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대신 닭”…아파트 거래절벽에 빌라는 때 아닌 ‘불장’

뉴시스

입력 2021-07-16 05:40 수정 2021-07-16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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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빌라 거래량 6개월 연속 아파트 추월
집값·전셋값 상승…주택 수요 빌라로 몰려



“아파트 전세도 너무 비싸 도저히 엄두가 안 나요.”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라를 계약한 회사원 김모(35)씨는 지난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혼을 앞둔 여자 친구와 함께 직장과 가까운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하려다가 집값이 너무 올라 바로 포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전셋집도 알아봤는데, 매물도 없고 전셋값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축 빌라를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전했다.

최근 수도권의 집값과 전셋값 동시 상승이 장기화하면서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 등 빌라로 주택 수요가 몰리고 있다. 또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빌라로 눈을 돌린 투자 수요가 겹치면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빌라 거래량이 이례적으로 아파트 거래량을 6개월 연속 앞질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지난 12일 기준 총 4359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2,835건)보다 1.5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3주가량 신고 기간이 남아있지만, 지금의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거래 역전 현상은 올해 1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5883건으로, 아파트 거래량(5771건)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이후 2월에는 4422건으로 아파트(3854건)보다 14.7%, 3월은 5056건으로 아파트(3730건)보다 35.5% 많았다. 이어 4월에는 총 3217건(아파트 거래량 1450건), 5월에는 4908건(아파트 거래량 3773건)을 기록했다.

또 지역별로 은평구(533건·12.2%)가 가장 많았고, 이어 강서구(400건·9.2%), 도봉구(317건·7.3%), 강북구(316건·7.2%) 등이 뒤를 이었다.

통상 아파트 거래량이 빌라보다 월간 기준 2~3배 많지만, 올해는 6개월 연속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를 앞서며 역전 현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빌라 매맷값도 상승세다. KB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연립주택 평균 매맷값은 지난해 8월 3억113만원으로 처음 3억원을 넘긴 뒤 9월 3억300만원, 12월 3억1946만원 등으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 1월에는 3억2207만원 ▲4월 3억2648만원 ▲5월 3억2802만원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에선 주택 수요가 빌라에 집중되면서 매맷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전셋값마저 상승하면서 주거비 부담을 느낀 내 집 마련 주택 수요가 빌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 수요 역시 유입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매입한 빌라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지구에 포함될 경우 입주권을 현금청산하겠다고 밝혔으나,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빌라 매맷값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오르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눈길을 돌려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정부가 저층 주거지 재개발 등 정비사업 가능성에 신호를 주다 보니 투자 수요도 함께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새 임대차법 시행 등으로 전셋값 상승이 장기화하면서 무주택자들이 대안으로 빌라를 찾고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덜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에 당분간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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