는 70%는 지수를 따르지만 30%는 주식형 펀드처럼 펀드매니저가 재량껏 종목을 골라 담아 운용하는 구조다. ETF와 주식형 펀드의 특징을 합친 ‘하이브리드’형 상품으로 기존 ETF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5월 삼성, 한국투자, 미래에셋, 타임폴리오 등 4개 운용사가 액티브 ETF 8개를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최근 들어 KB, 흥국자산운용 등이 가세했다. 다음 달 액티브 ETF 상장을 앞둔 한화자산운용의 남용수 ETF팀장은 “기존 ESG ETF는 패시브형이기 때문에 ESG지수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며 “반면 액티브 ETF라면 지배구조가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될 때 운용사가 관련 종목 투자를 더 늘려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등에선 이미 액티브 ETF가 보편화돼 있다. 올 들어 뉴욕 증시에 새로 상장된 ETF만 봐도 액티브가 패시브를 추월했다. 미국은 국내와 달리 액티브 ETF의 70%는 지수를 따라야 한다는 규제가 없다. 액티브 ETF가 담은 종목 1개가 전체 포트폴리오의 1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152%를 웃도는 수익을 내며 인기를 끈 미국 아크인베스트의 ETF도 테슬라 주식을 10% 이상 담고 있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액티브 ETF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최근 금융당국도 해당 규제 완화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액티브 ETF의 활성화 필요성에 동의한다”며 “금융당국과 관련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규제가 완화되면 액티브 ETF를 내놓는 운용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의 운용 역량에 따라 성과가 차이 나는 만큼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더욱 중요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액티브 ETF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추종 지수보다 더 잃을 위험도 있다”며 “액티브 ETF와 패시브 ETF로 적절히 섞어 투자하는 게 좋다”고 했다.

노후 자금을 위해 자산을 불리는 목적이라면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활용해 ETF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성인 팀장은 “정기예금 등 원금 보장형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굴리면 수익률이 너무 낮다”며 “최근 ETF를 활용해 퇴직금을 불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