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 차이고 야당에 치이고…홍남기, ‘80% 사수’ 외로운 싸움

뉴시스

입력 2021-07-16 05:41:00 수정 2021-07-16 05: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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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확대·추경 재조정 요구에 기존 입장 되풀이
與, 해임에 패싱 가능성 언급…野 "홍두사미 안된다"
힘 싣던 김부겸 총리 "국회가 합의하면…" 일보후퇴
추경안 통과까지 진통 불가피…이번엔 소신 지킬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로나19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 모두에 뭇매를 맞으면서도 핵심인 재난지원금 소득 하위 80% 지급을 사수하고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정한 여당은 홍 부총리 해임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취약계층에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야당은 추경안을 다시 짜야 한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정치권과 충돌 과정에서 번번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던 홍 부총리가 이번에는 확고부동한 태도여서 추경안 통과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도 추경안 증액과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한다는 의원들의 요구에 소득 하위 80%를 선별 지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코로나19 이후 재난지원금 지급 때마다 줄곧 선별 지급을 주장했던 홍 부총리는 이번에 2차 추경안을 편성하면서도 여당 지도부를 설득해 소득 하위 80%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노선을 정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600명을 넘어서는 등 급변한 방역 상황에도 일부 사업은 수정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추경 증액과 전 국민 확대여부 등에 대해서는 자신의 뜻을 유지했다.

캐시백 폐지를 주장하며 관련 예산 1조1000억원을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돌려야 한다는 정치권 요구에 홍 부총리는 “제한된 사용처를 온라인과 배달앱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을 뿐 필요성을 강조했다.

초과 세수 중 2조원 국채 상환을 보류하자는 주장에도 국가재정법과 국제 신용평가사 의견을 내세워 불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처럼 홍 부총리가 추경안 핵심 사안을 두고 확고한 태도로 일관하자 여당 안팎에선 해임론까지 거론하며 더욱 거세게 밀어 붙이는 상황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홍 부총리가 끝까지 반대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당내에서 (홍 부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추경이 증액되지 않더라도 국회가 기재부 동의 없이 결정할 수 있다”며 패싱 가능성을 언급했다.

홍 부총리를 몰아세우는 데는 여야 구분이 없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기재부에서 추경안 제출한 뒤 코로나19 상황이 급변했으니 추경안 전면 재조정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다그쳤다. 같은 당 정운천 의원은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서 설계된 추경안”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지 않고 장기화하는데 설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의원은 선별 지급을 고수하는 홍 부총리를 향해 페이스북에 “비판적 지지를 보낸다”면서 “제 비판적 지지가 ‘홍두사미’로 갈 곳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적었다.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다가 결정적 순간에 뜻을 굽혔던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홍 부총리의 80% 선별 지급에 힘을 실어주던 김부겸 국무총리도 입장 변화를 보였다. 김부겸 총리는 여야 합의에 따른 추경안 재검토 의사에 대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합의한 뒤 요청하면 저희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함께 국회 설득에 나섰던 김 총리가 발을 빼면서 홍 부총리로서는 더욱 외로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여야가 합의한 2차 추경안 국회 본회의 처리 시한까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 기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여야 총 공세를 홍 부총리 홀로 감당해야 하는 입장이다.

추경안 통과까지 진통이 불가피한 가운데 과연 이번에도 홍 부총리가 소신을 접고 여당의 요구를 수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기존과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홍 부총리가 쉽게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선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도 기대만큼의 정책 효과가 거뒀는지 의문이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소비 진작형 재난지원금보다 취약계층 지원과 백신 보강 소요가 크게 늘었다.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여당으로서는 부담이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번 추경안을 편성하기에 앞서 당정이 충분한 조율을 거쳤던 만큼 정치권의 일방적 요구에 손바닥 뒤집듯 물리는 것은 받아들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정치권 인사는 “홍두사미라는 오명을 들으면서까지 대승적 차원에서 소신을 접어야 했지만 코로나19 위기에도 최장수 부총리 타이틀을 보유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며 “옷을 벗을 때 벗더라도 곳간지기로서 책무를 다했다는 평을 듣기 위해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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