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글로벌파운드리’ 34조원에 인수 추진…삼성전자 ‘긴장’

홍석호 기자

입력 2021-07-16 15:04 수정 2021-07-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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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재진출을 선언한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 세계 3위 기업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아마존, 시스코, 퀄컴, 구글 등 글로벌 미국 기업들이 인텔의 우군을 자처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계약 규모가 300억 달러(약 34조278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글로벌파운드리 측은 “인텔과 협상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TSMC(56%)와 삼성전자(18%)에 이은 점유율 7%의 세계 3위 파운드리 기업이다. 미국, 독일, 싱가포르 등에 공장을 두고 AMD, 퀄컴, 브로드컴 등의 기업이 주문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가 2009년 AMD의 제조설비를 인수해 세운 기업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아시아로 넘어간 ‘반도체 패권’을 되찾기 위한 포석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3월 “인텔이 돌아왔다. 폭발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겠다”며 200억 달러(약 22조7860억 원)를 들여 미국 내 파운드리 신규 생산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인텔은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다가 2년 만에 철수한 바 있다.

미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도 인텔의 계획에 적극 호응했다.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에 대해 “미국 기술혁신과 리더십을 지키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수급을 ‘안보 이슈’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시사했다. 아마존, 시스코시스템스, 퀄컴, MS 등도 인텔의 칩 제조를 지지했다.

인수에 성공한다면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는 우선 양적 성장을 이뤄낼 전망이다. 현재 반도체 매출 1위를 두고 인텔과 삼성전자가 분기 20조 원 안팎의 매출을 거두며 경쟁 중인 상황에서 올해 1분기 13억 달러(약 1조4808억 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파운드리가 가세하면 무게추가 인텔 쪽으로 기울 수 있다.

장기적으로 TSMC와 삼성전자 ‘양강 구도’가 굳어지고 있던 반도체 제조 시장이 인텔이 가세한 ‘3강 구도’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는 “글로벌파운드리는 7나노 공정 개발 포기를 선언하는 등 경쟁에서 낙오한 상태였으나 인텔의 자본력이 더해지며 다시 경쟁상대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총수 부재 상태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TSMC와 인텔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기술력 격차가 현저한 탓에 당장은 삼성전자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와 삼성은 현재 5나노, 3나노 선단공정을 놓고 기술력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글로벌파운드리스 12~14나노급을 생산해 기술 격차가 있다”며 “당장 TSMC와 삼성이 공급하는 계약이 인텔로 옮겨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글로벌파운드리의 대주주인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인수 대신 상장을 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상장을 택하더라도 글로벌파운드리가 확보한 자금이 투자로 이어져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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