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살펴본 버질 아블로 6번째 루이비통 컬렉션… 오마주와 모방의 경계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1-07-15 18:36 수정 2021-07-1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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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서 ‘템포러리 레지던시’ 오픈
이달 말까지 운영
샤넬 이어 루이비통도 성수동 주목
BTS 공식 엠베서더 발탁… 국내 아이돌 최초
컬렉션 주요 키워드 ‘BTS·스트리트·친환경’
‘나이키·살로몬’ 느낌 신상 슈즈
실제 모델 대형 마네킹 전시


루이비통이 ‘2021 가을·겨울(F/W) 시즌 남성 컬렉션’을 국내에 선보였다. 브랜드 남성 제품을 총괄하는 버질 아블로의 6번째 컬렉션이다. 버질 아블로가 루이비통에 영입된 이후 브랜드 차원에서 전개하는 한국 내 활동이 이전에 비해 다채로워진 모습이다.

이번 시즌에는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글로벌 앰베서더로 발탁하고 패션쇼를 선보였다. 국내 아이돌그룹이 루이비통 엠베서더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BTS 패션쇼에 이어 새 컬렉션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템포러리 레지던시’ 매장을 서울시 성수동에서 개관했다. 지난 12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단어가 어렵지만 한시적으로만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개념으로 보면 된다. 다만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는 시기와 맞물려 대대적인 스토어 홍보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루이비통 템포러리 레지던시 매장은 최근 샤넬이 먼저 팝업스토어를 선보인 성수동에 마련됐다. 샤넬에 이어 루이비통까지 성수동을 국내 ‘핫플레이스’로 점찍은 것이다. 실제로 스토어 주변에는 젊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매장 위치만으로도 국내 MZ세대 공략에 공들이는 명품 브랜드들의 의도와 시장 트렌드를 유추할 수 있다. 특히 성수동은 국내 ‘명품 3대장(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중 2개 브랜드가 찾은 지역으로 패션업계에서 한동안 ‘핫’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리 살펴본 F/W 컬렉션… ‘루이비통런’ 대신 ‘BTS런’
이번 시즌 루이비통 남성 컬렉션은 지상 2층짜리 건물에 채워졌다. 전면이 대형 유리창으로 이뤄진 건물로 밖에서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녹색 대형 마네킹이 눈길을 끈다. 1층 천장을 넘어 2층까지 올라가는 크기다. 실제 패션쇼에 등장한 모델 형상을 본떠 만든 마네킹이라고 한다. 다른 일반 크기 마네킹도 실제 모델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대충 4~5명의 모델이 국내 스토어 마네킹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흑인과 백인, 단발과 짧은 머리 등 모델 마네킹의 스타일은 다양하지만 마네킹 컬러는 한 가지 색으로 단조롭게 표현했다. 루이비통은 이번 컬렉션에서 인종과 성별, 섹슈얼리티 등에 대한 대중들의 무의식적인 편견과 선입견을 패션을 통해 변화시키기 위한 버질 아블로의 철학을 반영했다고 소개했다.
컬렉션 제품의 경우 전반적으로 새로운 시도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여전히 ‘스트리트 패션’이 핵심이다. 버질 아블로의 루이비통 남성 컬렉션은 시간이 지날수록 스트리트 스타일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루이비통 모노그램 패턴과 로고가 더해진 스케이트보드까지 만들었다. 스트리트 브랜드 ‘끝판왕’으로 불리는 ‘슈프림(Supreme)’이 생각난다. 국내 MZ세대가 꽤 오랫동안 선호해온 스타일이다. 이후 스타일에 대한 명확한 대안은 아직 제시하지 않고 있다. 컬렉션보다 버질 아블로가 평소에 입는 후줄근한 밴드티나 후드티, 대충 걸친 통큰 청바지가 더 멋있게 느껴진다. 컬렉션으로 선보인 투박한 농구화와 신발을 덮는 통이 큰 바지, 크고 작은 로고를 활용한 그래픽 디자인, 묵직한 디자인과 컬러 포인트가 더해진 액세서리. 모두 버질 아블로가 2~3년 전부터 꾸준히 즐기는 스타일로 국내에서도 한창 유행하는 패션이다.
신상 스니커즈는 나이키와 살로몬이 떠오른다. 루이비통이 최근 나이키와 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보다 적나라하게 나이키 디자인을 가져다 쓴 느낌이다. ‘찍찍이’ 장식이 달린 농구화는 나이키 에어 트레이너를 닮았다. 화려한 꽃무늬 디자인이 적용된 슈즈는 살로몬(SALOMON) XT-6를 연상시킨다.

오마주와 모방의 경계를 넘나든다. 여섯 번이나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루이비통에게 BTS 파워가 필요했던 이유로도 볼 수 있다. 보여줄 만한 아이템은 모두 보여준 것. 루이비통 템포러리 레지던시는 새 컬렉션 전시 뿐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패션쇼에서 BTS가 입었던 ‘신상’을 발 빠르게 입어보고 구매할 수 있다. ‘샤넬런(샤넬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 형태)’처럼 ‘비통런’을 내심 기대했지만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대신 루이비통 BTS 동영상 조회수는 5일 만에 530만회를 돌파했다고 한다. ‘BTS런’이 비통런을 압도한다. 버질 아블로이기 때문에 기대가 컸던 측면도 있다.
최신 유행에도 충실한 모습이다. 여성이 즐겨 사용할 것 같은 핸드백, 초소형 가방, 친환경 소재 등은 루이비통 뿐 아니라 최근 많은 패션 브랜드가 선보이는 아이템이다. 유행 아이템에 루이비통 로고를 더해 신상 컬렉션으로 가공한 느낌이다. 루이비통은 올해 봄·여름 시즌에 처음 선보인 업사이클링 아이디어를 이번 컬렉션 전반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오가닉 코튼과 재활용한 양모 소재 자카드,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등 친환경 원자재를 소프트트렁크와 키폴, 키폴XS 등 펠트라인(Felt Line)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루이비통 신상 남성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는 템포러리 레지던시는 이달 말까지 운영한다. 새 컬렉션은 루이비통 메종 서울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남성 매장,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남성 매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는 16일부터는 전국 루이비통 남성 매장과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도 판매에 들어간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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