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는데…” 벼랑 끝 자영업자들 심야 차량시위

이소정기자

입력 2021-07-15 14:25 수정 2021-07-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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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먹고 살자고 나왔어요 먹고 살자고.”

14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벌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자 비대위) 차량 시위에 참여하던 송모 씨(52)는 차 안에서 핸들을 꼭 쥔 채 이렇게 말했다.

송 씨가 전날 벌어들인 하루 매출은 20만 원. 지난 7년간 장사를 해왔지만 아무리 수입이 적은 날에도 최소 60~70만원은 벌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두 명이던 아르바이트생도 한 명으로 줄이고 대출도 3000만 원 이상 받았다”며 “내년에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나왔는데 이렇게 많은 경찰을 동원해 차량 집회까지 막는 걸 보니 가슴이 들끓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식당, 코인노래방, PC방, 카페 사장 등으로 구성된 자영업자 비대위 소속 자영업자 7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전날 오후 11시 30분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이 “미신고된 집회”라며 집회 측의 발광다이오드(LED) 차량을 막아서면서 집회는 당초 예정됐던 시간보다 30분가량 지체됐다.


김기홍 자영업자 비대위 공동대표는 “정부에 제발 살려달라고 1년 6개월을 빌고 또 빌었는데 정부는 우리와 대화조차 하고 있지 않다”며 “거리두기 4단계를 해제하고 새로운 거리두기 방역을 실시할 때라는 것을 인정하고 시간 규제, 인원 제한을 철폐하고 손실 보장 조급히 소급해해달라”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자영업자들은 “살려달라”, “소급해달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15분여 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량 시위를 위해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로 향했다. 자영업자 비대위는 당초 광화문 일대에서 1인 차량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경찰 검문이 심해지자 혜화 마로니에 공원 일대로 계획을 변경했다. 시위 차량들은 혜화역 3번 출구에서 출발해 창경궁 일대를 돌아 다시 혜화역으로 돌아오는 2.5km 구간을 2차선 도로 중 2차선을 이용해 약 1시간 동안 돌았다.

15일 오전 12시 30분경 혜화역 3번 출구 인근 2차선 도로 150m 인근에는 시위에 참여하기 위한 차량 약 40대 가량이 비상등을 켠 채 줄 지어 서있었다. 이후에도 20여분 간 이 시위에 참여하려는 차량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주최 측은 혜화역 차량 행진에 참여한 자영업자가 약 150명가량 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자영업자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혜화역 일대를 지나던 정모 씨(29)는 “나라에서 아무것도 못 하게 하니 저렇게라도 시위하는 것 아니겠냐”며 “오죽 힘들었으면 저렇게까지 하겠냐 싶다”고 말했다.

차량 시위는 이날 오전 1시에 일제히 경적을 울린 후 해산했다. 시위 참여 차량 약 30여대가 일렬로 서서 클락션을 울리며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들은 향후 이틀간 도심 차량 시위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오늘 자정에도 도심에서 야간 시위를 할 계획”이라며“16일 오후 1시에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차량 시위를 열고 국무총리 앞으로 간담회를 요구하고 질의응답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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